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의 용현 시장. 소방시설 통행 안전선 위로 아채를 판매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의 용현 시장. 소방시설 통행 안전선 위로 아채를 판매하고 있다.


"소화전이요? 잘 모르겠는데요"

13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용현시장.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손님들의 발길이 제법 늘어난 모습입니다.

한 야채가게 상인은 노란 안전선 위에 무와 배추 등 야채를 내놓고 장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소방시설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해 시장 바닥에 그어놓은 이 안전선은 희미해진지 오래입니다.

골목 자체도 좁지만 시장 도로에 나와있는 물건들로 소방차 진입이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점포가 밀집된 소골목은 화재에 취약한 모습입니다.

정리가 안된 전선들은 꼬여 있고 먼지가 자욱해 합선 위험으로 불안해 보입니다.

피복이 벗겨진 전선들도 있어 언제든 누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시장 상인들은 소화전 위치를 묻는 질문에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다"며 다른 상인에게 질문을 떠넘기기 일쑤입니다.

시장 한 구석에 설치된 소화전을 찾아가 보니 거미줄이 자욱한 채 녹이 슬어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습입니다.

시장 도로 중간에 있는 소화전에는 수레나 박스 등 적치물이 쌓여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촌각을 다퉈야 하는 화재 현장에서 이러한 불법 적치물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전통시장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시장 내 안전불감증이 만연합니다.

더구나 인천 지역 일부 전통시장에 비상 소화장치가 없어 화재 발생 시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비상 소화장치는 소방기본법에 따라 차량 진입이 곤란한 지역의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을 위해 설치하도록 돼있습니다.

전통시장 상점 도로 대부분은 미로 식으로 복잡하게 이뤄져 모든 시장에 비상소화장치가 필요하지만 설치율은 미진한 실정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 지역 전통시장 비상소화장치 설치는 45개 시장 가운데 28개(62.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영교 의원은 "매년 전통시장 화재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입는 피해가 막대하다”며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소화장치설치율을 높이고, 상인들에 대한 소방안전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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