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2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된 익명 기부자의 100만 원 후원금 <사진=수원시 권선2동 행정복지센터 제공>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2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된 익명 기부자의 100만 원 후원금 <사진=수원시 권선2동 행정복지센터 제공>

(앵커)
어려운 우리 이웃에겐 추운 겨울이 가장 힘겨운 계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얼굴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 기부'를 해오는 시민들이 있어,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며 기부가 줄고 있는 만큼 현장의 공무원들은 이 같은 '우렁각시'들의 존재가 더욱 각별하다고 하는데요.


올해에도 나타난 익명의 기부자들을 조유송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고 있는 70대 박모 씨.


지난달(12월) 겨울철 미혼모 한부모 가정 3가구에 "희망을 갖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달라"며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현금 10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과거 자신이 어려울 때 이웃에게 도움을 받아 고마웠다"고 말한 박 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기부를 이어왔습니다.


[인터뷰 / 구운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
"전혀 그분에 대한 신상을 아는 바가 없어요. 어렵게 아이들 키우는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을 도와주셨으면 하시더라고요"


또 다른 익명의 기부자도 라면 20박스와 백미 20포를 배달업체를 통해 파장동에 전달했습니다.


익명의 기부자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씨 성으로 알려진 70대의 한 노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0만 원씩 기부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 정자3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
"집에 환자도 있어서 외부 활동도 못 하시고 누가 아는 것도 싫다고. 저희는 진짜 천사를 만난 것 같아요. 인간의 본연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저희는 고개 숙여서 가실 때까지 인사드려요. 그것밖에 저희가 해드릴 게 없어서"


40년간 매교동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며 8년째 모두 120만 원을 기부한 60대 노인은 오히려 "더 기부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 익명 기부자 문모 씨]
"요즘 다 어렵게 사는데 다 손님들이 도와줘서 나도 먹고살고. 다 감사한데 기부할 수 있으면 많이 하고 싶지. 돕겠다는 마음으로 사는데, 차 한 잔이라도 같이 나눌 수 있으면 그게 행복한 게 아닌가"


20년간 허리에 지병을 앓고 있는 데다 한 달 수입은 50~60만 원에 그치지만, 기부를 이어오는 이유에 대해 묻자 문씨는 "서로 돕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습니다.


경인방송 조유송입니다.

40년간 매교동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며 8년째 기부를 이어온 60대 노인 문모 씨 <사진=조유송 기자>
40년간 매교동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며 8년째 기부를 이어온 60대 노인 문모 씨 <사진=조유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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