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 청구인인 윤모씨가 수원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5월 19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 청구인인 윤모씨가 수원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진범 논란'을 빚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담당 형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20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로 재심을 청구한 윤모 씨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는 31년 전 윤 씨를 불법 체포한 뒤 사흘간 잠을 재우지 않고 조사했으며, 윤 씨의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수사보고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와 동떨어진 내용의 조서를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11일) 수원지법 형사12부 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재심 4차 공판에서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담당 형사였던 심모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며 "윤 씨에게 죄송하다. 저로 인해서 이렇게 된 점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사건 발생 이듬해인 1989년 7월 심 씨가 용의 선상에 오른 윤 씨를 임의동행으로 경찰서로 데려와 사흘간 잠을 재우지 않고 조사한 끝에 자백을 받아 구속시킨 지 31년 만입니다.

심 씨는 이날 3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증인신문 말미에 피고인석으로 몸을 돌려 윤 씨를 향해 사과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윤 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는 소아마비 장애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며 "이 때문에 현장검증 당시 담을 넘어 피해자의 집으로 침입하는 등의 중요 행위를 재연하지 못했는데, 심 씨를 포함한 수사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윤 씨의 자술서를 보면 맞춤법도 틀리고 문장도 맞지 않는다"며 "심 씨는 이처럼 한글 능력이 떨어지는 윤 씨에게 조서를 보여주고 서명 날인을 받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심 씨는 "당시에는 과학적 증거(현장 체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결과)가 있어서 윤 씨를 범인이라고 100% 확신했다"고 변론했습니다.


그는 "자백을 받기 위해 잠을 재우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같은 조였던 최모 형사(사망)가 사건 송치 후에야 '조사 당시 윤 씨를 때렸다'고 말했었는데, 큰 사건을 해결했다는 공명심을 바라고 그랬던 거 같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조사가 형사계가 아닌 대공 담당인 보안계에서 이뤄진 것과 관련해 심 씨는 "경찰서 1층 형사계와 달리 3층 보안계 사무실은 보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곳에서 조사를 진행했다"며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범행을 자백하라며 계속해서 추궁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쪼그려 뛰기 등 가혹행위와 양손을 수갑에 결박한 사실 여부를 묻는 검찰 측의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진범과 관련해 중요한 증거가 될 현장 체모 2점에 대한 감정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은 감정 결과를 이날 재판부에 증거로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직 법원에 공식적으로 감정 결과가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음 기일에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4일에 열리며, 이 공판에서는 당시 형사계장 등 경찰관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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