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한테 쓴 돈 2억 원 불과...정서적 학대 정황도

11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이 나눔의 집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경기도>
11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이 나눔의 집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경기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수십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받아 대부분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짓기 위해 쌓아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오늘(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눔의 집은 2015~2019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금 홍보를 했고, 여러 기관에도 후원요청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후원금은 나눔의 집 시설이 아니라 운영법인 계좌로 입금받았고, 이를 통해 모금한 후원금은 88억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뿐만아니라 후원금의 액수와 사용내역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등록청의 업무검사도 받지 않았습니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천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합니다.

특히, 후원금 88억 원 중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은 2.3%인 2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 시설전출금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2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과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입니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과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민관합동조사단은 설명했습니다.

이사회 의결 과정 역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눔의 집은 법인 정관상 이사의 제척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이사 후보자가 이사 선임절차에 참여해 자신을 이사로 의결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 3명이 자신들의 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 의결에 참여했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개의정족수에 미달됨에도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심지어 조사과정에서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간병인은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이 같은 행위는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고 조사단은 설명했습니다.

조사단은 간병인의 학대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나눔의 집 운영상 문제에서 파생된 의료공백과 과중한 업무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할머니들의 생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도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입.퇴소자 명단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국민들의 응원 편지 등을 포대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했습니다.

이 중에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있었다고 조사단은 밝혔습니다.

제1역사관에 전시 중인 원본 기록물은 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훼손되고 있었고, 제2역사관은 부실한 바닥공사로 바닥면이 들고 일어나 안전이 우려되는 상태였습니다.

이밖에 법인직원인 간병인이 조사단과 할머니의 면담 과정을 불법 녹음했고, 시설장은 할머니를 조사대상인 전 시설장과 전 사무국장과 외부에서 만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는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결과를 받아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한편,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할 예정입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영선 변호사, 정희시 경기도의원, 이병우 경기도 복지국장을 공동단장으로, 경기도와 광주시의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저작권자 © 경인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