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병환으로 8남매 소리내 웃지도 못해...우리나라 지도에 최초 애국가 4절 쓴 서예작품 선보여

류규현 전 국립 인천대학교 공과대학 교수가 자서전인  '구름가고 강물흐르듯 그 여정 지나니 이제 웃네요'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완 기자)
류규현 전 국립 인천대학교 공과대학 교수가 자서전인 '구름가고 강물흐르듯 그 여정 지나니 이제 웃네요'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완 기자)


최근 국립 인천대학교 공과대학을 정년 퇴직한 류규현 교수(72)가 '구름가고 강물흐르듯 그 여정 지나니 이제 웃네요'라는 제목의 소설같은 자서전을 펴내 독자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공학박사로서 현재 서예가(초대작가)이면서 색소폰 연주자이기도 한 저자는 6살부터 금년까지 67년의 추억을 소환한 이야기를 실으면서 그 시대의 사회상과 함께 보릿고개 시절 자식을 위한 무한한 사랑과 고생만 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파란만쟝한 애환을 꾸밈없이 기술해 놓고 있어 심금을 울리고 옛 추억에 푹 빠지게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특히 46년간 앞을 보지 못한 아버지와 남편 곁에서 수발을 들면서 남편 대신 농사를 지어 3남5녀인 8남매를 올바르게 키운 어머님의 한과 주경야독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장님인 아버지를 모시고 41년간 교직생활을 한 이야기를 '영화필름 돌려보듯' 구구절절 생생하게 정리해 놓아 더욱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저자는 "다복한 집안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는데, 중학교에 입학하던 14살때 부친이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되었으니, 8남매의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부친은 40년은 세상을 보시고, 46년 동안은 장님으로 살아왔습니다. 일본감정기 시절에 집안 장손인 부친이 일본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간장을 들이 마시고 고추가루를 퍼 마신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간장과 고추가루를 동시에 많이 들이키면 폐병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 군복무 면제를 받을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애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간장 등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시신경 부작용으로 눈이 멀게 된 것이지요."

앞을 보지 못한 부친은 지팡이 짚고 논길를 걷다가 논두렁에 푹 빠져 온몸을 흙탕물에 적시적인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본 형제들은 뒤뜰에서 소리없이 흐느껴 울던 가슴 아팟던 과거도 들려주었습니다.

◇부친 병환으로 8남매가 소리 높여 웃지도 못해...평생 가슴앓이 옹이

저서전의 제목인 '구름가고 강물 흐르듯 그 여정 지나니 이제 웃네요'라는 책에서 보듯, 8남매는 집안에 좋은 일이 있어도,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부친의 병환으로 소리 높여 웃지도 못하고, 가슴앓이 옹이를 평생 안고 조심조심하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한번 웃음이 터지면 부친이 "무슨 일이냐"고 깜박 놀라며 물어보기 때문입니다.

부친은 86세에 세상을 보지 못한 한을 안고 이승과 이별하였고, 모친은 부친의 병 수발과 농사일로 힘이 들어서인지, 80세에 이승을 떠났습니다.

류 교수는 "늦었지만, 고생하신 부모님의 애환을 위로하기 위해 이 책을 펴낸 것'이라고 출판 동기를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책에는 또 1956년 6살 무렵, 4각형이나 6각형의 성냥(유엔성냥 등)의 성냥 한 개를 아끼기 위해, 할아버지가 부싯돌로 불을 붙여 사용했던 기억과 자신의 생일날인데도 부모님이 친척 잔칫날에 장남인 형만 데리고 간 야속한 추억도 떠올렸습니다. 잔치날에도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은 시절이어서 동생이 따라가면 장손도 많이 먹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배가 많이 고플땐, 나무가지가 약한 감나무에 추락 위험을 무릎쓰고 올라가서 감을 따 먹던 '보릿고개의 추억들도 가난과 배고픔의 시절을 나타내 주기도 합니다.

