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땜질식 대응 급급…일관성 있는 대책 실천해야

 11년전 산사태로 무너진 우면산 쉼터. 이곳서 16명이 사망했다. (사진=연합뉴스)
11년전 산사태로 무너진 우면산 쉼터. 이곳서 16명이 사망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서울 경기도 등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인 호우로 사망·실종자 19명과 이재민 1천200명이 발생하면서 정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실효성 없는 수해 예방대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수해는 거의 매년 같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근본적 대책이 아닌 땜질식 대응으로 소중한 인명·재산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상기후에 따른 역대급 자연재해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중부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 피해는 11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사망 11명(서울 6명·경기 3명·강원 2명), 실종 8명(서울 3명·경기 3명·강원 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에서는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고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주택이 침수돼 반지하에 살던 1명이 숨졌습니다.

경기도는 화성시에서 산사태로 공장 기숙사로 사용하는 컨테이너가 매몰돼 1명이 사망했고, 광주시에서도 산사태로 도로를 지나던 차량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인천에서도 빈집 벽이 무너지고 반지하와 상가 및 재래시장에 물이 차오르는 등 4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피해도 수십억원에 달했습니다.

현재까지 집계된 주택·상가 침수는 3천755동. 이 가운데 서울(3천453동)이 대부분이며 경기·인천·강원·충북·세종에서도 피해가 났습니다.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본 서울시는 대형 수해를 막을 해법으로 향후 10년간 1조5천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지하 배수터널 건설 카드를 11년 만에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이 정책은 박원순 전 시장 때 비용과 실효성 등을 이유로 무산됐지만, 시간당 100㎜를 훌쩍 넘는 폭우에 대비하려면 수십만t에 달하는 대량의 빗물을 모아 흘려보낼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부활한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에 대심도 터널이 있는 신월동에 폭우 피해가 없던 점을 들며 "대심도 빗물저류 배수시설의 유효성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강한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행히 이번 집중호우가 비껴가면서 피해가 적었던 다른 지역들도 가을철 태풍을 앞두고 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강우에 침수된 차량들도 여느때보다 많았습니다.정비사업도 재해 앞에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재해예방을 위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자연재해 앞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에서는 2017년 7월 29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의 석남천이 범람해 인근 흥덕구 복대동 일대가 물바다가 됐습니다. 이곳은 지대가 낮은 데다 석남천과 이어지는 미호천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배수로가 막힌 게 주원인이었습니다.

이후 충북도와 청주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석남천의 폭을 넓히고 선형을 바로잡는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주변을 하수도 정비 중점관리지역으로 정해 우수·하수관로 정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27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이 일대 곳곳에서 크고 작은 침수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습침수와 산사태 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두를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변병설 인하대 정책대학원장(도시계획학)은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얼마만큼의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 근본적인 진단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이 걸린 인프라 확충에 대해 중앙·지방정부가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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