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 우리나라 법, 반려동물도 '재산'으로 간주

- 주인 없는 동물에게는 '동물보호법'만 적용

-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동물학대범에 실형 선고

- SNS 통해 동물학대 잔혹성 알려지며 인식전환 이뤄져

- 생명체 학대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 받아야

- 동물학대 엄벌에 처해지는 추세 지속될 것으로 보여

- 동물 이용 축제, 실내체험동물원도 생명존중 차원에서 돌아볼 필요 있어


■ 방송 : 경인방송 FM 90.7MHz <김성민의 시사토픽>
■ 진행 : 김성민 PD
■ 인터뷰 :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 다시듣기: https://bit.ly/37vVfFO

◆ 김성민: 바로 어제(22일)죠. 실종 반려견 ‘토순이’ 살해사건, 이 토순이 살해사건의 가해자가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동물학대에 대해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해서, 더욱 화제가 되었는데요. 최근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학대를 엄벌에 처하자는 여론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 이승기 변호사와 좀 더 깊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승기: 안녕하세요.

◆ 김성민: 변호사님 이번에 실형이 선고된 토순이 살해사건. 어떤 사건이었나요?

◇ 이승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분들에게는 분노가 일어날 만한 사건인데요. 정말 그 수법이 끔찍합니다. 정씨라는 사람인데요. 가해자가. 이 사람이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주택가에서 토순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인근 주차장에 사체를 유기했는데, 머리가 짓이겨져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 김성민: 이 사건 자세히 말씀드리기가 힘들정도로 정말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어요. 가해자에게 어떤 범죄가 인정되거죠?

◇ 이승기: 재물손괴와 동물보호법 위반의 혐의입니다.

◆ 김성민: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를 처벌하는 법이니 알듯한데, 재물손괴 혐의는 어떻게 인정된 건가요?

◇ 이승기: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이나 재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유자가 있냐 없냐가 중요한 거예요. 토순이는 주인이 있는 반려견이었습니다. 그러니 주인이 있는 물건을 손괴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 김성민: 생명체인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것이 과연 맞나 싶네요. 그럼 주인이 없는 동물에게는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건가요?


◇ 이승기: 그렇게 되죠. 동물보호법만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성민: 어쨌든 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재물손괴가 된다는 거네요.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는게 쉽게 공감되지는 않네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동물학대로 실형이 나오는 사례가 드물잖아요. 이번 결정 어떻게 실형까지 선고된 것인가요?


◇ 이승기: 이 사건을 살펴보면 실형의 이유 쉽게 알수 있습니다. 토순이가 길을 잃어서 주인이 찾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해자가 토순이를 자기가 키우려고 잡으려고 했는데, 토순이가 도망치다가 막다른 길에 이르니까 막 짖었어요. 그래서 순간 화가 나 죽였다는 겁니다. 마치 묻지마 범죄처럼, 아무 이유도 목적도 없이 그저 나를 피해다니며 저항했다는 이유로 죽인 거니까. 선처의 여지가 없는 거죠. 그리고 토순이 사체를 보니 가해자가 토순이 머리를 발로 밟아 짓이겨서 형체도 못 알아볼 정도로 하니 그 범행수법도 매우 잔혹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겁니다.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사건인거죠.

◆김성민: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이 많이 있었지 않습니까?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 더 있나요?


◇ 이승기: 이번 토순이 살해사건이 실형이 선고된 3번째 사건입니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됐는데 지금까지 28년간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21일 소위 경의선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의 가해자가 처음으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7일에는 수원지법에서도 50대 남성이 고양이 2마리를 잔인하게 죽인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는데요. 특히 이 사건이 이슈가 된 것이 당초 검찰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를 했는데, 법원이 이를 뒤집고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는 겁니다. 당시 법원은 가해자는 연달아 두 마리의 고양이를 잔혹한 방법으로 죽게 했다며 생명 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며 중형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 김성민: 그렇다면 첫 실형선고가 나오기 이전까지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보통 어떠했나요?


◇ 이승기: 대부분 벌금형이었고, 일부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학대 범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2015~2017년 3년간의 통계만 보더라도 경찰이 수사한 동물학대 사건 575건 중 70건만 처벌됐고, 그마저도 68건은 벌금형이고 2건은 집행유예로 끝났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1년여 동안 길고양이 300마리를 포획해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죽인 남성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분뇨 냄새에 화가 나 반려견의 한쪽 눈을 실명시킨 사람도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미한 처벌이 계속되다 보니까, 아무리 잔혹한 동물학대도 고작 벌금 몇 푼 내거나 집행유예 받으면 된다는 식이 되니까 오히려 동물학대가 큰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만 심어주게 된 거죠.

◆ 김성민: 이번 토순이 살해사건도 그렇구요. 최근 연달아 실형 선고가 나오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 이승기: 인식의 전환이 가장 큽니다.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보게 된 거죠. 동물을 학대하는 게 재물손괴가 아닌 인간 이외의 생명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인식이 전환된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된 게 SNS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SNS를 통해 충격적인 학대영상이 퍼지면서, 그 잔혹성이 알려지기 시작했고요. 그리고 동물보호단체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동물학대 행위자에게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겁니다. 그런 여론이 자연스레 법원의 판결에 반영이 된거고요. SNS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 김성민: 이번 토순이 살해사건 판결, 어떻게 보십니까?


