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시사]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

■ 진행 : 김성민 PD

■ 인터뷰 :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인터뷰 오디오 듣기] https://bit.ly/3eAgLgc

◆ 김성민 : 변호사님 싸이월드가 지금으로 보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원조였죠.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싸이월드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 이승기 : 네, 싸이월드의 탄생 배경을 보면 국내 1세대 인터넷 기업들이 부상하기 시작한 1999년에,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이동형 전 대표가 창업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싸이월드를 설립했습니다.

당시에는 다음이 내놓은 ‘카페’가 커뮤니티 서비스로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고, 세이클럽·프리챌·아이러브스쿨과 같은 관계형 서비스들이 큰 인기를 끌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싸이월드도 이들과 비슷한 관계형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그러다 2002년 하반기에 내놓은 ‘미니홈피’ 서비스가 1020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숨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당시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 카메라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미니홈피에 게재하고 일촌을 맺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사회적 현상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인기와는 별개로, 싸이월드는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급증하는 트래픽으로 인해 운영비가 부족해지고, 막대한 서버 운영 구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 장애가 수시로 발생하는 악순환도 있었습니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 김성민 : SK그룹에서 싸이월드를 인수하기도 했었죠?

◇ 이승기 : 예. 당시 SK는 SK텔레콤으로 통신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를 극대화할 SNS 서비스를 필요로 했고 자본이 필요했던 싸이월드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죠.

싸이월드가 SK커뮤니케이션스에 인수된 2003년부터는 투자가 늘어 서버 운영이 안정화되고 이전과 같은 접속 장애도 사라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특히 자체 매출로 도토리라는 사이버머니가 있었는데 이용자들이 도토리를 구입해서 미니홈피(스킨, 아바타인 미니미, 홈피 배경음악)를 꾸밀 수 있었는데, 싸이월드의 도토리 매출은 한때 매달 1000억 원을 상회했다고 합니다.

#싸이월드 도토리, 한때 월 1천억 원 매출 달성도

이 도토리가 만드는 비용이 없으니 원가가 없죠. 이용자들이 낸 돈이 다 수익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성장세로 싸이월드는 2008년 가입자 3500만 명을 달성하고, 2009년 12월 일촌 건수가 10억 건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싸이월드는 한때 국내 SNS 생태계를 지배한 거대 공룡이었던 거죠.

◆ 김성민 : 당시 싸이월드의 성공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 이승기 : 일단 자체 수익구조가 있었던 겁니다. 미니홈피 아이템 구매를 위해 사용한 ‘도토리’로 사이버머니 체계를 자연스럽게 대중화시켰고요. 그리고 ‘일촌맺기’를 통해 온라인으로 맺어지는 관계에 신뢰를 더했고, 이렇게 맺어진 ‘일촌’들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했던 메신저인 ‘네이트온’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인간관계의 폭과 깊이를 모두 충족시켜 준 것이 주요 성공요인입니다.

또한 2000년대를 기점으로 엑스세대와 같은 말이 나오면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나의 일상을 공개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시대의 욕구와 맞아떨어졌던 것입니다.

◆ 김성민 : 변호사님도 싸이월드 세대시잖아요.

◇ 이승기 : 네. 그때는 “싸이월드를 이용한다”는 의미의 ‘싸이질’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저도 싸이질을 했습니다.

특히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2003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제가 그때 막 군대에서 전역해서 대학에 복학했을 때였습니다. 아무래도 복학생이다 보니 관계에 대한 공허함이 있어서인지 싸이질을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아마 2000년 초반에 청소년이나 청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싸이월드에 저와 비슷한 추억이 있을 겁니다.

#2000년대 싸이질했던 그 때의 추억들

◆ 김성민 : 그런데 싸이월드가 최근 심각한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라고 해요. 싸이월드가 제2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되지 못하고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이승기 : 일단 미니홈피 서비스가 한때 유행으로 지나간 것도 문제였고, 글로벌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이용자를 폭발적으로 늘린 것도 이유입니다.

가장 큰 실패 요인은 경영 실패로, 싸이월드가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KT에서 2009년 애플의 아이폰3GS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소위 스마트폰 시장이 열렸고, 2009년 이후부터는 삼성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이 통신 시장을 주도했죠.

사람들이 더 이상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하지만 싸이월드는 PC 중심 서비스에만 의존하며 모바일 전환에 소홀했던 겁니다.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SNS들이 모바일로 빠르게 전환한 것과 달리 싸이월드의 모바일 서비스는 2012년 9월에야 시작했습니다. 결국 싸이월드는 일부 마니아만 사용하는 서비스로 전락했고, SK는 2014년 1월 계열 분리를 단행한 후, 3개월 후 종업원 인수 방식을 통해 분사하며 싸이월드는 10여 년 만에 대기업 계열사에서 다시 ‘벤처기업’으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이후 프리챌 창업주였던 전제완 대표가 2016년에 싸이월드를 인수했고, 2017년에 삼성 벤처 투자로부터 50억 원을 투자 받으며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도 냈으나, 이용자들의 외면 속에서 서비스를 접었고, 그나마 제휴사인 언론사에 대한 콘텐츠 공급 비용도 지급하지 못해 자산 가압류 조치도 받았습니다.

또한 암호화폐 클링도 내면서 시업을 확장했지만 성과가 없었고요. 결국 투자금이 모두 소진되고 직원들은 퇴사를 해, 현재는 껍데기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스마트폰 시대 변화 뒤늦게 쫓은 토종 SNS

◆ 김성민 : 말씀처럼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에서 싸이월드를 사용하기 불편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싸이월드, 현재 이용은 가능한가요?

