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시사토픽]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 사회, 학생들의 극단적 행동을 돌아볼 책임 있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

■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 (FM 90.7MHz 오전 7~9시 방송)
■ 진행 : 김성민 앵커(경인방송)
■ 인터뷰 :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

[인터뷰 오디오 듣기]https://bit.ly/3btumtv

*인터뷰 저작권은 경인방송 라디오에 있습니다. 인용 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김성민 : 법으로 보는 시사 시간, 오늘은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 하겠습니다. 이승기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 이승기 : 네, 안녕하세요.

"광주 고교생 2명, 교사 노트북에 악성코드 심어 시험지 빼돌려"

◆ 김성민 :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죠. 최근 광주의 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악성코드를 이용해 시험지를 빼돌린 사건이 벌어져서 충격을 줬습니다. 오늘 이 이야기 좀 나눠볼 텐데요. 변호사님, 보통 우리가 시험 문제를 빼돌린다고 하면 시험지를 통째로 빼돌리는 그런 수법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최첨단 해킹 수법이 동원이 됐어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정말 시대가 변하고 또 기술이 발달하면서 범죄도 나날이 발전한다는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하필 그게 또 신성한 학교에서, 또 아직 어린 학생들이 직접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사실 좀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큽니다.

◆ 김성민 : 아, 그러게요. 저도 같은 마음인데 일단 이 사건 어떤 내용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 이승기 :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 2명이 늦은 밤에 교무실에 숨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학교 교무실에는 CCTV도 없고 경보시설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학교가 올해 1월 중순에 공간 재배치 공사를 진행하면서 보안 시스템 운행을 중단했는데 공사가 끝난 뒤에도 보안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무단 침입에 그대로 노출이 된 겁니다.

그렇게 보안 시스템도 없으니 학생들이 밤에 1층으로 시건이 되지 않은 창문을 통해서 2층 교무실과 4층에 있는 2학년 교무실에 몰래 들어간 겁니다. 그리고 시험을 출제하는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코드를 심었는데요. 이 악성코드의 기능이 뭐냐면 바로 주기적으로 노트북 화면을 캡처해서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에 설정된 암호 역시도 쉽게 풀었고요.

◆ 김성민 : 교사들이 노트북으로 시험 문제를 출제하거나 답안을 작성하는 작업을 하게 되면 그게 그대로 모니터 화면에 띄워지게 되는데 이걸 그대로 캡처를 하는 거네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다만 이 악성코드가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그 순간을 딱 포착을 해서 그때 딱 캡처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노트북 전원을 켜서 작업을 하면 자동으로 수 분 간격 주기로 해서 그냥 화면 자체를 캡처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때로는 시험 문제와 관련 없는 그런 화면이 캡처되기도 하는 거고요.

7월 26일 오후 시험지 유출이 있었던 광주 서구 대동고의 모습. <사진제공 = 연합뉴스>
7월 26일 오후 시험지 유출이 있었던 광주 서구 대동고의 모습. <사진제공 = 연합뉴스>

"중간고사 때도 똑같은 수법으로 시험지 빼돌려"

◆ 김성민 : 그러면 캡처한 화면들, 그러니까 이미지 파일에서 시험 문제와 관련된 부분을 또 추려야 했겠네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먼저인 게 일단 학생들이 또다시 교무실에 침입을 해서, 가지고 간 USB에 이 이미지 파일들을 담아오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캡처된 이미지 파일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까 이 USB에 다 담기에는 용량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방금 말씀드렸듯이 이미지 파일 중에는 또 시험 문제와 관련되지 않은 그런 부분도 많고요.

그래서 학생들이 그 수많은 이미지 파일 중에서 자신의 시험 문제지만 골라서 USB에 담아오는 겁니다. 이 작업에만 보통 2시간에서 4시간 씩 걸렸다고 하고요.

