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의 실패 원인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미간의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오늘(21일) 오후 4시 라마다 송도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창립20주년 기념 400회 특별 강연자로 나서 ‘최근 한반도 정세와 북핵문제’에 대한 강연에서 이 같이 설명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한반도의 긴장이 높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등으로 남북의 화합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다행인 것은 이제 1990년대 초처럼 전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없어졌다는 점”이라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 “남북과 북미, 한미의 관계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 북한의 생각이 서로 약간씩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간극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인데, 한미관계 혹은 남북관계만 개선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세 가지 축이 전부 잘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북한과의 협상 이후 2년도 지나지 않아 북 측이 입장을 바꾼 사례들이 있다”며 “북한은 핵을 폐기하지 않고, 앞으로의 개발만 멈추겠다는 주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 전 총장은 또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행태도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하노이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에 대한)약간의 조율이 더 필요하고,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북핵 문제에 있어)촉진자라는 인식보다는 직접적인 당사자이자 우리의 문제라는 자세를 가지고 임할 필요가 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 문제도 약간의 간격을 두고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그동안 자신들의 입장을 철회하고 UN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는 과정이 반복돼 왔는데, 당분간은 북한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 체제가 더 유지되는 것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세상을 제대로 파악하게 하는 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국내 정치권을 향해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이념을 넘어 초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외교는 초당적으로 이뤄진다”며 “대통령이나 수상이 싫어도 외교는 건드리지 않고, 외교를 정치화해서도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는 진보나 보수 정권 모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범국민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초당적으로 이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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