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보는 시사] "정치권, 의료 관련 단체들 간의 이해관계 조정 없이 입법 강행"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 경인방송 = 우다영 PD ]


■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 (FM 90.7MHz 오전 7~9시 방송)  

■ 진행 : 김성민 앵커(경인방송)

■ 인터뷰 :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인터뷰 오디오 듣기]https://bit.ly/3QaKXBW


*인터뷰 저작권은 경인방송 라디오에 있습니다. 인용 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김성민 : 법으로 보는 시사 시간으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아주 민감하게 대립 중인 법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간호법인데요. 간호사 단체와 의사 단체가 양쪽으로 나눠져서 극단의 대립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오늘 이 시간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 간호법을 둘러싼 법적 쟁점과 어떤 부분이 지금 논란인지,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 이승기 : 안녕하세요. 


◆ 김성민 : 일단 정식 명칭이 간호사법이 아니고 간호법인 거죠?

 

◇ 이승기 : 네. 간호법이 맞습니다. 다만 이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라고 해서 간호단독법이라고 하는데, 이건 임의로 작명을 한 것이고 정식 명칭은 간호법이 맞습니다.

"보건복지위 통과한 '간호법', 국회 통과는 미지수"


◆ 김성민 : 그럼 먼저 간호법 제정, 지금 어디까지 진행이 돼 있는 겁니까?

 

◇ 이승기 : 간호법은 간호사와 간호사 단체, 특히 대한간호협회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법이 통과하면서 이제 법안 제정이 눈 앞에 왔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다른 보건의료단체가 이를 반대하면서 결국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는 아예 법안 자체가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간호법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어서 하반기 국회에서 언제든 상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가 지금 간호법을 두고 갈등의 골이 워낙 깊다 보니까 정치권도 지금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 과연 언제 상정이 돼서 본 회의까지 통과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국민의힘이 간호법 제정에 부정적 입장이고, 당초 적극적이었던 민주당도 반대 목소리가 워낙 크니까 눈치를 보며 숨을 고르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직역 갈등 폭발, 간호사와 나머지 보건의료인 대립" 


◆ 김성민 : 그래요. 간호법이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할 때가 지난달 17일이었습니다. 대한간호협회는 법안 통과를, 또 나머지 보건 의료단체들은 법안 저지를 내세우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었는데요. 심지어 양측 모두에서 파업까지 이야기가 나왔었죠?

 

◇ 이승기 : 네. 그때 대한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집행부에서는 아예 삭발투쟁까지 했는데, 한마디로 간호법을 두고 직역 갈등이 폭발했다고 보면 됩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공동으로 간호법 저지를 촉구하는 공동궐기대회를 열며 가장 앞장 서서 강력반발하고 있고요. 여기에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등 나머지 보건의료단체들이 공동 대응하며 간호사 대 간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보건의료인이 서로 대립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 김성민 : 그러면 근본적으로 묻고 싶은 것이, 다른 보건의료인들을 다 두고 왜 간호법만 이렇게 혼자 독립 법안으로 나온 건가요?

 

◇ 이승기 : 먼저 간호법 추진의 배경을 보면 간호법은 간호계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지금 간호사는 물론 의사까지 의료인 모두를 규율하고 있는 법이 바로 의료법인데, 이 의료법에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모든 의료인 규정하는 의료법, 간호사의 독자적 지위 갖지 못해" 


◆ 김성민 : 변호사는 변호사법이 있고 세무사는 세무사법 이렇게 나뉘는데요. 의사나 간호사 같은 의료인들은 의료법에서 한꺼번에 규정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 이승기 :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변호사와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이런 전문직들은 각자의 고유한 독립적 업무가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변호사가 유일하게 소송업무를 할 수 있다 보니 특허소송, 세무소송, 노동소송을 하며 전체 전문직들을 포괄하는 모양새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각자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이 됩니다.

그리고 업무가 구분되는 만큼 각자 독립적으로 일을 하면서 필요하면 그때그때 협업을 하면 되는 거지, 한 몸처럼 팀으로 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의료인의 경우에는 좀 다른 게 수술을 하든 진료를 하든, 의사와 간호사가 하나의 팀으로 해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거든요.

