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 최대 5천 세대 추진...전문가들 "손 쉬운 '땅 장사'"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 상업부지 공터. <사진=주재홍 기자>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 상업부지 공터. <사진=주재홍 기자>


인천도시공사가 송도국제도시 핵심상업부지인 R2블록에 최대 5천 세대의 오피스텔 등을 허용키로 하면서, 송도 6·8공구 전체가 상업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벌집촌'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R2블록은 송도 6·8공구 전체 일반상업 용지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미 6·8공구는 아파트·오피스텔 등 주거 시설 위주의 개발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4일 도시공사에 따르면 말발굽 모양의 송도 8공구 R2 블록 15만8천905.6㎡의 지구단위계획과 개발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연내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입니다.

앞서 2010년 R2블록은 지구단위계획상 일반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오피스텔 건립이 허용됐고, 최근 도시공사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 5천 세대의 오피스텔과 공동주택을 넣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대 5천 세대의 오피스텔 등 주거 시설이 들어서면 '벌집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시 강서구 마곡역 인근 1만4천여세대의 오피스텔 '벌집촌'입니다.

마곡지구는 LG 등 60여 개 기업 임직원 16만여 명이 근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거용 오피스텔 용지가 민간에 대거 매각됐습니다. 2015년 당시 서울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마곡역 인근 상업용지 7만2천473㎡의 80%가, 업무용지 30만5천846㎡의 절반 가량이 주거형 오피스텔 용도로 팔렸습니다.

서울시는 부채감축을 위해 상업 용지 등을 오피스텔 용도로 팔아버린 뒤 땅이 부족해지자 상가와 백화점 등을 짓기 위한 용지 확보에 애를 먹었습니다.

송도 6·8공구 개발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핵심 상업부지인 R2에 섣불리 오피스텔 위주의 개발을 한다면, 서울시의 탁상 행정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송도 6·8공구는 아파트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상업시설이 부족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해 R2부지의 상업 기능을 최대한 확보하고 오피스텔 건립을 최소화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도시공사는 시정에 역행해 '땅 장사'만 하려 하고 있습니다.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2015년 당시 마곡 지역 개발 주체들은 쉽게 '땅 장사'를 하려했다. 송도 R2부지는 다양한 여건을 종합해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며 "송도 6·8공구는 현재도 고밀도 주거지역에 속해 교통난과 학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용역에는 송도 6·8공구의 오피스텔 입주 등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한 사항이 모두 포함된다"며 "오피스텔 세대 수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송도국제도시의 발전 방향에 맞춰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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