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 법무법인드림 변호사
엄윤상 법무법인드림 변호사


■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
■ 진행 : 김성민 PD
■ 인터뷰 : 엄윤상 법무법인드림 변호사

* 다시듣기 : https://bit.ly/2SD5fal

◆ 김성민 : 법으로 보는 시사 시간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엄윤상 변호사 나와주셨습니다. 어서오세요.

◇ 엄윤상 : 안녕하세요.


◆ 김성민 :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 엄윤상 : 최근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논란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 사건이 있습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인데요, 오늘은 법무부의 비공개에도 불구하고 모 신문사가 입수해서 공개한 검찰의 공소장을 중심으로 이 사건의 쟁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김성민 : 기존에는 국회가 요구하면 법무부가 공소장을 공개해왔지요?

◇ 엄윤상 : 네. 그렇습니다. 공소장은 검사가 피고인의 죄명과 구체적 범죄 사실 등을 기재해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로 기존에는 국회가 요구하면 공개해왔습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공소장은 비공개하기로 결정하고, 71장 분량을 단 3장으로 요약해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많은 논란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성민 : 그렇다면, 법무부가 이 사건에 대해 비공개를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엄윤상 :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형법에 피의사실 공표 금지 조항이 있고, 이에 법무부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에 근거한 비공개 결정이 국회법 등 상위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을 들어 반박한 겁니다.

◆ 김성민 : 이에 대해서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정의당 등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 엄윤상 : 법무부의 계속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청와대 전직 주요 공직자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명예 및 사생활 보호나 피의사실 공표 우려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이미 기소가 된 사안인 만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호는 법무부가 아닌 재판부의 역할"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의당도 "노무현 정부 때부터 15년 넘게 공소장 전문을 공개해 왔다"면서 "이번 결정은 타당성 없는 무리한 감추기 시도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법무부 결정에 유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대통령의 연루 정황을 밝혀야 한다"면서 '대통령 탄핵' 을 언급하고 추미애 장관을 업무방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는 등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소장 공개는 최소한에 그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상의 대원칙이고, 공소장이 공개되어 여론의 심판을 받고 난 뒤 무죄판결을 받아도 이미 범죄자로 낙인 찍혀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 김성민 : 그렇군요. 그래도 한 일간지에서 공소장이 공개된 이상 그 내용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겠는데...쟁점별로 살펴볼까요? 먼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어떻게 기소된 건가요?

◇ 엄윤상 : 공개된 공소장에는 '송철호 울산시장 만들기'를 위해 경쟁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의혹을 수집하고, 경찰이 표적수사를 벌이는 데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자세히 적시했습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과 측근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김기현 전 시장을 제압하기 위해 김 전 시장과 주변 인물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각종 비위 정보를 수집·정리했다고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공소장엔 송 시장이 2017년 9월 20일 울산 남구의 한 식당에서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을 만나 '김기현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이어 송 부시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문해주 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해결책이 없느냐'고 문의했고, 문 행정관은 '김 시장과 측근의 비리를 문서로 정리해달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송 부시장은 '울산광역시장 비리개요'란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전자우편으로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전달받은 이 문건을 재가공해 확연히 다른 '범죄첩보서'를 생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면 '골프를 쳤다'는 '골프 접대를 받고 금품을 수수하였다'로 김 전 시장에게 불리하게 내용을 변경했다는 것입니다.

◆ 김성민 : 문 전 행정관은 이렇게 생산된 범죄첩보서를 어떻게 처리했다는 건가요?

◇ 엄윤상 : 문 전 행정관은 이렇게 생산한 범죄첩보서를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검찰은 이 범죄첩보서가 민정비서관실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만들어졌고, 송 시장 측이 선거에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백 전 비서관이 알았다고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전 비서관이 내용 진위를 확인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고 경찰에 하달해 수사에 착수하게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다만 본인이나 민정비서관실에서 직접 하달 할 경우 향후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 비위 정보 수집·하달 권한이 있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이미 수사 진행 중인데 경찰이 밍기적 거리는 것 같다. 엄정하게 수사 받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박 전 비서관은 심각한 위법임을 인지했지만 청와대 입지가 굳은 백 전 비서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경찰에 하달했다고 검찰은 봤습니다.