이게 요양병원으로 가면 의사와 간호사, 요양보호사가 그렇게 팀처럼 함께 가는 거고요. 그리고 의료인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일을 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협력관계가 중요한 거고요. 그래서 별도 법으로 해서 의사법, 간호법 이렇게 만들지 않고 하나의 의료법체계에 넣은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행 의료법이 70년 전에 제정됐는데 당시에야 병원이라고 하면 아프면 가서 치료 받고 수술 받는 곳이라고 봤지, 지금처럼 미용이나 건강관리 아니면 요양 차원에서 아프지 않아도 병원에 가는 것까지는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실제 진료와 수술을 하는 의사의 위치를 절대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의사의 독점적 지위를 강조한 구조로 간호사를 의사의 지도 하에 진료보조를 할 수 있는 정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간호사는 의료인이면서도 동시에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종속적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독자적 지위를 갖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해서 의료법으로부터 간호법을 독립하여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거고요.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이 5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조속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간호사의 업무범위 명확히 하자는 것이 '간호법'" 


◆ 김성민 : 결국은 현실에 맞지 않는 의료법이 곧 간호법 등장의 이유라는 건데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거네요. 그러면 간호법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왜 이 법이 필요하다는 건지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 이승기 : 현행 의료법을 보면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를 할 수 있다고 돼있고요. 의사의 진료보조로 두고 있는데,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너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계속 지적이 됐습니다.

특히 실제 의료현장에 가면 의사보조인력이라고 해서 의학적 진단과 처방, 심지어 수술집도까지 하는 간호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의료법은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를 받아 진료행위를 한다는 식으로 규정하니, 실제 의사를 대신해 일을 하는 간호사의 업무 자체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놓인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자는 게 첫 번째이고요.

두 번째는 변화하는 시대에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의료와 요양이 통합되는 식으로 의료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 70년 전 제정된 의료법으로 이걸 규정하는 게 무리라는 겁니다. 의료적 치료와 돌봄이 어려운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같은 경우 간호 인력을 통해 예방과 치료적 간호가 중요한데, 이런 서비스를 위해선 의료인인 간호사와 다른 돌봄 인력 간 협업을 위한 법 체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우리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바로 태움이라는 악습의 탄생 배경이 된 열악한 근로환경입니다. 간호사들의 법정근로시간 초과 근무, 휴게시간 미 보장, 연차휴가 강제 지정, 심지어 일부의 케이스지만 임신도 순번제로 하는 정말 비인간적인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어서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해 온 겁니다.

"보건복지위 통과한 간호법...껍데기뿐인 법안" 


◆ 김성민 : 그러면 이번에 상임위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간호법,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 이승기 : 이번에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법안을 보면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해, 최초 법안은 간호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서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을 받아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간호사 진료를 일부 인정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이 부분이 법안심사 과정에서 크게 후퇴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서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서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했습니다. 거기에 최초법안에서는 요앙보호사와 조산사를 간호법 적용 범위로 봐서 마치 간호사의 보조인력인 것처럼 규정한 내용이 있었는데 이것도 제외됐고요. 간호법을 기존 다른 법에 대해 우선 적용하는 특별법적 지위도 함께 배제됐습니다.

그 외 근로환경 및 처우 개선 관련 주요 내용으로 적정 노동시간 확보와 일·가정 양립 지원 등 간호사의 권리 명시, 간호사 등에 대한 인권 침해 행위 금지, '간호인력지원센터'를 신설하고 고충 해소·상담지원 업무 규정, '교육전담간호사'의 간호법 명문화 등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간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강화하는 내용들도 함께 포함됐고요.


◆ 김성민 : 간호법이 처음 발의되면서 상임위 통과까지 시간이 1년 쯤 넘게 걸렸거든요. 물론 지금이야 법사위에 상정이 안 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것만 놓고 보면 최초 법안에서 많은 내용이 빠지면서 그만큼 시간이 지연이 된 건데 간호협회가 보기에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이승기 : 간호협회에서도 껍데기뿐인 법안이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합니다. 
 

5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공동 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간호조무사협회원들이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논란이 된 '간호법'" 


◆ 김성민 : 결국 다른 보건의료단체에서 문제 삼았던 부분이 거의 다 삭제된 건데도 그런데도 계속 반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 이승기 : 간호법이 제정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인 겁니다. 당장이야 의사협회나 간호조무사협회 등 다른 직역에서 반대를 하니까 이런저런 규정들을 빼서 법을 만들었지만, 일단 통과가 돼서 간호법이 생기면 나중에 얼마든지 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시행령을 추가하는 식으로 해서 언제든 간호사의 진료행위나 독자 개원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아예 간호법 자체의 탄생을 막아야 된다는 입장이고요. 그리고 간호사만 왜 간호법을 만드냐고 해서 반대 단체들은 아예 간호단독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김성민 : 그런데 이 간호법이 말이죠. 갑자기 추진된 게 아니잖아요. 예전부터 논의가 계속 있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논란이 된 걸까요?

 

◇ 이승기 : 대한간호협회에서 그동안 간호법을 숙원사업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이게 잘 진행이 안 되다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간호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나 호감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가장 고생을 한다는 거죠. 


◆ 김성민 : 의사들 입장에서는 약간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이승기 : 그렇죠. 같이 고생했는데 스포트라이트 상당수는 간호사들에게 갔습니다. 오히려 의사들은 2020년 정부의 의사수급정책, 대표적으로 기존 의과대학의 의대정원 증원이나 공공의대 설립 같은 문제를 두고 파업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 게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파업이 웬 말이냐고 해서요.

