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탐욕의 대상이 되면 문학계와 독자 모두 망해"

- 이상문학상 탔다고 자기 작품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현실

- 이상문학상 독소조항에 작가들 절필 선언 이어져

- 한 달만에 내놓은 문학사상사 사과, 진정성 의심

- 개선책 내놨지만 여전히 저작권 침해 조항 있어

- 작가들에 대한 저작권 침해와 부조리 극대화 된 상태


■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
■ 진행 : 김성민 PD
■ 인터뷰 : 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회 정우영 시인

* 다시듣기 : https://bit.ly/37hSYNR

◆ 김성민 :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학상 중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았던 상이 있습니다. 바로 시인 이상의 이름을 딴 ‘이상문학상’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저작권을 침탈한다.’, ‘문화계의 깜깜한 그들만의 리그다.’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문제, 문학계의 쌓여있는 고질적인 병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텐데. 이 문제에 대해서 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회 정우영 시인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정우영 : 안녕하세요. 정우영입니다.

◆ 김성민 : 예전에는 매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발표가 되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구매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어요. 먼저 이상 문학상은 어떤 상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겠습니까?

◇ 정우영 : 네. 말씀하신 대로 이상 선생을 기려 제정된 문학상인데요. 1977년에 당시 문학사상 주간이었던 이어령 선생이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김성민 : 네. 그렇군요. 최고 권위를 인정받았었고, 매년 저 같은 사람들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구매해서 읽기도 했었어요.

◇ 정우영 :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죠.

◆ 김성민 : 그렇죠.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글을 써야하는 작가들이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를 향해서 전원 업무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어요. 업무 거부라고 하면 작가들이 글을 안 쓰겠다고 하는 건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까?


◇ 정우영 :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면 말씀하신 것처럼 작품집을 내게 되는데 이상 문학상을 운영하는 문학사상사에서 이 작품집을 내게 될 때 독소조항을 계약서에 집어넣은 거예요. 이런 건데요. 이상문학상 대상 뿐 아니라 우수한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며, 수상작을 개인의 작품집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 이런 조항입니다.


◆ 김성민 : 네. 그래요?


◇ 정우영 : 네, 이에 대해서 작가들이 부당하다고 얘기하고 문학사상과 관련된 청탁이나 이런 것은 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서 시작됐죠.


◆ 김성민 : 3년 동안 문학사상사한테 작가들의 저작권이 그대로 넘어가 있게 되는 거네요?


◇ 정우영 : 그렇죠.


◆ 김성민 : 그리고 자기 작품인데도 자기 작품집에 실을 수 없어요?


◇ 정우영 : 작품에 실을 수 있는데 우수상이나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은 본인이 작품집을 내게 될 때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거죠. 가장 뛰어난 작품인데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거죠. 이건 저작권 위반입니다.


◆ 김성민 : 문제가 있기는 많이 있네요.


◇ 정우영 : 문제죠. 자기 작품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 김성민 : 자기 작품을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 많은 작가들이 절필 선언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수상 거부에도 동참을 하고 있고 어떤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까, 지금?


◇ 정우영 : 먼저 이 문제는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김금희 소설가가 문제를 제기했고요. 이어서 이기호, 최은영 등 최근 각광받는 소설가가 동조했습니다. 급기야는 이전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소설가가 절필 선언을 한 거죠. 치욕을 견딜 수 없다고 하면서.


◆ 김성민 : 우리 문학계에 다 소중한 분들인데 절필 선언까지 갔으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거예요.


◇ 정우영 : 그렇죠.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성민 :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서 문학사상사 대표가 공식 사과문과 함께 개선책을 내놓기는 했나요?


◇ 정우영 : 사과문을 발표를 했어요. 좀 늦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작가들의 질타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이고요. 앞에 말씀드린 독소 조항을 출판권 설정 계약서로 바꿔서 1년 동안 유지하겠다. 또 작품 표제작 규제도 1년간 가능토록 한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사과문을 한 달 만에 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고, 또 1년 동안 저작권을 유지한다는 것. 또 표제작 규제도 1년만 가능토록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저작권 위반 상황입니다.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거든요. 출판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 김성민 : 그런데 문학사상사 측에서는 ‘최소한의 문학상 운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조치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정우영 : 출판사에서 부득이한 조치라고 얘기하지만 그것이 저작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가 계약서상에 양해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있는 거죠. 만일에 수상작으로 선정이 됐는데 작가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취소할건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죠. 그래서 작가에게 먼저 위임된 상황, 저작권 권리를 인정하고 그 뒤에 해당되는 조치를 해야 하는 거죠.


