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천의 대표 근대 문화유산인 배다리마을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지하차도 공사가 8년 만에 재개됩니다.

지역개발이냐 역사ㆍ문화 보전이냐를 두고 20년 동안 지속된 시와 주민 간의 갈등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한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인천시가 동구 송현동에서 중구 신흥동을 연결하는 도로 건설을 추진한 것은 지난 1999년.

송도와 청라를 잇는 남북 핵심도로의 필요성에다 지역 균형발전과 주민 생활여건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섭니다.

하지만 도로의 일부 구간이 구도심 한 가운데를 관통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100년이 넘은 개항기 근대 건축물과 헌책방 골목 등으로 유명한 배다리마을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배다리와 쇠뿔마을이 자리한 동구 금창동 주민들은 지역 단절과 소음ㆍ진동 피해, 마을의 역사ㆍ문화 정체성 훼손을 이유로 사업 전면 폐기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해당 구간인 송림로에서 유동삼거리를 잇는 380m의 지하차도 만을 남겨둔 채 지난 2011년 공사는 중단됐습니다.

시가 도로 건설을 위해 이미 투입한 비용이 1천600억 원에 달하지만, 지하차도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만 완공한 채 방치된 겁니다.

그로부터 8년.

시는 7차례에 걸친 민관협의회를 통해 마침내 배다리 지하차도 공사 재개에 합의했습니다.

[녹취/박남춘 인천시장]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던 배다리는 지난 20년간 인천의 대표적 갈등지역이었지만, 오늘부터는 민선 7기 시청철학을 실천하는 대표적 민관협치 사례가 될 것입니다"

시와 주민대책위는 기존 계획대로 지하차도를 건설하되, 인접 주택과 주민들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도로 설계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또 소음ㆍ진동 등의 피해를 막기위해 지하차도 운행속도를 시속 50km로 제한하고, 5톤 이상 차량은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지하차도의 지상부지에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원과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합니다.

[녹취/박남춘 인천시장]
"배다리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도시재생 방식으로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시는 이번 배다리 관통도로 합의를 시작으로 지역의 오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경인방송 한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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