결국 여론도 우호적이고 여기에 대한간호협회 회원이 35만 명이 넘습니다. 국회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가 없는 거죠. 그렇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지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3당 지금은 합당이 돼 사라진 국민의당까지 해서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 추진을 약속했고요. 1년 후인 지난해 3월 여·야가 간호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되면서 갈등이 폭발하는 기폭제가 된 겁니다.

"간호법, 내년 가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시키지 못하면 사실상 어려워" 


◆ 김성민 : 그러면 여기서 하나 제가 어려운 질문을 드려볼게요. 과연 향후에 국회 통과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 이승기 : 사실 국회 통과 여부는 법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이다 보니 예상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지금 상황을 보면 아직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 통과가 남았는데, 문제는 이게 직역 갈등의 모양이 되며 힘 대 힘의 대결이 됐다는 겁니다.

대한의사협회 회원수가 14만명이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83만 명이 넘습니다. 요양보호사는 120만이 넘고요. 그 외에도 다른 보건의료단체들까지 합치면 보건의료계 구성원 상당수가 반대 입장인 겁니다.

정치권에서도 의사협회만 반대한다면 특권층 내지 기득권이라고 해서 밀어붙일 구실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간호조무사협회부터 요양보호사나 다른 직역까지 함께 반대하는 상황이라 쉽게 법안을 통과시키긴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특히 앞으로 총선이 2024년 4월인데 그 말은 2023년 하반기부터 총선모드로 들어갈 겁니다. 선거시즌이 되면, 여야 모두 법안통과에 소극적이 될게 뻔하고요. 결국 간호협회에서는 내년 가을경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사실상 국회통과는 어렵지 않나 예상합니다.

"정치권, 의료 관련 단체들 간의 이해관계 조정 없이 입법 강행" 


◆ 김성민 : 이렇게 특정 직역에 대한 법을 만들면 관련 단체들과 협의 절차나 이런 걸 거쳐야 하는데, 그런 게 좀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네요?

 

◇ 이승기 : 일단 간호협회를 뺀 나머지 단체들이 워낙 반대 입장이 명확해서 협의 자체가 의미가 없고요. 또 당시 분위기가 코로나 사태 최전선에 일하는 간호사 이미지가 너무 크니까 정치권에서도 일단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사실 이런 사회적 갈등도 결국 정치권에서 관련 단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않은 채 입법을 강행한 원인이 큽니다.


◆ 김성민 : 윤석열 대통령도 올 초에 대선후보 당시에 간호사협회를 방문해서 간호법 제정을 약속 했었어요. 찬성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지켜보고 있고 이러지도 않고 저러지도 않고요. 누구 하나 총대를 메고 이걸 중재를 한다든가 이런 모습은 안 보이고, 그냥 지역 단체들끼리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그런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이게 정치라는 게 원래 사회적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건데 '오히려 이게 정치권이 갈등을 만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이승기 : 사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들의 권익을 위해 자기 일을 한 겁니다. 그리고 간호법 내용을 보면 현실적으로 필요해 보이고, 그만큼 의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런 법을 직역 간 조정 과정 없이 통과시키면 앞으로 의사들은 의사법,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법, 물리치료사들은 물리치료사법 등등해서 간호법과 비슷한 수준의 법률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겁니다.

그러면 정치권은 또 법을 만들어줘야 하는 건데요. 그렇게 되면 또 그 법에서 어떤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줘야하냐부터, 실제 의료현장에서 다른 보건의료직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까지 해서 지금 같은 사회적 갈등을 또 겪어야 하는 겁니다.

의료현장에서의 혼란이나 구성원 간 갈등도 지속될 거고요. 그런 부분을 보면 제발 우리 정치권이 당장 여론이 좋으면 법을 만들고 그러지 말고 좀 길게 봐서 이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보고, 특히 유사직역이 있을 때에는 그 목소리도 들어서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전에 민식이법도 그렇고 국회의원들이 무슨 인기투표하듯 여론만 좋으면 일단 법부터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좀 조심해야 합니다. 결국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갈등비용은 모두 우리 국민들이 부담하는 겁니다. 사고는 국회에서 치고 피해는 국민들이 보는 거죠.

"간호법,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쏙 빠져" 


◆ 김성민 : 사실 저는 이해가 좀 안 되는 게 이게 같은 병원에서 같은 공간에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법안 하나 때문에 왜 이렇게 서로 갈등을 빚는 건지 이해가 안 가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지금 정치는 빠져 있고 의료계가 간호협회와 나머지 보건의료단체들 간의 다툼이 돼 버렸잖아요. 이거 왜 이런 겁니까?


