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시사]'뉴노멀과 재판' - 엄윤상 법무법인드림 변호사


■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

■ 진행 : 김성민 PD

■ 인터뷰 : 엄윤상 법무법인드림 변호사


◆ 김성민 : '법으로 보는 시사' 시간입니다. 법무법인 드림의 엄윤상 변호사 나와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 엄윤상 :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인기입니다. 최근 전화로 진료나 처방 등을 하는 원격의료 허용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법조계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와 관련하여 원격영상재판, 전자소송, 인공지능 등이 앞으로 법조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성민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산업현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지요. 법조계도 전염병 예방과 확산을 막으면서 국민의 사법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고 각종 분쟁도 해결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언택트(Untact) 시스템이 각광 받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대표적인 사례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엄윤상 : 국제중재업무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국제중재업무가 기존에는 중재인과 사건대리인이 비행기를 타고 중재국으로 넘어가서 직접 마주보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최근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마저 어려워졌잖습니까? 그러다보니 국제중재업무가 마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패널 전원이 각국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이용해 심리에 참여하는 ‘화상중재(Virtual arbitration)’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가 개최한 첫 화상중재 모의심리(Mock hearing)에는 전 세계 30여개국 전문가들이 접속할 정도로 국제적 관심을 받았고, 각국 중재기관으로부터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언택트 방식은 전염병 감염의 우려가 없고 편리할 뿐만 아니라 비용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이미 충분한 관련 인프라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이미 주요 로펌에서는 화상회의와 원격 웹세미나인 ‘웨비나’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고, 로스쿨도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염병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코로나19와 같은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전염병이 더 자주 출몰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언택트 뉴노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성민 : 우리나라는 이미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법률이 있다고 알고 있고요. 대법원은 4월 7일에 변론준비절차를 ‘영상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민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요. 이러한 원격영상재판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엄윤상 : 1995년에 제정된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은 법관·당사자·증인 등 재판관계인이 교통불편 등으로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에 동영상 및 음성을 동시에 송신·수신하는 장치가 갖추어진 다른 원격지의 법정에 출석해서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입니다.

그리고 이 법률상 원격영상재판의 적용범위는 모든 사건이 아니라, 소액사건심판법의 적용을 받는 민사사건과 화해·독촉 및 조정에 관한 사건, 2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나 과료에 처할 즉결사건 등 시·군 법원의 관할사건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재난 등 상황에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원격영상재판 방식으로 변론준비기일을 열기 위한 요건 및 절차 등을 정하기 위해서 민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 하였는데요.

주요내용은 재판장 등이 기일 외에서 당사자와 일정한 협의를 하는 경우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재판장 등이 모든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하여 변론준비기일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김성민 : 현재까지는 원격영상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일정한 사건에 한해서 인정되고, 대법원이 입법예고한 사항도 변론기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변론준비기일에 대한 사항이군요.

그런데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소속 판사 회의를 통해 원격영상재판 활용 개시를 결정하였고, 일부 재판기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일에 영상재판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하던데요. 이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 엄윤상 : 회생법원이 원격영상재판 진행 방침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중순, 법원 내에 영상재판 심문실 두 곳을 만들었고, 이번 달까지 4개의 영상재판 심문실을 추가로 완공하여 일부 재판기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일에 영상재판을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영상재판 활용이 결정된 이후 현재까지 파산 선고, 이해관계인 심문, 대표자 심문 등 총 3회의 영상재판이 진행되었고요. 회생법원 관계자는 “관계인집회 등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기일에는 영상재판 활용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영상재판을 가능한 한 널리 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 김성민 : 다양한 기일에 영상재판을 활용하겠다는 회생법원의 이번 방침은 다른 법원들의 앞선 권고와 적용 범위가 다른 것 같은데요?

◇ 엄윤상 : 코로나19 확산세가 컸던 지난 3월에 서울고등법원은 변론준비절차에 한해 영상재판을 활용하라고 소속 민사재판부에 권고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시 민사재판의 변론준비절차에 영상재판 방식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형사재판을 제외한 민사재판 일부 과정에만 영상재판이 활용 가능한 반면, 회생법원에서는 재판 과정 대부분에 활용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김성민 : 현재 모든 산업이 IT기술의 발전과 발을 맞추어 비대면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법률시장도 이러한 변화에 발을 맞출 필요가 있고 이미 전자소송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현재 법률시장의 준비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 엄윤상 : 현재 법률 서비스 시장 중 특히 송무 분야의 경우 대부분 클라이언트가 지인의 소개나 광고를 위한 블로그, 홈페이지 등에서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 형태의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하여 대면 상담을 진행하고 위임계약을 체결하면 비로소 변호사가 송무 절차를 진행하는 전형적인 ‘대면 서비스’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매년 법원 접수사건 중 약 5% 정도만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약 95%는 변호사의 도움 없이 당사자가 직접 진행하는 소위‘나홀로 소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2010년 4월에 처음 시행된 ‘전자소송’은 국민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으로 실제 민사소송 대부분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자소송은 굳이 법원을 직접 찾아간다거나 문서를 출력해서 종이문서를 접수한다거나 하지 않아도 전자로 소장 및 서면을 접수할 수 있어서 이용할 줄 알면 참 편리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의 경우 사용방법이나 소송의 절차 전반을 이해하고 전자소송 시스템을 활용하기란 사실상 어렵습니다. 결국, 전자소송 사용자의 대부분이 변호사라는 점에서 아직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대응이 느린 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김성민 : 그런데‘나홀로 소송’비율이 95%나 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엄윤상 : 법률 서비스의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날 수 있는 시간적·장소적 한계,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소송비용에 대한 갭이 너무 큰 상황에 기인한다고 생각됩니다.


