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계정> 저자 송은영 작가, "다음 에세이 '눈물'도 기대해주세요"


비가 올 때는 감성에 생기가 돋아납니다. 비와 함께라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아련한 첫사랑이나 짝사랑이 떠올라 비와 함께 가슴을 적시기도 합니다. 그런 날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에세이 <짝사랑계정>의 저자 송은영 작가를 만났습니다. 흰색 블라우스가 잘 어울려서인지 청아한 미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송 작가를 만난 곳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아스달연대기> 촬영 세트장이 바라보이는 경기도 오산의 한 카페. 그녀를 만나 나눈 짝사랑의 고백과 그 뒤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 <짝사랑계정> 짝사랑에 계정이라는 단어를 붙인 게 참 인상적인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요즘 sns 무언가를 대표하는 계정이 참 많잖아요. 육아계정, 반려동물 계정 처럼요. 저 역시 제 책이 ‘짝사랑’을 대표하는 것이었으면 했어요. 짝사랑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오는 계정 같은 책이요. 그래서 ‘짝사랑계정’이라 이름을 붙였어요. 포털사이트에 ‘짝사랑 책’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짝사랑계정’이 나오니 제 계획이 어느 정도는 성공한 거 맞겠죠? (웃음)

- <짝사랑> 책 내용을 보면 사랑앓이를 심하게 앓으셨는데요. 짝사랑 다시하게 될 수도 있다면 하시겠어요?

네. 저는 당연히 아프고 힘겨운 짝사랑을 강행할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요, 실은 그 과정에서 몰랐던 나를 알아간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거든요. 그 사람의 취향,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니까요.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혹은 ‘이 부분은 나와는 다르네.’ 하면서요. 제 책에도 나왔듯 두 사람의 마음이 마주하는 사랑을 위해서는, 둘 중 한사람이 먼저 좋아하는 ‘짝사랑’을 해야 하는데요. 그 ‘짝사랑’의 씨앗이 제게 먼저 온다면 그 씨앗 기꺼이 제 마음에 심고 싶을 것 같아요. 예쁘게 피어날 것을 기대하면서요.

- 사랑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저 역시 몇 번의 사랑을 실패하면서 ‘과연 완성된 사랑이라는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이라는 것이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다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실은 뭐든 그렇지만요. (웃음) 그리곤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사랑을 반짝이고 두근거리는 것에 국한하지 말자고요. 색으로 비유하면 빨간색, 혹은 분홍색 정도인데요.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디 사랑이 늘 두근거리기만 하던가요? 어느 때엔 ‘이게 정말 사랑이 맞나?’ 의구심이 들 때도 많잖아요. 비슷한 맥락으로 흔히들 우리 부모님들이 ‘이젠 정 때문에 산다.’는 말도 많이 하시는데요. 저는요, 그 모습도 다른 형태의 사랑이라고 보기로 했어요. 이를테면 이 사랑은 따뜻한 노란색을 띄는 사랑이죠.

다시 말해 사랑은 평생토록 두 사람이 완성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 같아요. 알록달록한 색깔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요. 아마 죽기 전 쯤에야 알게 될까요? 완성된 사랑을 했는지요. 아, 물론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 한 가지가 있다면요. 그것은 아마 ‘믿음’일거예요.

늘 내편이 되어줄 것이란 ‘상대를 향한 믿음’,

또, 늘 그의 편이 되어 줄 것이란 ‘나 스스로를 향한 믿음’이요.




- 책에서 아빠와 소원했던 시기, 아빠의 관계도 짝사랑에 비유하셨는데요. 아빠도 공감하시던가요?

저희 아빠가 눈물이 좀 많은 편이신데요, 제 글 보고 눈시울을 붉히셨어요. 제가 ‘약점’이라는 제목으로 아빠를 소개했거든요. 어릴 때 아빠가 엄하신 편이셔서 무섭기도 하고 또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그렇다보니 어린 마음에 서운한 마음도 많았죠. 이십대 중반쯤부터일까요?, 이런 제 마음을 아빠에게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책 속 내용처럼, 왜 나를 예뻐해 주지 않느냐고. 다른 친구들은 딸을 엄청 예뻐한다며 다른 아빠들과 비교도 했죠. 그럴 때 마다 아빠가 눈시울을 붉히시며, 그게 아니라고 표현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요즘엔요, 정말 많이 바뀌셨어요. 사랑한다는 말도, 또 보고 싶다는 말도 서로 자주 하죠. 이젠 제게 아빠가 약점이 아닌데, 저 책 내용을 수정해야 할까 봐요. (웃음)





- 출간 이후 북토크를 통해 독자들과 많이 만나셨을 텐데요. 독자와의 소통은 어떤 느낌이세요?

제 책이 어떤 분들의 책장에 꽃일까, 또 제 책을 읽고 독자 분들께서 어떤 생각을 하실지 늘 궁금했어요. 그래서인지 북토크를 통한 독자 분들과의 만남이 굉장히 소중하고 감사해요. 한권의 책을 낸 아직 신입 작가이지만, 작가란 그런 것 같거든요. 제 이야기로 누군가에게 ‘당신도 그렇지 않아요?’라며 말을 거는 것이죠. 북토크는 독자분들께서 ‘나도 그랬어요.’라고 제 물음에 답을 해주는 자리예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많이 하기 보단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하죠. 마음과 마음이 닿는 느낌이 들어요.