◇ 이승기 : 특히 의사와 간호사 간 직역 다툼이 치열한데, 간호사들 입장에서는 자신들도 간호대학에서 상당 기간 의료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았고 대학병원급 3차 의료기관이나 응급실 같은 중요한 의료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대하고 일을 하니까 어느 정도 독자적인 자격을 부여해달라는 거고요. 또 의사들은 의료법 제정 이래로 지금까지 의사와 간호사는 일종의 상하관계처럼 의사가 진료하면 간호사가 보조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런 체제를 갑자기 무너뜨릴 순 없다는 거니까 서로 간 이해관계가 너무 상충됩니다.

거기에 간호조무사협회 역시도 반대를 하는 게 간호조무사들도 간호사와 함께 의료현장에서 함께 뛰는, 그리고 우리가 보통 아프면 동네병원을 가지 대학병원을 가진 않잖아요? 동네병원에 가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게 바로 간호조무사분들입니다.

그런데 간호조무사에 대한 처우도 정말 열악한게, 우선 간호조무사협회는 법정단체로 현재 인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호조무사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이나 이런 게 없이 학원이나 고등학교 졸업생들만 가능하게 했다는 겁니다. 자꾸 간호조무사의 인력의 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전문대학 과정이나 이런 걸 개설하는 걸 막고선 질 운운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간호조무사도 어찌 보면 간호법의 당사자일 수도 있는데,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만 딱 빼고 간호법을 만들고 거기서 간호사의 법적 지위나 이런 부분을 대폭 강화하니까 간호조무사들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도 생기고요. 무엇보다 간호사에 종속된다는 게 더 강화되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에 의사협회와 함께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는 거고요.
 


◆ 김성민 : 사실 저는 간호법 제정 추진된다고 했을 때 그렇구나 했다가 간호조무사들이 간호법 제정을 심하게 반대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지? 간호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라든가 명확한 업무 규정 이런 걸로 두겠다고 하는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말하는 것은 간호조무사는 쏙 빼놓고, 간호사만 이렇게 지정이 돼 있다 보니까 '그러면 간호조무사는 뭐지?' 이렇게 된 거잖아요.


◇ 이승기 : 간호조무사협회에서는 간호조무사들의 아까 방금 말씀드린 전문대학 과정 개설이라든지 법정단체 추진, 이런 것을 어느 정도 명문화해 주고 대한간호협회가 지지해 주면 간호법에 우리도 동의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는데요. 이제 대한간호협회에서는 이런 부분을 사실상 거부한 거고요.

정치권 역시도 맨 처음에 의사협회가 반대할 때는 간호법을 밀어붙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간호조무사협회라는 어떻게 보면 85만 명이 넘는 단체고, 우리가 사회에서 보면 좀 간호사 못지않게 직역의 이익을 지켜줘야 할 그런 분들이 이제는 딱 나서다 보니까 갑자기 정치권이 뒤로 확 빠져버린 겁니다. 

"갈등의 원인 제공한 국회...결국 간호법 통과 어려울 듯" 


◆ 김성민 : 제일 많이 만나는 의료인들 중에 하나입니다. 이렇게 직역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우리 국회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지는 좀 지켜봐야 될 것 같은데, 변호사님은 이미 법안 통과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예상을 하셨어요?


◇ 이승기 : 제가 의사단체나 간호사단체 어느 쪽으로 치우쳐서 판단하는 게 아니고, 그냥 간호법 제정이 이제 법이 아닌 정치의 문제가 됐고요. 그렇게 되면 이제 이걸 바라볼 때는 철저히 정치의 눈으로 봐야 되거든요.

법적으로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의 관점인 거죠.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표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이제 총선이 2년도 채 안 남았는데 굳이 표 떨어지는 싸움에 뛰어들진 않는다는 겁니다.

그냥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수준에서 시간만 지체하다가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사고는 국회가 쳤지만, 실제 싸움은 각자 직역단체들이 하는 거고요. 그리고 피해는 국민들이 보고 있는 겁니다.


◆ 김성민 : 그러겠습니다. 청취자께서 의견 주셨는데 "간호사법이, 간호법입니다 정확하게는. 이 간호법이 모두가 납득이 갈 항목으로 제정이 된다면 반대가 없겠죠. 그러나 불합리한 항목도 있는 것을 지인을 통해서 알았습니다"라고 하시면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에게 모두 공정하게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되겠다" 이런 소중한 의견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아무튼 이 병원 안에서도 말이죠. 수직 구조의 피라미드 구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이런 분들이 있는데요. 다 환자를 위해서 치료하시고 헌신하시는 분들이지 않습니까.

서로가 서로의 일을 존중하면서 높이 받드는 그런 문화,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만 듣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이승기 :감사합니다. 


◆ 김성민 : 지금까지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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