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 법무법인드림 변호사.
엄윤상 법무법인드림 변호사.

■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
■ 진행 : 김성민 PD
■ 인터뷰 : 엄윤상 법무법인드림 변호사

* 다시듣기 :https://bit.ly/3duvBES

◆ 김성민 : 법으로 보는 시사 시간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엄윤상 변호사 스튜디오에 나와주셨습니다. 어서오세요.

◇ 엄윤상 : 안녕하세요.


◆ 김성민 :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 엄윤상 : 이른바 텔레그램의 n번방, 박사방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은 이 사건과 관련해서 이러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거나 이를 소지한 자들에 대한 처벌 규정 및 신상공개 여부와 지금까지 유사한 범죄에 대해 외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처벌이 내려졌는지 등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성민 : 이 사건은 피해 여성들을 협박해서 성착취물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건가요?

◇ 엄윤상 : n번방 운영자들이 이러한 성착취물을 만드는 수법은 트위터에 자신의 노출 사진을 올리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접근하여 경찰을 사칭해 음란물 유포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이를 부모님 및 학교나 주변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거나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등으로 더 높은 수위의 성착취물 제작을 강요하였다고 합니다.

◆ 김성민 : 네. 정말로 끔찍하고 참담함이 느껴지는 사건인데요. 특히 해당 범죄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벌어졌기 때문에 n번방 운영자 및 가입자 등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선 이번 박사방 운영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범죄에 해당이 되나요?


◇ 엄윤상 : 네. 이 사건 관련해서 서울중앙지법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행위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영리 목적의 판매·배포·소지 등에 대해서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씨는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행위 및 이러한 음란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 등의 행위를 하였으므로 아청법에 따라 처벌받게 될 것이고, 한편으로 피해 여성들을 협박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으므로 형법상 강요죄에도 해당합니다.

◆ 김성민 : 그런데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직접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한 게 아니고 아동 청소년을 협박·강요해서 스스로 신체·사진 영상을 촬영하게 한 것이라는 점에서 조씨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문제가 되지 않나요?

◇ 엄윤상 : 네, 그러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최근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에게 스스로 음란행위를 하게 하고, 촬영까지 시킨 행위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인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에 해당한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박모씨는 2017년 당시 18세 미성년자에게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 접근해서 ‘분실한 동아리회비 68만원을 주겠다’며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을 찍으라고 지시하고 이 동영상 6편을 전송받아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했다는 혐의로 기소 됐습니다. 박씨는 재판 중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제작’ 부분에 대해 위헌제청신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는데요. 헌재는 이 부분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헌재는 “‘제작’의 의미는 객관적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촬영해 재생 가능한 형태로 저장할 것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등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피해자인 아동·청소년의 동의 여부나 영리목적 여부를 불문한다. 또한, 해당 영상을 직접 촬영하거나 기기에 저장할 것을 요하지도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도 비슷한 취지로 박씨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직접 면전에서 촬영하지 않았어도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기획하고 촬영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 지시를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에 해당한다”며 “촬영을 마치고 재생가능한 형태로 저장된 때 제작은 기수에 이른다”고 판단했습니다.

◆ 김성민 :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n번방에 들어가려면 수십만원대부터 수백만원대까지 입장료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운영자뿐만 아니라 이러한 가입자들도 처벌이 가능한가요?

◇ 엄윤상 : 현행법상 성인 성착취물을 촬영·배포하지 않고 소지만 한 경우는 처벌 조항이 없고,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소지했을 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한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촬영 당시에는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법상 이러한 성착취물을 단순 시청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텔레그램은 시스템상 사진과 영상을 확인할 시 파일이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미성년자 관련한 음란물 소지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고요, 만약 이러한 성착취물을 유포했다면 성인 여부와 관계없이 ‘비동의 유포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방에 들어가 특정 촬영물을 요구했을 경우 교사범으로 처벌받거나 이러한 성착취물 촬영 행위 등이 강요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입장료를 주고 시청하였다면 방조범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김성민 : 네.과거 음란물 관련해서 ‘소라넷’이라는 사이트가 한때 회원이 100만명이 넘을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음란물 포털로 자리 잡았다가 2016년에 폐쇄됐고요, 그 후 제2의 '소라넷'이라 불린 AVSNOOP은 이라는 사이트가 2017년에 폐쇄되었는데요. 'AVSNOOP' 역시 '소라넷'과 마찬가지로 음란물, 유흥업소 정보, 성인방송 등 카테고리별로 수많은 음란물이 게재돼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사이트 운영자가 처벌받았는데 당시 형량이 어떻게 됐나요?