◇'개판 오분전'은 6.25전쟁 슬픈 역사에서 비롯...피난만들에게 배급해 줄 가마솥의 '밥 뚜껑 열기 5분전'이라는 말

또한 이 책에는 저자가 살아온 중·고교와 대학생, 교직생활 등 그 시절마다 생겨난 생활속의 속어에 대해서도 그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 놓아 그 시대의 사회상을 엿볼수 있어 중간 중간에 깨소금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개판 오 분 전'이라는 말의 배경도 전해줍니다. '개판 오분전'이라고 하면 흔히 엉망진창인 상황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때 개판이 '멍멍이 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이 책내용에 따르면 개판오분전 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배경은 슬픈 전쟁의 역사에서 비롯됐습니다.6.25 전쟁당시 피란민들이 북한군을 피해 부산까지 모여들었는데, 이때 UN군이나 미군의 식량원조로 굶주린 사람들이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쌀이나 옥수수 등을 커다란 솥에 삶아 사람들에게 나눠 주게 되었는데, 밥이나 죽을 다 끓이고 나눠주기 5분 전에 가마솥 관리담당자가 피난민을 향해 종을 치거나 "개판 오분전"이라는 소리를 지른후 솥을 덮고 있던 나무판 뚜껑을 연다고 해서 開:열개,板:판자판)오분전”이라고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후 솥뚜껑을 열기 '오분 전'에 굶주린 사람들이 몰려들어 무질서하게 난장판이 되는 것을 빗대어 '개판오분전' 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지요,"

◇책 제목과 표지 '난' 직접 붓글씨로 쓰고 그려...시 '조국'을 훈민정음체로 써서 인천대 도서관과 구청에 기증

이 책의 제목과 표지 '난' 그림을 직접 부글씨로 쓴 저자는 또 서예공부를 하면서 노산 이은상 선생님의 시 '조국'을 훈민정음체로 써서, 표구(200/70)를 하여 인천대 도서관과 관할구청에 기증했고, 특히 최초로 대한민국 지도 모양위에 애국가를 4절까지 훈민정음체로 써서, 기증한 사실도 소개했습니다.


또한 예서와 행. 초서로 쓴 병풍은 서예를 하면서 최고의 기쁨으로 느꼈으며, 아내가 다니는 사찰 “佛淨寺”에는 현판을 한자와 한글로 쓰고 서각해서, 2021년 4월 초파일 즈음에 기증했다고 했습니다.

◇효(孝)와 선행 중시 도덕운동 산파역도 맡아

또 효(孝)와 도덕성을 중시한 저자는 (사단법인) 한국도덕운동협회 인천지회의 자문위원장을 맡아 초, 중, 고등학생 및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선행, 효행, 사회지도자상 시상 제도를 만들고 매년 5월 가정의 달에 시장상과 교육감상, 시의회의장상 등을 시상토록 하는데 산파역을 하는 등 지역사회발전에도 봉사한 사실을 이 책속에서 엿볼수 있었습니다.

◇7년간 '하계농촌기술봉사 지도교수'로 농민들의 전기배선과 가전제품도 수리해줘

또한 대학생 데모가 매우 심하던 1982년부터 대학생들의 '농활'(농사일 돕기) 대신 '하계농촌기술봉사 지도교수'로서 농촌 현지에서 매년 7박 8일씩 학생들과 기거하면서 7년간 농가의 전기와 가전제품을 고쳐주는 농촌 봉사를 실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전기팀은 가정의 전기배선과 콘셋 및 전등교체하고 마을 보안등을 달고, 전자팀은 가전제품(TV,전축,라디오,선풍기,밥솥 등)을 수리해 주었으며, 기계팀은 농기계 및 자전거 등을 모두 무료로 수리해 준 경험도 기록해 놓았습니다.

또한 1989년 1월 이후 당시 남들이 하기 어려웠더 학생처장을 세번씩이나 역임하면서, 대학발전을 위해 교무위원들에게 서슴없이 직언과 진언을 하며, 노력하고 실천하려했던 기록은 더욱 진지했습니다.

저자는 끝으로 지난 10월 이 책을 출간하면서 "같이 살아온 지역사회와 동료에게는 잘못을 빌고, 이웃과 제자에게는 좀 더 겸손하고, 성의 있는 강의를, 부모에게는 효도를, 남매에겐 우애를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하고, "앞으로는 더 배려하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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