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시사]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

■ 진행 : 김성민 PD

■ 인터뷰 :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인터뷰 오디오 듣기]https://bit.ly/31ncAz8

◆ 김성민 :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어제인 5일 강요미수 혐의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구속기소하면서, 소위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4개월 만에 일단락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한동훈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 이번 사안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 이승기 : 안녕하세요.

◆ 김성민 : 변호사님. 이번 검언유착 의혹 사건, 어떤 사건인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 이승기 : 이 사건은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금융사기로 복역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하여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매우 밀접한 특수관계라고 주장하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에 대한 비위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회유 및 협박하여 취재 윤리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채널A 대표는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 '해당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이철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것'과 '이철 대표의 대리인으로 주장하는 취재원을 만나는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만약 유시민 이사장 등 여권 인사에 대한 비위를 제보하면 검찰 수사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다며 취재원을 설득한 것'을 사실로 인정한 것입니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갈등 외부에 여과 없이 표출

◆ 김성민 : 그런데 검언유착 의혹 수사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간 갈등이 외부에 여과 없이 표출됐어요. 특히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하기도 했는데요.

◇ 이승기 : 사실상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지만, 검찰 내에서는 추 장관 법무부에서 감찰국장을 지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추 장관의 신임 속에서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윤총장은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 당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여부를 두고 이 지검장과 한차례 충돌한 이후 이번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두고는 이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는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와의 공모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 반면에, 대검찰청 지휘부는 이를 부정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외부로 표면화되었습니다.

이에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자 중앙지검이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하면서 사실상의 항명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어요.

이후 추 장관은 헌정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하고 이 지검장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최후통첩까지 하며 윤 총장을 압박했습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자체 수사하도록 하고 최종 수사결과 보고만 받기로 함으로써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며 양측의 갈등은 윤 총장의 백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뒤이어 법무부·검찰 개혁위원회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검장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아 사실상 검찰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전락시키는 거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고, 여권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전방위 압박을 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사진=연합뉴스)

#판 뒤바꿔버린 방송사의 결정적 오보

◆ 김성민 : 그런데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사건이 한차례 전환점을 맞이했어요. 관련 수사를 둘러싸고 지금껏 검언유착의 실체가 있다고 주장해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게 힘이 실리게 되었거든요?

◇ 이승기 : 그에 반해 그동안 추 장관 측과 갈등을 빚어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가 연출되었습니다. 특히 윤 총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측근인 한 검사장이 검언유착에 연루된 정황이 발견되면, 더 이상 총장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향후 한 검사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가능해진 것인데요. 하지만 여기서, 사상 최악의 오보 사건이 터지면서 판이 바뀌게 됩니다.

◆ 김성민 : 한 방송사에서 한 검사장과 이모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 제기를 공모한 결정적 증거가 발견됐다고 보도해서 논란이 됐는데 결국 오보로 밝혀졌어요?

◇ 이승기 : 해당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을 만나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또한 "한 검사장은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라는 취지의 말도 하고 보도 시기도 총선 전으로 조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검사장 측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총선이나 야당 관련 단어는 등장하지 않으며, 한 검사장은 금융 범죄 규명이 우선이라며 유 이사장 의혹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요.

결국 오보 사태는 오히려 한 검사장에게 마음껏 자신의 입장을 변호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녹취록 전체를 제시하면서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죠. 어쩌면 한 검사장을 둘러싼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이때부터 명분싸움에서 지게 되며, 수사의 추진동력 자체를 잃어버린 거 아닌 가 판단됩니다.

이번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 된, 한마디로 판 자체가 바뀌어 버린 것이 바로 이 오보사태라고 보입니다.


#검찰의 민낯 드러낸 압수수색 몸싸움

◆ 김성민 : 이후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어요.

◇ 이승기 :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은 사실상 검언유착의 실체가 없다. 한마디로 이모 전 기자가 고위 검찰 관료인 한 검사장의 이름을 팔아 취재에 이용한 것으로 단독범행이라고 판단한 것인데요.

