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한지 한 달 넘은 경기도의 한 마스크 공장. <사진 = 정지은 기자>
마스크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한지 한 달 넘은 경기도의 한 마스크 공장. <사진 = 정지은 기자>

지난 3월 마스크 대란으로 경기도 곳곳에 우후죽순으로 생긴 마스크 공장은 하나둘씩 문 닫는 것에 반해 가림막을 만드는 아크릴 업체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137곳에 불과했던 국내 마스크 공장이 11월 중순을 기준으로 784곳으로 늘었고 값싼 중국산 마스크까지 들어와 공급과잉은 더 심해졌습니다.

경기도 위치한 마스크 생산 J업체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3월에 생긴 KF94만 생산하는 마스크 신생 기업입니다.

J업체는 당시 장비 40대를 구입해 총 60억 원을 들였고, 공장 3개를 새로 지어 마스크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모든 공장에 불이 꺼진 상태입니다.

공장에 쌓인 재고만 1천만 장인데, 신생 기업이라 국내에서 유통 판로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고 유럽 등 해외로 수출하려 하지만 이것마저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직원 A씨는 "이번 달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해외 판로를 뚫지 못하면 공장 문 닫고 다 같이 죽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8월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한 마스크 생산 S업체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S업체는 마스크 생산시설 30대 가동을 중단한 지 한 달이 넘었고, 마스크 재고는 700만 장이 쌓여 공장에는 마스크 품질 유지를 위한 항온항습기만 돌아가고 있습니다.

초기 자본이 60억 넘게 들었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마스크를 소규모로 팔아 수익이 1000만 원을 넘지 못했습니다.

국내 덴탈마스크 단가가 60~70원인 반면 중국산은 장당 최대 25~35원으로 낮은 가격으로 형성돼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S업체 대표 B씨는 "200명 근무할 수 있는 규모인데 지금 3명 일하고 있다. 중국산 마스크 때문에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마스크를 팔고 있는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냐"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마스크 업체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것에 반해 가림막을 만드는 아크릴 업체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아크릴 K업체는 최근에 가림막 주문이 급격하게 늘어 하루에 200건씩 주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음식점,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뿐 아니라 학교, 관공서 등에도 아크릴 가림막 설치가 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사흘도 안 남은 수능에서도 가림막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수능용 가림막까지 주문이 들어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입니다.

직원들이 다 같이 야근하고 있지만, 아크릴판 가공, 재단, 설치 등 추가 인력 3명 정도가 더 필요해 급하게 모집 공고를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K업체 직원 C씨는 "현재 인력으로는 물량을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주문량이 너무 많다. 이렇게 바쁜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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