그리고 교사 노트북이 자리에 없는 경우에는 또 다음 날 다시 찾아와 악성코드를 심는 식으로 해서 시험 문제 전체를 이제는 빼내려고 한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이제는 기말고사 총 10과목 중 9과목의 시험 문제를 빼돌렸고요. 그런데 또 조사를 해보니까 그전에 중간고사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시험 문제를 빼돌렸는데 그때는 10과목 중 7과목이었습니다.

그렇게 빼돌린 시험 문제로 시험을 보고 이후에 또다시 교무실로 들어가 이제는 악성코드를 삭제해 증거를 없앴습니다. 결국 악성코드를 심고 또 시험 문제를 캡처한 이미지 파일을 USB에 담아오고 나중에는 악성코드를 삭제하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교무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영화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 김성민 : 아이고. 저 같으면 이 시간에 그냥 시험공부하겠습니다.
◇ 이승기 : 우리가 그러잖아요. 커닝 페이퍼 만들려고 열심히 만들다 보면 어느새 다 외워져 있다고요.

"교사, 시험지 파일에 비밀번호 설정조차 하지 않아...보안 허술"

◆ 김성민 : 아무튼 학생들이 완전 범죄를 꿈꿨다고 보이는 것 같은데 기말고사에서 한 과목, 중간고사에서 세 과목은 시험 문제를 빼돌리지 못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이승기 : 먼저 중간고사 과목 중 한국사, 지구과학, 영어 세 과목과 기말고사에서는 영어 한 과목을 빼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사와 지구과학의 경우에는 출제 교사가 학생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기간에 시험 문제를 출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악성코드에 문제지가 담기지 않은 거죠. 그러니까 악성코드를 심은 기간이 아닌 다른 날에 문제를 이미 출제한 겁니다.

그리고 영어의 경우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두 이제는 출제 교사 노트북에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거나 아니면 악성코드 실행에 문제가 생겨 아예 접근 자체를 하지 못했는데요. 특히 영어 출제 교사가 2명인데 이 중 1명은 노트북 보안이 강화된 암호 체계를 사용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비밀번호를 뚫지 못해 악성코드 자체를 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또 그에 반해 일부 과목의 경우에는 출제 교사가 노트북에 비밀번호도 설정하지 않은 채 그냥 시험지 파일을 통으로 저장해두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학생들이 이미지 파일 대신 아예 시험지 파일을 통째로 빼돌리기도 했고요.

◆ 김성민 : 그런데 이거 보면 학교 측의 시험 출제와 관리가 허술했네요.
◇ 이승기 : 예, 그렇습니다. 교무실에 보안 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것도 그렇고요. 그리고 또 교육청의 학업 성적 관리 지침을 보면 '교사는 시험 출제 시 원본 파일에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하고 또 원본 파일은 노트북 하드디스크가 아닌 이동식 저장 장치에 보관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돼 있는데 이 지침도 어긴 겁니다.

"커닝 페이퍼 발각되며 범죄 드러나"

◆ 김성민 : 그런데 학생들의 치밀한 범죄, 그리고 학교 측의 허술한 시험 관리로 어찌 보면 완전 범죄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꼬리가 밟힌 건가요?
◇ 이승기 : 사실 이런 범죄는 갑자기 하위권에 있던 학생이 성적이 급상승하면서 주위의 의심을 받고 그러면서 발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김성민 : 그렇죠. 수상하죠.

◇ 이승기 : 그런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았던 게 일단 이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성적이 좋았다고 합니다. 한 학생은 원래 1등급이었는데 계속해서 그 수준을 유지했고요. 다른 학생도 전교 20등에서 1등을 해서 전교에 소문이 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교 20등이면 원래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니까 이 정도로는 부정행위 의혹까지는 받지 않았던 거고요.

그리고 이건 범행 수법의 한계인데요. 이 범죄의 특징이 시험 과목 전체를 완벽하게 빼돌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부 시험지를 통째로 빼낸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지 파일만 가져오다 보니까 일부 과목에서는 시험 문제를 전부 빼오지 못했다는 거죠. 아니면 또 빼돌린 시험 문제가 다른 문제로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까 이 학생들이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맞고 이런 기적 같은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또 의심을 피한 거고요.