◇ 이승기: 동물은 인간과 같은 생명체입니다. 그런 생명체를 학대하였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죠. 이번 법원 판결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고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진 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걸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동물학대에 너무 관대한데요. 외국은 정말 엄격하거든요. 미국에서는 강아지를 트럭에 매단 채 달린 사람한테 10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폴란드에선 임신한 강아지를 굶겨 죽인 사람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을 생명체로 규정하지 않고 재산 또는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의 현행법과는 달리 독일 민법에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그런 선언적 규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곧 민법 규정이 개정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김성민: 동물보호단체들이 학대받고 있는 동물을 구조하고 싶어도, 동물을 소유하는 주인이 거부하면 구조를 못한다고 해요. 이게 다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법규정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 말구요. 외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각 지방자치단체자체마다 동물을 이용한 축제가 많거든요. 청도 소싸움, 함평나비축제, 평창송어축제 이런 게 대표적인 거죠. 그런데 최근에 강원 화천군에서 매년 열리는 산천어 축제가 동물학대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해요?


◇ 이승기: 예. 매년 겨울 가장 성공적인 축제 중 하나가 바로 산천어 축제였는데요. 이번에 동물보호단체들이 강원 화천군의‘산천어 축제'가 동물 학대라며 화천군수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 김성민: 동물학대라는 입장은 어떤가요?

◇ 이승기: 산천어 축제에 가면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고, 낚싯대를 넣기만 하면 산천어가 바로바로 미끼를 무는데요. 그렇다보니 인기가 많은 거구요. 그런데 인기의 비결을 파해쳐보면 정말 충격적입니다. 산천어 축제 기간이 되면, 각지에 있는 양식장에 있는 산천어를 5일간 굶겨서 그 다음에 풀어놓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미끼를 잘 물고, 힘이 없으니 맨손으로도 잡을 수 있는 거구요. 그게 바로 동물학대라는 거죠.

그리고 동물보호법 8조를 보면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천어 축제가 바로 오락이고 유흥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산천어를 먹기 위해서 잡거나 관상용으로 잡는 게 아니라, 이 산천어들을 잡는 그 과정을 즐기고 놀려고 가는 거니까, 그게 바로 동물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 김성민: 이에 대한 반론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 이승기: 그렇습니다. 축제라는 공익을 위해 산천어를 잡는 거지 산천어를 죽이거나 괴롭히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지역 특유의 문화로도 볼 수 있는 거고요.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투우는 동물학대 논란 이전에 오랜 기간 이어온 스페인의 문화가 되듯 산천어 축제도 그 지역 문화라는 겁니다.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중요한데 산천어 축제가 17년간 지속되면서 강원도 화천지역 경제 유발 효과가 1300억 원이 넘는다는 통계가 잇습니다. 보통 축제기간에만 100만 명 정도의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모이는데 이 화천군의 인구 전체가 2만 6000명 정도인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거죠.

그렇다보니 산천어 축제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생계와도 직결됩니다. 강원도 산천 지역이 노인 인구가 많은데 겨울철 농한기에는 마땅한 벌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축제기간이 되면 관광객이 몰려오니 주변의 음식점이나 숙박업도 굉장히 활성화가 되고, 전국에서 산천어를 가져오다 보니까 그것을 양식하시는 어업에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 김성민: 양쪽의 이야기 모두 일리는 있네요. 요약해 보면 산천어 축제를 반대하는 측은 동물권을, 찬성하는 측은 지역경제 활성화나 문화적 측면을 중시하는 것 같아요. 변호사님 의견은 어떠세요?


◇ 이승기: 참 딜레마인거죠. 동물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그 무엇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그리고 동물과 관련된 축제들이 단순히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나 역사적 측면하고도 관련되어 있거든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생명에 대한 존중이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생명을 존중하면서 축제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절충적인 방향으로 가야겠죠. 우리가 일반 낚시하는 사람에게 동물학대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이번 산천어 축제도 산천어를 잡는 것보다는 산천어를 5일간 굶겨서 풀어놓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이런 요소들을 개선하는 식으로 해서 축제를 이어가는게 현명한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성민: 그럼 고발당한 강원도 화천군수는 어떻게 될까요?


◇ 이승기: 동물학대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런데 산천어 축제가 앞으로도 계속 동물학대 논란이 있을 거니까, 이전처럼 축제를 계속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지역경제를 무시할 수도 없고. 방금 말씀드린대로 산천어를 5일 굶기는 것 같은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식으로 해서 축제를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김성민: 아이들 교육에도 안 좋을 것 같아요. 산천어를 잘 잡게 하기 위해 5일동안 물고기를 굶긴다. 이걸 아이들이 들었을 때 어떻게 생각을 하겠습니까. 최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실내체험동물원에 대해서도 동물학대 논란이 있지요.


◇ 이승기: 실내체험동물원 취지는 참 좋아요. 도시에서 동물과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가보면 동물들이 좁은 우리안에 갇혀 있는데 야생동물들이 생활하기에 적절한 사육환경이 아닙니다. 그리고 동물들이 관람객과의 원치 않는 접촉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다 보니까 극도의 공포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되고 질병에도 취약해지는 겁니다. 사람들이 계속 만지고 먹이도 끝없이 주고, 좁은 실내에서 햇빛도 잘 못보고 사람들의 소음에도 시달립니다. 그렇다보니 동물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고 거죠.

◆ 김성민: 해결책이 있을까요?

◇ 이승기: 관련법으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이 있는데 이 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합니다. 우선 등록제인 동물원법을 허가제로 전환해 유사 동물원의 난립을 금지하는 게 가장 시급합니다. 그리고 동물들이 생태적 습성을 잃지 않도록 종별 적정한 사육환경 기준을 명시하고 정부에서도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 김성민: 어떤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동물을 학대하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아이들을 학대하고 사람의 생명도 존중하지 않는 그런 문화가 펼쳐진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어요.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리엘파트너스 이승기 변호사였습니다.

◇ 이승기: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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