◇ 이승기 : 국세청을 통해 사업자등록상태를 조회하면 지난달 26일 자로 싸이월드가 폐업 처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 대표가 직접 폐업을 신고한 것이 아니라 담당 세무서가 세금 미납의 이유로 직권 폐업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자등록도 말소된 상태로, 싸이월드 웹사이트 접속은 가능하지만 대다수 이용자가 로그인이 잘 되지 않고 서비스 오류가 뜨는 등 불안정한 상태라고 합니다. 일단 전 대표는 어떻게든 투자를 받아서 싸이월드를 살리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입니다.

◆ 김성민 : 최근 싸이월드 전제완 대표가 한 매체를 통해서 한 달 내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자진 폐업하고 백업도 공지하겠다,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 폐업이 현실화되는 것 같아요?

◇ 이승기 : 일단, 싸이월드의 도메인 주소 만료는 오는 11월 12일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부가통신사업자가 폐업하려면, 폐업 30일 전에 사이트 이용자에게 폐업 사실을 알리고, 폐업 예정 15일 전까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는 행정절차가 있습니다.

무단 폐업을 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는데 전 대표가 1달의 기한을 제시한 것은 바로 행정적인 측면을 고려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전 대표에 대한 임금체불 재판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발길 끊긴 싸이월드 사무실(사진=연합뉴스)
발길 끊긴 싸이월드 사무실(사진=연합뉴스)

#투자자 물색 나섰지만 임금체불 재판 결과가 변수

◆ 김성민 : 말씀 주신대로, 전제완 대표가 지금 임금 체불로 형사재판이 받고 있다고 해요. 바로 오늘(25일) 재판일이라고 하는데... 이 재판의 결과가 싸이월드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보면 되죠?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싸이월드의 운명이 법원 손에 달려 있다는 기사까지 나오던데요?

◇ 이승기 : 현재 전 대표는 경영난으로 직원 임금 10억 원 상당을 주지 못한 임금체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선고가 다음 달인 7월 중순으로 예상합니다. 전 대표가 1달의 시한을 정한 것은 법원 선고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전 대표가 싸이월드 회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 결과가 향후 싸이월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평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데요. 당장 전 대표는 서비스 운영을 위한 투자자 물색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체불에 대해 법원이 전 대표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한다면, 투자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해져 싸이월드는 자연스럽게 폐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임금 체불에 대한 전 대표의 책임이 없거나 적은 것으로 인정된다면 투자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싸이월드의 극적인 회생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단 정부는 이용자 피해가 없도록 대비하면서 재판 이후 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 김성민 : 그런데 싸이월드라는 큰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를 가지고 왜 투자를 제대로 유치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들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일각에서는 전 대표가 데이터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용자들의 추억을 인질 삼아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말을 해요?

◇ 이승기 : 일단 전 대표의 이력 때문인데요. 전 대표는 과거 커뮤니티 서비스의 원조격인 프리챌의 대표였습니다. 프리첼은 회원수 1000만 명을 자랑하며 큰 인기를 얻었으나 2002년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당시 프리챌의 태도가 문제가 됐습니다.

#프리챌의 유료화 인질극 떠올리기도

프리챌은 '월 3000원을 내지 않은 이용자의 커뮤니티는 글과 자료 모두 삭제될 것입니다.'라고 했죠. 유료화 자체도 논란이었지만, 이용자들은 오랜 기간 쌓은 추억과 자료를 삭제해 버리겠다는 프리챌의 '인질극'에 크게 분노했고요. 이에 이용자들이 급격히 이탈했고 프리챌은 망하게 됐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전 대표는 지난 10월 이후 서버회사에게 서버비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칙대로 하면 서버업체는 싸이월드 데이터를 전부 삭제해도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전 대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폐업처리는 사업자가 폐업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규정을 악용해, 자신은 폐업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겁니다. 그러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용자들을 고려해달라며, 서버업체에 협조를 요청했고, 서버업체는 비용도 받지 못한 채 싸이월드에 서버를 제공해주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 김성민 : 무책임하네요.

◇ 이승기 : 그렇다 보니 데이터 인질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고요.

◆ 김성민 : 변호사님은 싸이월드의 운명, 어떻게 보시나요?

◇ 이승기 : 저는 싸이월드를 이제 보내줘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임금 체불 혐의는 명확합니다. 그 책임이 없다고 나오기도 힘들지만, 만약 경영상 이유나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그 책임이 적게 나오거나 없다고 나와도 법적 책임은 계속 남게 됩니다.

특히 임금체불로 재판까지 받는 상황으로, 근무하는 직원들도 거의 없다 보니, 싸이월드 서비스는 전혀 관리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어, 정상적인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싸이월드가 극적인 회생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입니다.

◆ 김성민 : 싸이월드를 누리꾼에게 양도하면 집단 지성에 의해 발전되지 않을까. 하지만 전 대표가 본인이 가진 권리를 포기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종료하면, 이용자들이 사진은 백업할 수 있을까요?

◇ 이승기 : 일단 전 대표가 투자자를 못 찾으면 백업을 공지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정부 역시 싸이월드 폐업이 현실화되면, 이용자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공지가 나오면 즉시 백업을 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싸이월드는 서버를 관리하거나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없거나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백업을 어느 정도 지원해주고 이를 책임져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로,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인터넷 사업자가 폐업하면 이용자 데이터를 즉시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싸이월드 역시 서비스 종료 후 미니홈피 사진이나 글을, 계속 보관하고 있을 명분이 없습니다.

추억의 싸이월드 이대로 보내기는 아쉽지만, 임금체불부터 추억 인질극, 백업이 가능하나 불가능하냐 문제까지,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김성민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승기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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