하지만 수사심의위 결정 자체가 강제력이 없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측에서도 수사심의위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공식적인 입장문을 밝혔습니다. 따라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했기에 곧장 수사에 돌입하기보다는 수사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간 후, 적정한 시기에 수사 계속을 선언할 것으로 보았으나 전혀 뜻밖에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이끄는 정진웅 부장검사가 독직폭행 논란까지 일으키며 한 검사장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하게 되며 또다시 검언유착 사건의 판이 흔들립니다.

◆ 김성민 : 잘잘못을 떠나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건데요.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지만 곧 서울고검에서 감찰을 예정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정 부장검사가 직접 압수수색에 나서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몸싸움이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 이승기 : 검찰의 현재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두 개의 조직으로 쪼개져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입니다. 한 검사장은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이고, 정진웅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이성열 지검장의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이 지검장이 추미애 법무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요. 결국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대립구조가 검찰 내부로 그대로 옮겨져 온 것입니다. 정치가 검찰 내부에 깊숙이 관여했을 때, 검찰이 얼마나 혼란스러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 부장검사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특히 정 부장검사가 병원에 누워 치료받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오히려 여론의 조롱을 받게 되고, 상대적으로 한 검사장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왼쪽)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장 정진웅 부장검사(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왼쪽)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장 정진웅 부장검사(사진=연합뉴스)

#한 검사장-이 전 기자 공모혐의 수사 여지는 남겨져

◆ 김성민 : 어쩌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어떻게든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찾으려 했던 개 아닐까 싶어요. 결국 이 모 전 기자에 대한 공소장에서 한 검사장을 공모관계로 적시하지 않은 걸 보면, 증거 확보에 실패한 것 같고요.

◇ 이승기 : 어제(5일)가 바로 이 전 기자의 구속기한 만료일이었습니다. 이 전 기자 기소 직전까지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 이를 공소장에 기재하려 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독직폭행 논란까지 일으키며, 증거 확보에 사활을 걸었던 것 역시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이 전 기자의 범죄 혐의를 적는 공소장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를 적시하지 못하면 '검언유착'이란 수사의 대전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검언유착이라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유착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는 것입니다.

◆ 김성민 :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는 한 검사장의 비협조로 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공모 협의에 대해서는 수사의 여지를 남겨둔 건데요.

◇ 이승기 : 이는 수사팀이 사실상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같습니다. 더욱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유했음에도 불복하고 수사를 계속한다는 것은 이제 명분도 없고 추진동력도 떨어졌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수사를 중단하면 말 그대로 검언유착 의혹을 빌미로 한 검사장을 괴롭히고, 윤 총장을 흔들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고, 향후 검찰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수사는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 한 검사장 측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 수사해야”

◆ 김성민 : 그런데, 당장 한 검사장은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어요?

◇ 이승기 : 한 검사장 측은 이 전 기자 기소 직후 입장문을 내고 "녹취록 내용을 왜곡 보도한 방송사 보도에 대해, 이성윤 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사팀이 관련 없다면 최소한 설명을 해달라"며 "한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주임검사 정진웅 부장검사를 배제해 달라"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정치인과 언론사간 '권언유착' 혹은 '공작'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합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및 관계자들이 '권언유착' 의혹 당사자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며 이제 공수가 바뀌게 된 것입니다.

◆ 김성민 : 이번 검언유착 의혹 수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의지가 상당히 많이 반영됐는데요. 아직 추 장관이 입장을 밝히진 않았어요.

◇ 이승기 :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지휘권 박탈 사태까지 감수하며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독려했습니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 공문에서 "검사가 기자와 공모해 재소자에게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별건으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며 '검언유착'을 사실로 전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추 장관의 의지로 인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어떻게든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그동안 무리한 수사를 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습니다. 곧 검찰 인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도 어느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김성민 : 오늘(6일) 법무부 인사위원회가 열리는데요. 당장 이번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총지휘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되냐 아니냐 아니면 유임되냐의 문제도 관전 포인트 같아요.

◇ 이승기 : 이번 수사과정을 통해 검찰 내 분란을 일으키고, 최종적으로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 입증을 실패한 상황에서 이 지검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예상하기에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계속 이어가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견제하는 의미에서 이 지검장을 그대로 유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 김성민 : 네, 지금까지 이승기 변호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승기 : 감사합니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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