◆ 김성민 : 그런데 이게 단순하게 이상문학상만의 문제가 아닐까 싶을까 싶어요. 이상문학상 사태에 본질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 정우영 : 지금 이건 말씀드린 것처럼 저작권 권리에 따른 충돌이거든요. 출판사의 이득추구하고 작가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충돌한 건데요. 그동안에는 작가 인권이자 기본권인 저작권 침해 사례가 굉장히 빈번했습니다. 그런데 작가들이 다 관행적으로 이를 용인해왔는데 이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부조리가 극대화 된 상태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작가들의 자각과 반성이 마침내 이와 같은 부조리에 관행적 부조리에 저항한 그런 결과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성민 : 또 한 가지 짚어봐야 할 것이 우리나라, 한국의 문학상의 권위가 추락했다는 지적이에요. 이 문학상들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요?


◇ 정우영 : 문학상의 권위는 굳이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 듭니다. 왜냐면 문학이 차지하는 예술적 영향력이 예전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데다가 또 아시는 것처럼 문학상이 수백 개가 되거든요. 그래서 희소성과 가치에서도 굉장히 문학상이 헐거워진 상태입니다. 또 문학사상사처럼 문학상을 장삿속으로 운영을 하려다 보니까 독자들도 이를 모를 리가 없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이지만 문학상 제도가 작가 선양이라는 본래의 뜻을 좀 잘 살려서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성민 : 한편으로 또 생각이 드는 것이 예전에도 문학계에서 이런 불공정한 일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당시에는 대범하게 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유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 정우영 : 문학상이라고 하는 것은 말씀드린 것처럼 작가의 선양이기도 해서 권위를 갖게 되는 거거든요. 또 지금까지는 대형 출판사들의 문학상 운영에 작가들이 좀 눌렸기도 했죠. 기세에 눌려서 발언을 못했다고 볼 수도 있고요. 또 무엇보다 작가들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투철하지 못했어요. 지금이야 이제 발표회장이 다변화되고 그래서 독자들과의 소통 기회도 널려있고 그렇지만 그 전에는 출판사 아니고는 발표하기조차 힘들었잖아요. 웬만해서는 대형 출판사에 대들 수가 없는 그런 구조였다고 볼 수 있죠.


◆ 김성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성은 곧 상업성이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문학상 시장에서는 무명작가의 좋은 작품보다는 더 많이 팔린 유명작가의 신작만 주목하는 현실이거든요. 이거는 어떻게 보십니까?


◇ 정우영 : 제가 문학 시장에 대해 뭐라고 할 만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못한데요. 유명 작가들이 다 시장을 장악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명 작가들도 처음에는 다 무명으로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최근에는 유명 작가의 유명세보다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시장을 좌우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출판사의 유명 작가 선호도는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왜냐면 유명작가들은 기회비용을 덜 들이고 성공할 수 있는 우선적인 방책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신인들의 작품을 널리 소개할 수 있는 서평 문화 이런 것들이 널리 알려지는 게 아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사토픽에서도 신진작가들 인터뷰도 좀 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


◆ 김성민 :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저희도 그런 점들 준비를 잘해서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 정우영 : 네. 고맙습니다.


◆ 김성민 :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문학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겠어요. 어떤가요?


◇ 정우영 : 문학상 제도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가와 작품을 선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이 탐욕의 대상이 되면 문학인도 그렇고 문학계도 그렇고 독자들도 그렇고 다 망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계기를 빌어서 저작권에 대한 자각이 작가와 출판사 독자들까지 멀리 퍼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김성민 : ‘문학이 탐욕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 중요한 말씀 해주셨네요. 마지막으로 청취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정우영 :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의 문학인들은 문학을 시대정신에 담아서 혼신에 힘을 기울여서 쓰고 있거든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세계인을 감동시킨 것처럼 저희 한국 문학의 저력과 기상도 저는 이에 못지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온몸을 사르며 글과 분투하는 작가들에게 응원해주시고, 또 작품집도 최대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김성민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정우영 : 네. 고맙습니다.

◆ 김성민 : 네. 지금까지 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회 정우영 시인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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