그런데 이게 어디서 발각이 됐냐 하면 이것도 정말 허무한 게, 이 두 학생 중 한 명이 빼돌린 시험 문제의 정답을 다 외우지 못해서 이걸 커닝 페이퍼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제 시험을 보고 이거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그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다른 학생들이 이 종잇조각을 가져다가 퍼즐처럼 맞춰본 겁니다. 그랬더니 이게 실제 시험 정답과 일치했다는 거죠.
그래서 학생들이 이걸 서로 얘기하고 그러면서 소문이 나고 그러다 이제는 학부모들이 알게 되고요. 그중 한 학부모가 학교에 이런 사실을 알리면서 이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겁니다.

"업무방해죄, 건조물 침입죄, 정보통신망법 위반"
◆ 김성민 : 그러면 이번 사건 어떤 혐의가 적용이 됩니까?
◇ 이승기 : 일단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보면 결과적으로 학교의 시험 업무를 방해한 겁니다. 그래서 형법상 '업무방해'가 성립이 되고요. 여기에 야간에 학교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을 한 거니까 이 부분은 또 형법상 '건조물 침입 죄' 성립이 일단 가능합니다.

그 외, 또 학생들이 타인의 노트북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또 해킹을 해서 시험 문제를 빼내려는 그런 정황도 나왔는데요. 이 부분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형사처분과는 별개로 지금 교육청이나 학교 측에서는 이 두 학생의 중간과 기말고사 성적을 0점으로 처리하고요. 추후에 이제는 퇴학 처리, 징계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 김성민 : 아이고 이게 적용되는 혐의가 꽤 많네요. 이 학생들 시험 때문에 인생 망쳤습니다. 커닝 하려다가. 학생들도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고 하는데, 이거 맞죠?

◇ 이승기 : 맞습니다.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합니다.

"대학 입시가 인생과 직결...우리 사회, 학생들의 극단적 행동에 대해 돌아볼 책임 있다"

◆ 김성민 : 그런데 범행 동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해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 이렇게요. 변호사님도 뭐 초중고 이렇게 학교를 모두 다녔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저는 사실 이번 사건을 보고 왜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범죄를 저질렀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솔직히 좀 있었거든요.

◇ 이승기 :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이제 20년도 넘었지만 사실 학교를 다닐 때 시험이 주는 스트레스는 정말 상당했습니다. 정말 시험 문제 풀다가 헷갈리거나 그런 문제가 있으면 정말 마음속에서는 당장 책이라도 펴서 확인하고 싶은, 아니면 옆 사람 시험지를 얼른 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압박감이 심했는데요.

그래도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내신이 지금처럼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수능 시험 가중치가 오히려 높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대학 입시에서 내신, 그리고 생기부가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 김성민 :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 이승기 : 특히 사교육을 줄인다고 하면서 수능 시험을 쉽게 출제하기 시작하니까 수능 시험이 주는 변별력이 급감했고요. 여기에 각 대학들도 예전처럼 수능을 점수로 줄 서서 뽑는 게 아니라 '몇 과목만 몇 등급 안에 들면 된다' 이렇게 바뀌니까 정말 내신 관리가 대학 입시에서 그 중요성이 너무 커진 겁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3년 동안 총 6학기 중간, 기말고사에서 총 12번의 큰 시험이 있는 건데 진짜 상위권 학생들은 정말 이 중 한 번이라도 삐끗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정말 목표로 하는 대학에서 갑자기 멀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학생들도 그만큼 시험 스트레스가 생기는 거고, 어쩌면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이라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범죄 행위가 정당하다는 건 아니고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인 건 분명합니다.

