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라디오는 지진과 화재 등의 재난 시 상황을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하지만, 인천시 미추홀구가 무분별한 고층 오피스텔 신축 허가로 지역 재난방송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경인방송의 전파장애를 사실상 야기하면서 재난 취약지대를 양산한다는 지적입니다.

한웅희 기자가 직접 라디오를 들고 재난 취약지대를 돌아봤습니다.

(기자)

인천의 대표 전통시장 중 한 곳인 미추홀구 신기시장.

장사 준비와 손님맞이로 정신없는 상인들은 주로 라디오와 같은 청각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이 곳에서 국가 재난방송사인 KBS 라디오를 틀고 시장을 돌아다녀봤습니다.

[현장음]

시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잡음이 심해지더니 금세 방송이 들리지 않습니다.

이번엔 인천시 재난방송 주관사인 경인방송 주파수를 잡아봤습니다.

[현장음]

인적이 드문 시장 구석구석까지 1시간가량을 돌아다녔지만 끊기는 곳은 없습니다.

다른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재난위험시설 D등급으로 지금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동구의 한 시장.

대낮에도 캄캄한 이 시장에서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 씨는 "위급 상황을 알려주는 건 경인방송 라디오뿐"이라며 "방송이 끊겨선 안 된다"고 호소합니다.

[인터뷰/이 모씨(70)]
 "여긴 다른 방송이 안 나와. 잡히질 않아. 철근 때문에. 쟤만 들어. 여기는 대개 다 그렇다고 봐야 돼. 인천 사는 사람이 인천 방송 듣겠다는데 왜 못 듣게 해."

경인방송이 중단된다면 전통시장과 같은 재난 사각지대 시민들이 무방비로 방치될 상황.

상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인터뷰/장연숙(53) 씨]
 "제가 경인방송을 자주 듣고 있는데 시장에서 일하면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요. 이게 끊기거나, 잘 안 나오면 저희가 급한 거 재난이나 속보를 들을 수 없으니깐 불안하죠."

문제는 미추홀구의 몰지각한 행정 속에 경인방송이 초유의 전파장애 사태 위기를 맞았다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재난관리행정의 주체로서 다양한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미추홀구. 되레 전파장애 사태를 야기하면서 인천 시민 전체가 재난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경인방송 한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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