- 책 출간도 버킷리스트의 하나 였을텐데요. 작가의 소질은 언제 발견하셨을까요?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썼어요. 스무살 이후엔 매 12월 한 해를 함께할 다이어리를 사 일기를 썼고요. 벌써 제가 서른이니 20대 때 일기장만도 열권이 모였어요. 일기는 굉장히 기분이 좋아 기록하고 싶을 때, 혹은 너무 힘들 때 주로 썼는데요, 다시 읽어보니 연애로 고통 받는 내용이 주로 있더라고요. (웃음) 작가의 소질은 글쎄요. 아직 제가 소질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요. 앞으로 더 닦아야 할 학문이죠.

- 평소 글의 소재는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저는 지인들과의 대화를 굉장히 즐겨 해요. 좀 수다스럽죠. 생각을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데, 종종 사람들이 말하는 이야기 속에 재밌는 소재들이 나오곤 해요. 재미있는 소재는 단어로 묶어 메모장에 저장해 놓을 때도 있어요. 작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문을 두드리는 일이니 지인들과의 소통은 그 첫걸음일지도 모르죠. 평소 글은 하루 중 머리를 가장 많이 안 쓴 아침시간에 더 잘 써지는 듯해요. 아침 출근길이요. 참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도요 달리는 버스, 지하철에서 글이 잘 써지더라고요. 작가들 마다 각자 글쓰는 루틴이 있다고 하던데, 제 루틴은 좀 재밌죠?


- 많은 작가 분들이 글을 쓰는데 고통이 따른다고 하던데요. 그 고통이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어떤 점이 고통이 되셨나요?

아무래도 소재고갈로 인한 고통 혹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글로 속 시원히 표현이 안 될 때 인 것 같아요. 분명 이 문장이 이상하다는 걸 아는데 쉽사리 바꾸기가 어려울 때죠. 아 또 있어요. 저는 제 책을 굉장히 자주 읽는데요. 아쉬운 문장들이 보일 때 마다 가슴이 쿵쾅거려요. 가능하다면 다시 쓰고 싶죠. 시간을 돌리고 싶어져요. 그러다 또 깨닫죠. 분명 다시 쓰더라도 아쉬운 문장들은 계속 보일 것이라는 것을요. 어떤 고통은 간절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글 쓰는 고통은 다른 작가님들도 다 마찬가지 일 것 같아요. 간절하게 잘 쓰고 싶다는 고통인거죠.

- 작가님은 본업이 있으시면서 주말이 더 바쁘다고 들었는데, 주말과 휴일 어떻게 보내시나요?

요즘엔 제 다음 책 삽화를 제가 직접 그리고 있어서요.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밀린 글쓰기도 하고, 읽고 싶은 책도 읽어요. 제 책이 처음 나왔을 때엔 독립서점 돌아다니며 사장님들께 인사도 드렸고요. 아 다른 작가님들 북토크도 종종 참석한답니다. 말하고 보니 저 굉장히 정신없는 휴일을 보내고 있네요.




- 살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는데요. 작가님의 터닝포인트는 언제 였나요?

단연 <짝사랑계정>을 만난 순간이에요. 책 한권이 제 인생을 정말 많이 바꾸어 놓았으니까요. 이십대가 끝나도록 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모든 것이 불투명했어요. 고민을 안 해 본 것은 아닌데 아무리 고민해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명확해졌어요. 작가 활동 외에도, 무엇이 되었든 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죠. 이젠 <짝사랑계정>이 없는 제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 지금도 원고 작업을 계속하신다고 하셨는데요.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이며,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네. 제 다음 책은 ‘눈물’에 관한 책이에요. ‘짝사랑’에 이어 ‘눈물’까지. 어쩌다보니 남들 남몰래 숨기고 싶은 감정들을 내보이는 주제이네요. 역시 마찬가지에요. ‘짝사랑’이든 ‘눈물’이든 우리가 살아가며 가지는 마음들은 모두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죠. 또 많은 분들에게 말 걸어보고 싶어요. 나만 이렇게 울 일이 많은지요.





-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하고 계신데요. 남아 있는 버킷바구니 좀 공개해 주시죠.

요즘엔 정말 왜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미술을 배우는데, 제 작품으로 전시도 해보고 싶고요. 또 제가 쓰고 싶은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과 음악을 접목시키는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사랑과 관련한 팟캐스트도 할 계획이고요, 방송 관련 일도 해 보고 싶어요. 아주 나중엔 책방도 열어볼 계획이고요. 그 외에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걸어서 전국일주도 해보고 싶어요.

-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는 여전히 짝사랑을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들, 좋아하는 가족, 친구들을요. 무엇이든 대상보다 더 많이 좋아하면 다 짝사랑이라 볼 수 있으니까요. 제 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도 더 이상 ‘짝사랑’의 감정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언가를 넘치게 원하고 사랑하는 이 마음은 분명 응원 받아 마땅한 예쁜 마음이니까요. 제 책에 나오는 구절처럼 뜻밖의 횡재, 뜻밖의 인연은 예기치 못한 순간 찾아오니 마음에 품은 짝사랑 당당히 지켜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제가 사는 세상에 함께 머물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경인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