◇ 엄윤상 : AVSNOOP 운영자 안모씨는 처음에는 사이트를 무료로 운영하다가, 회원이 늘자 2014년 12월 유료로 전환했는데요, 그는 회원들이 상품권이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결제를 하면 등급을 높여주고, 더 많은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습니다.

그리고 결제하지 않더라도 음란물을 올리면 포인트 적립 수치에 따라 등급을 상향시켰고, 회원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음란물을 올렸습니다.

그 결과 안씨의 사이트에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포함해 모두 46만여 건의 음란물이 게시됐고, 사이트 방문자는 점점 늘어 나중에는 일 방문자만 12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회원 수도 100만 명이 훌쩍 넘었습니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안씨는 처벌을 받았는데요, 법원은 ‘피고인은 3년여 동안 아동음란물을 비롯한 수많은 음란물이 유포되도록 해 여성과 아동을 성적으로 왜곡, 사회에 미친 해악이 크고 범행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도 상당해 죄질이 나쁘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별다른 전과가 없으며 피고인이 직접 음란물을 게시한 것은 아닌 점, 사이트 검색기능에 금지어를 설정하는 등 아동음란물이 올라오는 것을 막고자 나름 노력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안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함께 범죄수익 3억 4천만 원에 대한 추징을 선고했습니다.

◆ 김성민 : 네, 통신매체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음란물 및 성착취물의 유통경로를 새롭게 만드는군요. 그리고 형량이 생각보다 약한 것 같네요. 만약 소라넷, AVSNOOP 운영자 등이 강한 처벌을 받았다면 지금의 텔레그램 ‘n번방’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외국의 경우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경우에 처벌 수위가 높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 엄윤상 : 이러한 운영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에 있어서 외국과 우리나라는 많은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던 한국인 운영자 손모씨에게 우리법원은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바 있는데요,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외국 피의자들 보다 실제 운영자였던 손 씨의 형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손씨가 운영한 다크웹인 ‘웰컴 투 비디오’는 회원수만 128만 명에 이르고, 유통된 불법 아동 포르노는 22만 건에 달하였습니다.

손씨는 이 다크웹을 운용하면서 이용자들에게 315비트코인, 한화로 약 4억 원을 챙겼고 검거된 후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은 이 사이트 관련해 공조 수사를 벌이면서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는데요, 미 법무부는 역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기에 포함된 미국, 영국 등 피의자들의 실명과 형량을 공개했는데 운영자였던 손씨에 비해 형량이 매우 무겁습니다.

이 명단에 포함된 영국인 카일 폭스는 아동 성폭행 및 영상 공유 혐의로 22년 형을 선고받았고요, 리처드 그래코프스키는 1회 다운로드와 1회 접속 시청으로 징역 70개월과 보호관찰 10년형이 선고됐고요, 미국의 마이클 암스트롱과 자이로 플로레스 등은 아동 포르노물을 입수하고 소지한 혐의로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주마다 다르지만, 미국에서 아동포르노제작은 최소 1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으며, 상업적으로 유통한 경우엔 최소 5년에서 20년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가족부 조사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불법 촬영 및 유통을 포함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중 64.2%가 집행유예를 받았고,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6.4%에 불과하고요, 징역형이 내려지더라도 평균 형량은 1년 7개월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는 외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 김성민 : 네.우리나라도 이러한 범죄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n번방 사건 관련해서 23일 오전 기준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 참여인원 수백만명을 기록했고, 결국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얼굴을 공개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역시 수백만명이 청원에 동의해 역대 최다 청원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을 두고 벌어진 국민적 공분의 크기를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상공개의 근거 및 가능성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엄윤상 : 이번 사건 관련해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라고 하면서 ‘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외부 위원 4명과 내부 위원 3명, 총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다수결로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에 경찰이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가 됩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죄피의자의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의 기준에 따라 공개여부가 결정되었는데요, 피의자 신상공개 규정은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며 2010년 4월에 신설되었습니다. 강호순 사건 당시 관련 조항이 없었음에도 언론을 통해 강호순의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면서 명확한 기준의 필요성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후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의 얼굴과 사진이 처음 공개되었고, 지난해 여름 제주도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고유정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 신상공개 결정이 있는 등 지금까지 범죄피의자 21명의 신상이 공개되었습니다.

◆ 김성민 : 그러면 위원회에서 신상공개 결정을 하면 피의자는 얼굴을 공개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엄윤상 : 경찰이 신상공개를 해도 피의자가 스스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거부하면 경찰이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신상공개 피의자 얼굴 공개시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고개를 들어라’정도의 권고만 가능한 셈입니다.

◆ 김성민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엄윤상 변호사였습니다.

◇ 엄윤상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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