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시사]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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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방송 = 김성민 기자 ]


■ 방송 : 경인방송 FM 90.7 MHz <김성민의 시사토픽>

■ 진행 : 김성민 PD

■ 인터뷰 :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인터뷰 오디오 듣기] http://bitly.kr/igqHl3kT6gy


◆ 김성민 :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 법원의 선처를 악용하는 실태가 어떤지 알아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이승기 변호사 나와 있습니다.


법원에서 보통 선처를 한다고 하면,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데 집행유예 선고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보통 선처가 되는 사유는 어떻게 되나요?


◇ 이승기 : 보통 정상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요. 일반적으로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 변제가 있으면, 법원이 대폭 선처를 해줍니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용서를 해주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게 인정되니까,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르더라도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선처해 주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정상관계는 일반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일반인들에게도 전혀 거부감이 없습니다.


#피해자 의사와 관계 없이 이뤄지는 법원의 선처


◆ 김성민 : 아무래도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전과기록도 마찬가지죠. 아무래도 전과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선처를 해주잖아요.


◇ 이승기 : 일반적으로 법원이 양형을 정할 때 중시 여기는 게 범죄기록, 전과입니다. 형사사건의 경우 수사기록에 반드시 해당 범죄자의 전과기록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건을 의뢰받고 수사기록을 확인하게 되면 일단 전과기록부터 확인을 합니다. 보통 전과가 없거나 있어도 벌금형 정도의 가벼운 잘못만 있었다면 아무래도 중한 전과기록이 있는 사람보다 경하게 처벌됩니다.


이 부분도 역시 초범인 사람이 전과기록이 많은 사람보다는 개전의 정도 높고, 재범의 위험성은 낮으므로 선처를 해줘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 피해자의 의사와 관련 없이 이루어지는 법원의 선처입니다. 그 대표적인 정상관계가 바로 ‘자신의 잘못을 깊이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반성문과 주변 사람들의 탄원서를 내며 선처를 호소하는 것과, 부양할 가족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어린 시절 힘들게 살았다. 제대로 된 훈육을 받지 못했다. 건강이 좋지 않다, 고령의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대학생이다. 직장을 다니고 있다. 미래가 창창한 청년이다. 정말 많은 정상관계들이 있습니다.


◆ 김성민 : 그렇다 보니 인터넷을 보면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대신 써주는 서비스도 있고, 심지어는 아예 샘플을 팔기도 하더라고요. 남이 써준 또는 남의 걸 베낀 반성문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네요.


그런데 재벌이나 주요 경제사범들 에 대해서도 그동안 경제발전에 공헌한 바가 크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흔히 3~5 법칙이라고 하잖아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대표직 내려놓기로 했다며 선처하는 법원 


◇ 이승기 : 재벌들의 경우는  그 외에도 가장 흔하게 나오는 정상관계가 실형이 선고될 경우 경영공백이 발생해 회사가 어려워진다. 수천 명 임직원들의 생계가 걸려 있다. 중요한 계약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런 게 있고요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현직을 떠나 은퇴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대표이사나 오너로 있으면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는 건데, 대표이사직을 그만두거나 은퇴했다고 해서 선처해주는 건 앞뒤가 안 맞죠.


걸리지 않았다면 계속할 텐데, 걸렸으니 그만두겠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현직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회사가 처한 중대한 위기를 모른 척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이런 이유를 대면서요. 


서민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고 소위 재벌이나 유력 자산가에게만 인정되는 특수한 정상관계인 거죠. 


◆ 김성민 :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 씨도 최종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이미 형량을 다 채웠는데요. 놀라운 건 1심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어요


◇ 이승기 : 손 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2년 8개월여간 IP 추적이 불가능한 특수 프로그램 다크웹에서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아동 성착취 영상 약 3055개를 전 세계에 유통시켜 미화 37만 달러 상당 암호화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 웰컴투비디오에서 아동 포르노를 단 1회 다운로드하였던 전직 국토안보부 수사 요원은 징역 5년 10개월에 보호관찰 10년형을 받은 걸 보면 정말 황당한데요.


당시 법원은 “손 씨의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 범죄를 반성하고 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아청법 유죄판결에 따른 취업제한 명령도 면제했고요. 손 씨의 연령 등을 고려했을 때 취업제한으로 받는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열린 항소심에서는 실형을 선고했으나 1년 6개월이라는 형량은 너무 낮았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특히 손 씨가 선고를 앞두고 낸 혼인신고서가 양형에 대폭 반영되었습니다. 부양할 가족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법원 선처 이끌어내려고 기상천외한 방법 동원


◆ 김성민 : 그런데 최근에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해요. 기부를 한다거나,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간다거나 해서 관련 기록을 제출한다는 거예요.


◇ 이승기 : 이 역시도 예전부터 있던 정상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는데 피해자와의 합의가 안 되면 성폭력 상담소나 여성단체에 일정 금원을 기부하고,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에는 고아원에 기부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일부 정말 악질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에 기부하고, 나중에 선처를 받으면 이를 취소하고 돌려받는 경우도 있어 더 큰 문제입니다. 법원이 일단 판결을 하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이를 확인하거나 다시 재판을 열어 형량을 조정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입니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고요. 판결 선고 전까지 열심히 봉사활동을 다니다가 선고를 받고 나면 딱 끊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정말 반성하는 마음으로 선행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 의미가 반감되고 있습니다.