다만 이제 두 학생이 아직 어린 10대 고등학생인 만큼 이 범죄의 책임을 온전히 학생들에게 돌릴 수는 없다는 거고요. 그전에 우리 사회가 왜 학생들에게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었는지 그 부분도 돌아봐야 될 책임이 있지 않냐는 게 이제 제 생각입니다.

◆ 김성민 : 사실 저 고등학교 시절을 고백을 좀 하자면요. 내신 등급은 그냥 뭐 서울에 있는 대학교 이 정도 갈 수 있을 정도만 맞춰놓고 사실 저는 학교 기말고사나 중간고사 있잖아요. 그다지 공부 안 했습니다. 사실 학력고사 앞두고 첫 번째도 그냥 공부 안 하고 학력고사 봤다가 대학은 가야 되겠다 싶어가지고 재수하면서 반짝 공부했죠. 그렇게 해서 대학교도 들어가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3년 내내 공부 열심히 해야 되고요.

◇ 이승기 : 예전에는 "수능 한 방이면 된다." 이런 한 방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이제는 매니지먼트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 김성민 : 네. 그래서 저 고등학교 다닐 때 보면 입학하고 나서 바로 체육대회 한다고 해서 응원 연습하고 놀고, 기말고사 끝나면 여름방학하고요. 여름방학 끝나고 나면 또 가을 축제한다고 해서 준비하면서 놀고, 기말고사 보고요.

◇ 이승기 : 지금은 이제 그러기가 힘든 거죠.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 아버지가 시험지 빼돌려"

◆ 김성민 : 정말 열심히 놀았거든요. 공부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공부만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게 우리 사회가 대학 입시를 인생과 바로 직결이 되게 만들어 버렸고요. 아니 뭐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문제로 보는 한, 이런 사건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이런 말씀으로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느티나무 닉네임 쓰시는 2451번 님께서도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 학부 주의 사회가 문제인 거죠. 각자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 다른데 똑같은 잣대로 적용을 하니까 부모들도 어쩔 수 없이 상위권 대학 진학을 원할 수밖에 없는 이런 사회가 씁쓸하기만 합니다."라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2018년도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이 다시 소환이 되고 있어요.

◇ 이승기 : 아무래도 두 사건 모두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점, 그 부분에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게 많이 이슈가 되는 건데요. 다만 우리가 하나 알아야 할 게 범행 수법은 완전히 다릅니다. 숙명여고 사건 같은 경우에는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시험지를 몰래 빼돌려 쌍둥이 딸들에게 건네줘서 답을 외우게 했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치게 한, 어찌 보면 아날로그식 범죄였습니다. 아주 고전적인 범죄였죠.

그에 반해 이번 사건은 악성코드를 이용한 최첨단 범죄고요. 그리고 범행이 발각된 계기도 다른 게 숙명여고 쌍둥이의 경우에는 상위권 성적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극히 지극히 평범한 성적이었는데 갑자기 쌍둥이들이 문, 이과에서 각각 전교 1등을 하고 그러면서 성적이 급상승하니까 주변 학생들의 의심을 받게 되고 이게 공론화되면서 경찰 수사까지 이뤄진 겁니다. 그러다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개입된 사실이 밝혀졌고요.

그로 인해 쌍둥이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또 아버지인 교무부장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 김성민 : 이게 광주 고등학생이나 숙명여고 학생들 상황 보면, 이게 결국은 다른 학생들의 의심에서부터 꼬리가 잡힌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꾸 옛날 얘기해서 좀 그렇긴 한데 저희 때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냥 "저 친구 열심히 공부해서 공부 잘하는가 보다." 싶었거든요. 다른 학생들 성적 별로 큰 관심 없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안 그런가 봅니다.

◇ 이승기 : 내 것만 신경 썼었죠.

◆ 김성민 : 다른 학생이 갑자기 전교 1등 하거나 반에서 1등 하면 의심의 눈초리가 가는 그런 상황인 것 같아서 이것도 씁쓸한 느낌이 있어요.