백 전 비서관의 수사 개입이 의심되는 정황도 공소장에 적시됐습니다. 백 전 비서관은 2018년 2월에서 3월 무렵 박 전 비서관에게 '울산 지역 경찰들이 검찰에서 영장을 무리하게 기각해서 수사를 진행하는데 불만이 많다'면서 경찰 수사를 도와달라는 취지를 울산지방검찰청 관계자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해 박 비서관은 이를 전했다는 겁니다.

◆ 김성민 : '공약 지원'을 통한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적시되어 있다고요?

◇ 엄윤상 : 네. 그렇습니다. 검찰은 김기현 전 시장의 주요 공약이었던 '산재모 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가 늦춰진 배경에도 송철호 시장쪽의 '청탁'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은 2017년 10월 11일경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환석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나 산재모 병원의 예타 통과 가능성을 물었다고 합니다. 이에 장 비서관은 '산재모 병원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공공병원을 추진하는 게 더 낫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합니다.

이에 송 시장은 장 행정관에게 '공공병원 공약이 구체적으로 수립될 때까지 산재모 병원에 대한 예타 결과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했고, 장 행정관은 이를 수락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송 시장은 그 직후 청와대를 방문해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에게도 같은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 김성민 : 공소장에는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선거 불출마를 대가로 공기업 사장 등을 권한 정황도 담겨있다고요?

◇ 엄윤상 : 네. 그렇습니다. 공소장을 보면, 임동호 전 최고위원은 2017년 6월 더불어민주당 내 이른바 '86학번 모임'의 저녁 자리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최고위원이 끝나면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답니다.

그해 10월에는 송철호 캠프 쪽에도 "오사카 총영사·과기부 차관·상위 10대 공공기관장 등을 원하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또 임 전 위원은 2018년 1월 하순께 청와대를 방문해 한병도 수석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문의했고, 한 수석은 "오사카 총영사는 외교부가 반발하니 고베 총영사나 공공기관장은 어떠냐"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에 임 전 위원이 울산시장 출마를 강행하자, 출마선언 기자회견 하루 전날인 2018년 2월 12일 한 수석이 임 전 위원에게 전화해 "울산에서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에 하나를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또 한 수석의 지시로 인사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임 전 위원에게 "어느 자리로 가고 싶은지 알려달라"고 전화를 했다는 게 검찰이 판단한 공소장의 내용입니다.

◆ 김성민 : 그 밖에 다른 내용도 있나요?

◇ 엄윤상 : 대통령을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별도의 분량을 할애해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강조하고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이 스스로를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세력과 동일시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특정후보자의 편에서 선거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공소장에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고 적었습니다.

◆ 김성민 : 공소장 내용만 보면 상당히 중대한 범죄처럼 느껴지는데요. 이에 대해 변호인들이 의견을 냈지요?

◇ 엄윤상 : 네. 그렇습니다. 지난 화요일에 입장문을 내서 조목조목 반박했는데요,

"하명수사 건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 공모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호인들은 "이른바 첩보문건이 작성돼 울산지방경찰청으로 하달된 2017년 10월에서 12월 사이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및 문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 백 전 비서관, 백 전 비서관 및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황 전 청장과 송 시장 사이에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공모 의사가 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을지, 그 증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선거공약 관련 건과 경선 후보에 대한 공직 제안 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공소장은 사실관계부터 실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선거공약 관련 건에 대해선 "장 전 선임행정관이 언론보도와 같이 송 시장 등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잠시 만나 울산 지역 현안에 관해 대화를 나눈 사실은 있지만, 산재모병원의 예비타당성 통과 가능성이나 발표 연기 등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선 후보에 대한 공직 제안 건을 두고선 "한 전 수석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였던 송 시장뿐 아니라 다른 캠프관계자 누구도 전혀 알지 못했고, 접촉한 사실 또한 없다"면서 "송철호 선거캠프에서 한 전 수석을 통해 임동호 후보의 선거출마를 좌절시키려 했다는 공소장의 사실관계부터가 실제와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찰은 범죄혐의자를 처벌해야 하니까 공소장을 과대포장해서 기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의자에게 유리한 내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불리한 내용만 기재하니까 실제 사건 내용에 비해서 중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말입니다. 이 사건 공소제기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정치적 목적으로 과대포장 되었다면 국민을 현혹시킨 점에 대해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 김성민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엄윤상 변호사였습니다.


◇ 엄윤상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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