◆ 김성민 : 그런데 최근에는 형량 잘 받는 방법으로는 장기기증 서약이 대세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 이승기 : 예. 이제는 하다하다 장기기증 서약까지 악용하는 건데요. 이 역시도 선고를 받고 나서 취소하면 그만이니 신청도 쉽고 취소도 쉽고 별다른 부담이나 문제의식 없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형량 잘 받으려고 피해자 압박 수단까지 동원


◆ 김성민 : 제가 유튜브 같은 SNS를 검색해보면 ‘성범죄에서 무죄받는 방법’, ‘성범죄 합의 방법’ , ‘성범죄 합의에서 해선 안 될 실수’ 이런 내용이 많아요.


물론 순수하게 정보제공 차원에서 올린 영상들도 있지만, 일부 영상들을 보면 정말 영업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심지어 합의를 하는 방법으로는 피해자를 압박하는 수단을 사용하라는 내용도 있어요. 


◇ 이승기 : 예. 합의를 하는 최고의 방법은 피해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겁니다.  물론 금전적인 피해 배상도 따라야 하지만 일단 마음이 풀려야 피해 배상도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일각에서 올린 내용들을 보면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피해자를 압박하는 수단을 알려주고 있어 문제입니다. 이걸 무죄 또는 기소유예를 받는 방법 내지는 합의하는 비법이라고 포장을 하는데요.


일단 성폭력 가해자들의 경우 ‘남자라서 일방적으로 가해자 취급당한다’, ‘피해자 진술만 가지고 처벌하려 한다’, ‘상대가 꽃뱀인 거 아니냐'며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정말 객관적이고 냉정한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해줘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가해자들의 이 억울한 심정을 부추겨 죄의식을 옅게 만드는 겁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은 목격자나 CCTV가 없이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이면 상대방을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거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해서 복잡한 법적 다툼으로 얽어 버려 심적 부담을 갖게 한다는 겁니다. 그럼 합의가 수월해진다는 거죠.


이건 엄밀히 말하면, 불법과 편법을 오가는 위태한 변호라고 보면 됩니다. 이걸 비법이라고 해선 안됩니다.


#증거인멸 수법 알려주겠다며 ‘컨설팅’


◆ 김성민 : 최근에는 디지털 성폭력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인데요. 인터넷 카페나 SNS를 보면 아예 증거인멸 방법을 알려주고 이를 컨설팅이라고 해서 돈을 받고 알려주는 곳도 있더라고요. 수사기관에 나가면 어떻게 진술해야 한다며 경험담을 올리기도 하고요.


◇ 이승기 : 디지털 성폭력의 가장 큰 핵심은 해당 영상을 보관하고 있냐 또는 이를 외부에 유출했냐입니다. 그렇다 보니 일단 문제가 될 것 같으면 핸드폰을 버리고 새로 교체하고, 컴퓨터는 포맷도 불안하니 아예 하드디스크 자체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라는 이야기도 비법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영상 다운로드 기록 삭제 방법, 컴퓨터 파일 덮어써서 디지털 포렌식을 어렵게 하기부터 실제 수사과정에 대한 후기부터 그 수사결과까지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방법을 조언하는 사람들이나 이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사람들 모두 자신의 잘못을 진정 반성하기보다는 우연히 운 나쁘게 걸린 것이라는 생각이 더 큰 것 같습니다. 


◆ 김성민 : 오히려 중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빠져나온 경험이 일종의 ‘훈장’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어요.


◇ 이승기 :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이런 말을 했어요. ‘만약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인간이 악마를 대신하기 때문이다.’그 정도까지 갔다면 이미 죄의식 자체가 없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그 훈장을 발판 삼아 더 악랄한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올 한 해 N번방 사건이 전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는데 지금도 N번방과 이름만 다르지 똑같은 구조의 성착취 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소라넷과 음란물 웹하드 그리고 웰컴투비디오까지 성착취 범죄는 예전부터 그 모습만 바꾸면서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 왔거든요.


결국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성착취 영상물에 대해서는 '야동 문화'의 일부로 봐서 이를 범죄시 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넘어가 주려 했다는 점에서 정말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그런데 인권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법원 역시도 그동안 갖가지 양형사유를 근거로 악랄한 범죄자들에 대해 대단히 낮은 형을 선고하며 선처를 해줬습니다. 


# 법원 선처 악용 근절 대책은 없나?


◆ 김성민 : 변호사님이 보시기에는 형량 잘 받는 법을 악용해 법원의 선처를 받는 이런 행태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요.


◇ 이승기 : 범죄자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형량을 줄이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하는 걸 일방적으로 비난할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법원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줘야 합니다. 정상관계를 양형에 판단할 때 온정주의가 아닌 냉정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는데 특히 피해자의 의사와 관련 없는 정상관계들에 대해서는 이를 엄격히 적용해야 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면 눈물로 호소하는 반성문을 제출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부터 가족관계나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형량에 반영하여 선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범죄행위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가해자에게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선처를 해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입니다. 기부활동이나 봉사활동, 장기기증 서약 같은 경우 범죄사실 이후에 이루어졌다면, 의도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양형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피해자에게 무차별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양형에 가중처벌 요소로 반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피해자가 용서해주지 않았는데 법원이 선처라는 이름으로 대신 용서하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 김성민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승기 변호사였습니다.



김성민 icarus@if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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