◇ 이승기 : 그만큼 학생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진 거죠.

"광주 두 고등학생, 전과 기록 남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여"

◆ 김성민 : 맞아요. 그런데 여기서 또 궁금한 게 말이죠. 이번 광주의 두 고등학생과 숙명여고 쌍둥이 학생들 중에 굳이 죄질로 따지자면 누가 더 죄질이 나쁠까요?

◇ 이승기 : 당연히 광주의 두 학생입니다. 숙명여고 쌍둥이들의 경우에는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시험지 유출을 주도했지, 쌍둥이는 그냥 아버지가 준 시험지를 외우고 공부만 했습니다. 범죄 가담 수준이 높지 않은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쌍둥이 모두 소년 재판을 받았습니다. 소년 재판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형사처분이 아닌 보호 처분을 내리는 건데 여기서 어떤 처분을 받더라도 전과 기록에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호 처분에서 가장 높은 게 소년원 송치인데, 이 역시도 형사처분 아니냐 그러지만 아닙니다. 전과 기록에 남지 않는 보호 처분입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정말 미성년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정말 큰 혜택인 건데요. 그런데 이 당사자인 이 쌍둥이들이 법정에서 자백이나 반성 없이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급상승한 것이다." 이렇게 잡아떼면서 결국 이게 형사 재판으로 바뀐 겁니다. 그래서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거고요.

그에 반해 이 사건의 경우에는 두 학생이 어른의 도움 없이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시험지를 빼돌렸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도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면서 밤에 몰래 학교에 침입하는 정말 죄질이 상당히 불량한데요. 이게 학생이라 그렇지, 만약 성인이 이런 종류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아마 벌써 구속영장이 발부돼서 구속이 되고 그리고 재판에서도 실형이 100% 나왔을 겁니다.

그렇기에 두 학생이 비록 미성년자지만 범죄 수법도 좋지 않고 또 사건 자체가 너무 이슈화 된 이상, 이 사건을 소년 사건으로 보내기에는 좀 어려워 보이고요. 일반 형사 재판을 받아 실형 내지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결국 전과 기록이 남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 김성민 : 그렇군요. 그런데 저는 자꾸 생각이 나네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는 학생들의 범행 동기 말이죠. 이게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요.

◇ 이승기 : 저도 이제 앵커님께서 그런 말씀을 주시니까 계속 그 말이 마음에도 와닿고 생각이 나는데요. "마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어릴 적 추억의 영화 제목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어쩌면 학생들이 말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는 그 범행 동기, 정말 가장 솔직하고 또 학생다운 자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두 학생 모두 진지하게 반성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좀 평가하고 싶습니다.

◆ 김성민 : 그래요. 휴대폰 끝자리 1225번 님은 이런 의견도 주셨습니다. "대학 입시에 초등학교 때부터 인성 점수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공부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품성이 바르고 우리 사회에서 이게 얼마나 또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지 이런 것들도 좀 어른들이 생각하고 교육 제도에 녹아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의견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걱정이 되는 게 또 인성 점수 대학 입시에 반영된다고 하면 학원이 생길까 봐요.

◇ 이승기 : 봉사활동, 선행, 심지어는 '용감한 시민 상' 같은 것도 받는 컨설팅도 있을 것이고요.

◆ 김성민 : 이게 교육이라는 게, 정말 대학 입시라는 게 현재로서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깔끔하게 말이죠. 교과 과정에서 나오는 것만 가지고 시험 쳐서 대학교 가게 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학원 안 가도,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하면 대학교 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면 안 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한때는 그런 적도 있었다 싶어서 말씀을 좀 드려봤습니다.

오늘 방송을 하면서 '한때는 모범생으로 통했던 이 두 학생이 한순간 범죄자로 전락한 그 원인이 진짜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 사회가 성장만 좋으면 과정은 어찌 돼도 좋다는 '결과 만능주의'를 알게 모르게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른으로서 반성이 또 많이 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만 듣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이승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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