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방역 구호 뿐, 보여주기에 그친 셈

인천시청 <사진 = 김도하 기자>
인천시청 <사진 = 김도하 기자>

중국산 체온계가 시내 각 선별진료소와 종교시설 등에 배부되기 앞서 인천시청 일부 공무원들이 오작동 사실을 알고도 '쉬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뒤늦게 체온계 이상을 인지한 담당 부서는 사태를 축소하기 위해 확인하는 '시늉'만 하면서 선제적 방역을 외친 인천시의 대처가 구호에만 그친 셈입니다.

21일 시에 따르면 중국산 ‘귀적외선체온계(모델명 RA600)’ 2천개를 구입해, 지난 3~4월 인천 시청 각 부서와 선별진료소, 종교시설 등에 1천867개를 배부했습니다.

시청 각부서에 배부된 것은 387개로 시청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체온계를 사용했습니다.

시는 이 중국산 체온계를 이용해 하루에 2차례씩 각 부서별로 직원들의 발열 여부를 측정해 ‘일일 부서별 건강상태 점검표’를 작성케 했는데 체온이 약 1~2도 낮게 측정되는 오작동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시청 산하 직원 4천여명 중 누구라도 조속히 문제를 제기했다면, 인천 시내에 1천500여개의 중국산 체온계는 뿌려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군.구에서도 중국산 체온계 오작동이 확인됐지만, 시청 담당 부서는 본청 각 부서의 체온계만 회수・수리 해놓고 문제가 다해결됐다는 입장입니다.

김혜경 건강체육국장은 "군구에 공문을 보냈고, 문제가 있는 것은 보고하라고 했다"며 "문제 있는 체온계는 회수했다"고 말했습니다.

2달 넘게 중국산 체온계 오작동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박남춘 인천시장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중국 웨이하이시가 보내온 '중국산마스크'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 답변을 내놓고 논란을 잠재웠던 것과 사뭇 대조를 이룹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인천시청 공무원 집단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며 "공직분위기를 그렇게 만든 박남춘 시장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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