수요자인 국민들 입장에서는 일상에서 필요한 법률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수요는 항상 존재하여 왔는데, 적정한 가격의 변호사 법률 서비스가 접근 가능하지 않아 굳이 법적 도움을 구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소비자는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반면, 공급자는 일정 액수 이상의 금액을 받기를 원하면서 그 중간 영역대의 법률 서비스는 불법적으로 사무장이 처리하거나, 유사 직역에서 지하시장으로 메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 김성민 : 현재 변호사 수가 상당히 많아져서 변호사 비용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았나요?


◇ 엄윤상 : 공급자인 변호사 입장에서도 변호사 수가 현재 거의 3만명에 육박함에 따라 수요 공급의 법칙상 수임료 가격 하락 압박을 받지만, 사무실 임대료와 사무직원 인건비 등 소요비용을 고려하면 법률시장에서의 1건당 선임 금액에 대해 마지노선이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 원칙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이 비대면 서비스라 생각되고요,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는 법률시장의 업무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보수적이고 정체되어 있는 법률 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성민 : 대법원이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고 하는데요. 디지털 법원 실현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기반 체계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인프라를 전격 도입하고, 분산된 재판사무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해 권역 DB 인프라도 구축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엄윤상 : 한국 재판사무·전자소송 시스템은 1999년 이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시스템 복잡도가 심각하고 노후화와 비표준으로 신기술 등을 수용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했는데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사업은 최신 ICT기술 접목을 통해 사법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함이고, 일명 스마트법원 4.0 프로젝트로 불리고 있고요. 법원행정처 계획에 따르면 2024년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약 2500억원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차세대전자소송 추진단을 꾸렸고 올해 본격적인 시스템 전환에 착수합니다. 현재 재판사무·전자소송 시스템은 95개 시스템이 산발적으로 개발·운영되고 있는데, 시스템간 수백개에 달하는 호출 관계가 존재해 빈번한 장애가 발생하고 원인 해결도 어렵습니다.


법원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서버 과부하 방지를 위해 제출파일 용량을 10메가바이트로 제한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소송관계인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로 전환해서 전자소송서비스 장애를 최소화한다고 합니다. 대용량 전자문서의 빠른 유통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 하고, 노후된 재판 사무시스템 구조도 모두 개선한다고 합니다.



◆ 김성민 : 특히 현재 전자소송 시 서류제출하는 것이 복잡하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부분도 개선이 되겠지요? 또한 모바일 전자소송 서비스도 도입한다고요?


◇ 엄윤상 : 그렇습니다. 현재 기관방문 발급 또는 인터넷 발급 후 스캔해 제출하는 전자소송 등록 방식을 사법정보공유센터를 통해 전자적 소송서류 연계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사업이 완료되면 국민들은 현재 12개로 나눠진 사법정보 채널을 단일화한 ‘사법통합민원포털’을 통해 법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각종 서류를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모바일 전자소송 서비스도 상용화할 계획인데요. 향후 모바일 서비스는 소장, 각종 신청서 등 문서제출과 제증명 발급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인터넷 전자소송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도록 플랫폼 고도화작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 김성민 :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앞으로 재판을 받는 국민들의 편의와 재판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 같네요.


◇ 엄윤상 :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이 24시간 소송절차부터 사건진행 상황을 안내하는 ‘지능형 나홀로 소송’도 도입되고, 판결문 등 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사법정보공개포털’은 키워드 몇 개로 판결문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어 국민들의 편의와 재판의 투명성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법정 출석이 어려운 소송관계인을 위한 영상재판도 확대된다고 하니 우리 법률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 김성민 : 이러한 차세대전자소송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대법원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최첨단 미래기술을 대거 채택한다고 하는데요. 법관들의 업무처리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겠네요?


◇ 엄윤상 : 빅데이터 기반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각종 업무처리를 지능화·자동화해 법관 등 사법부 구성원들의 업무 부담과 사건처리 기간도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AI가 소송기록을 분석한 뒤 쟁점을 추출해 주고, 판결문 작성 단계에서는 비슷한 사건 판결 추천부터 판결문 형식 초고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법관이 사건심리와 판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AI는 소장의 흠결을 자동으로 체크해서 주소보정 단계를 사법정보공유센터를 통한 정보연계로 대체하는 기능까지 하게 된다고 합니다. 현재 주소보정명령만 연간 64만건 정도 발령되는데, 이렇게 되면 시간과 비용 낭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무튼 ‘비대면 서비스 요구’라는 사법환경의 변화로 법조계에도 광범위한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 변화가 오로지 국민을 향해 있기를 바랍니다.


◆ 김성민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엄윤상 변호사였습니다.

저작권자 © 경인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