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쟁에 남겨진 유족 '반역자' 낙인...인천,김포 학살만행 60건 내년 5월 조사 착수

26일 오전 인천 서구 불로동에서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위한 원혼비 설치와 위령제가 진행됐다. <사진 = 김도하 기자>
26일 오전 인천 서구 불로동에서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을 위한 원혼비 설치와 위령제가 진행됐다. <사진 = 김도하 기자>

(앵커)

한국전쟁 전후로 '부역자' 혹은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습니다.

인천 검단지역에서도 한국전쟁 당시 무고하게 학살당한 민간인이 수십 명이라고 합니다.

최근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인천지역 희생자 유족들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김도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72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서야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명예회복이라도 해 드리고 싶어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제나마 위로의 비를 세우게 됐습니다."

오늘(26일) 오전 인천 서구 불로동의 한 삼거리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이 모여 원혼비를 세우고 위령제를 가졌습니다.

유족들이 하얀 원혼비를 세운 곳은 삼거리의 한 교통섬.

유족들이 70여 년 전 학살당한 가족의 시신을 수습한 곳은 사유지화가 돼 바로 옆 공유지인 교통섬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랠 수밖에 없습니다.

72년 전 평범한 농부였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경찰에 총살당했다는 정금모씨는 죽기 전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싶습니다.

[인터뷰 / 정금모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인천지회장]

"정부가 서울을 버리고 피난을 갈 정도로 긴박했던 당시, 이곳 김포 주민들은 피난할 겨를도 없이 적군 점령지에 남겨졌습니다. 그런데 수도권 탈환 이후 적군에게 협력했다는 반역자로 낙인을 찍어 수많은 주민들이 무참히 학살당한 거죠."

정씨를 포함한 유족들은 이날 눈가를 붉히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최근 출범한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민간인 희생사건 조사지역에 인천, 김포지역을 포함시켰습니다.

전국에서 접수한 한국전쟁과 관련한 진실규명 요청건수는 9천여건, 이중 인천, 김포지역 진실규명 요청건수는 60여 건에 달합니다.

다행히 인천, 김포지역에서 진실규명을 요청한 민간인 학살사건은 모두 근거가 타당한 것으로 판단돼 내년 5월 27일부터 조사가 개시될 예정입니다.

[인터뷰 /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

"조사를 해서 진실규명 결정이 되더라도 법원에 민사소송 제기하고 변호사 선임하고 이런 과정은 반복될 것 같아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70년 넘게 기다려오신 분들을 위해 이런 민사 절차를 생략하려고 특별법도 발의된 상황인데, 국회에서 통과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무고한 학살 피해자라는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국가가 배상을 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진상규명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관련 입법은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경인방송 김도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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