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공고를 보고 있는 청년들. <사진=연합뉴스>
구인 공고를 보고 있는 청년들. <사진=연합뉴스>

인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청년 인구의 유출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유출의 주요인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지목됩니다.

20일 인천시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인천의 청년 인구수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청년 인구(19세-39세)는 2015년 89만7천299명에서 2019년 86만4천434만 명으로 3만2천865명이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인천의 총인구수는 3만1천211명이 늘었지만 역설적으로 청년 인구는 오히려 줄어든 것입니다.

청년 인구 유출이 심화하는 주된 요인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에 기인한다는 분석입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인천의 사업체 수는 2만6천183개로 전년도보다 3천690개 늘었습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청년 인구 유출이 가파른 데는 사실상 인천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 2017년 한 연구에 따르면 인천 소재 대학을 졸업한 대졸자가 인천시에 있는 기업에 취업한 비중은 28.9%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타시도 취업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인천에서 서울 소재 기업 취업자 비중은 37.5%, 경기도 소재 기업 취업자 비중은 24.8%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9년 상반기 기준 지역별 고용조사에서도 인천에 거주하는 청년노동자의 21.6%가 서울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반면 인천 소재 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 중 서울에 거주하는 경우는 5%에 불과했습니다.

시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청년들이 인천에 머무를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천은 과거부터 제조업 중심으로 지역 경제를 성장시켜왔습니다.

부평구에 있는 한국지엠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산업단지와 1992년 남동구의 폐염전 지역에 수인선과 해안 사이에 조성된 남동공업단지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더이상 제조업 중심 산업생태계가 지역경제 성장의 동력인 청년 인구를 인천에 머무르게 하지 못합니다.

지난해 6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인천의 청년(만19~34세) 8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0.7%가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은 애로사항으로 ‘적절한 근로조건의 일자리 부족’을 선택했습니다.

청년들이 인천의 제조업과 비교해 양질의 근로조건을 갖춘 신산업과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금융업 등을 찾아 서울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입니다.

청년 인구 유출은 원도심의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을 더욱 가속시킵니다.

청년 중심의 경제활동인구가 없어 도시 자생력을 잃은 동구와 강화,옹진군은 인구감소 ‘소멸위험 지역'으로까지 분류됐습니다.

남아 있는 청년들마저도 커지는 노인부양 부담에 타지역으로의 이동을 재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 원도심들은 '도시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규주택의 공급 영향으로 인구가 증가한 연수구와 서구, 중구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역시 안심할 수 없습니다.'베드 타운'으로 전락해 침체된 도심으로 남을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경인지방통계청 인천사무소가 2019년 10월 31일 발표한 '인천시민의 일과 생활의 균형' 자료에 따르면 인천의 '주간 인구 지수'는 92.2로 전국 광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주간 인구 지수는 해당 지역 상주인구와 유입인구, 유출인구 등 자료를 바탕으로 낮 시간 해당 지역 인구 규모를 지수화한 것입니다.

지수가 100을 넘을 넘지 못하면 낮 시간에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라국제도시가 있는 서구는 89.2,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는 93.3의 지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청라는 아파트와 주상복합 용지 매각과 분양이 순항하는 반면 국제업무단지 등 외자 유치가 더뎌 '베드타운'의 이미지가 굳혀졌습니다.

송도국제도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굴지의 바이오 기업이 입주해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를 이유로 새로운 기업 입주와 투자유치는 더딘 상황입니다.

지난해 부산 국제금융센터(BIFC)에 6개 외국계 금융사가 입주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인천 내 기업 유치 및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 청년 인구를 유인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경배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인천지역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시에서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연계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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