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 "어디에 있는지 우리도 몰라"

카페로 리모델링한 수인선 협궤열차(객차)<사진=한준석 기자>
카페로 리모델링한 수인선 협궤열차(객차)<사진=한준석 기자>

(앵커)

수인선 협궤열차를 추적해보는 기획보도 시간입니다.

경인방송 취재진은 현재 박물관 등에서 확인이 가능한 열차를 제외한 다른 협궤열차의 행방도 추적해 봤습니다.

찾아본 열차들은 원형을 잃어버렸거나 기록과 존재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한준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화랑대 철도공원에는 초기 협궤열차와 객차 2량이 전시돼 있습니다.

당시 폐선과 함께 서울시가 철도청으로부터 기증받아 어린이대공원에 전시했고, 지난 2017년 철도공원 조성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이곳 열차들은 취재진이 확인해 본 그 어떤 열차들보다 관리 상태가 좋았지만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잃은 상태입니다.

서울시가 고증을 통한 복원이 아닌 리모델링을 택하면서 부속품을 모두 철거하고 카페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어린이대공원에서 보관중인 당시부터 대부분의 부속품들이 유실된 데다 수인선 철로위에 설치하는 사업이 아닌 만큼 복원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수인선을 달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협궤열차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폐기처분 된 사례도 확인했습니다.

이 열차는 협궤 디젤동차로 10여 년 전까지 경기 화성시 봉담읍의 한 식당에서 한 쪽 부분이 땅에 박힌 채 식당 간판으로 사용됐습니다.

2011년 식당을 인수해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업주는 "시청에서 위험하다며 보수를 하든지 아니면 처분하라고 했다"며 "이전 업주가 열차를 보수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어 잘라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취재진은 또 다른 협궤 디젤동차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당시 동차에 쓰였던 핸들 장치의 향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천 연수구의 한 식당 마당에 전시돼 있던 동차 핸들 장치는 식당이 문을 닫으며 함께 사라졌지만, 수소문 끝에 취재진은 당시 업주가 아직도 해당 핸들 장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인터뷰 / 이도명 씨 (수인선 협궤열차 핸들장치 보유)]
"수인선 마지막 협궤열차의 핸들이예요. 그 라인이 수인선이 지나간 라인이었잖아요. 원인재역이. 그래서 있으면 좋겠다해서 그걸 갖다놨었죠."

계속된 추적에도 결국 행방을 찾지 못 한 열차도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2008년 안산시가 모 민간기업이 보유한 협궤열차(동차)를 확인했다는 한 홈페이지 내용과 비용문제로 열차를 들여놓지 못했다는 기사 내용 등을 토대로 해당 기업이 어딘 지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2007년과 2008년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안산시 관계자들은 열차 구입을 위해 민간업체와 접촉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남 흑산도에 교육용으로 전시됐던 협궤열차(증기기관차)를 한진중공업이 구입했다는 기사 내용도 확인했습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열차를 구매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며 "만일 구매했다면 1999년 철도사업부를 현대로템에 매각하면서 넘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현대로템에서도 관련 기록과 열차의 행방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본격적인 취재를 앞두고 취재진은 수인선을 운영했던 철도청의 후신인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에 수인선 협궤열차의 행방을 문의했지만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100년이 넘는 한국 철도 역사 기록의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전자화 이전의 정보들은 캐비넷에 쳐박혀 있다가 이사 다니면서 없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망실된 기록을 잘 조합해 구술 기록집을 작성해야...“

경인방송 한준석입니다.


[공동취재= 구민주·한준석·김도하 기자]

수인선 협궤 디젤동차 핸들장치 모습 <사진 = 이도명 수집가 제공>
수인선 협궤 디젤동차 핸들장치 모습 <사진 = 이도명 수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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