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내한 공연위해 귀국한 재즈 보컬리스트 겸 작곡가 윤여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즈 보컬리스트 겸 작곡가인 윤여준이 26일 서울 홍대 재즈클럽 에반스에서 공연하고 있다.<사진=여승철>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즈 보컬리스트 겸 작곡가인 윤여준이 26일 서울 홍대 재즈클럽 에반스에서 공연하고 있다.<사진=여승철>

미국 뉴욕의 재즈명문 대학에서 재즈 보컬을 전공하고 현지에서 보컬리스트와 작곡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여준이 어제(26일) 홍대 재즈클럽 에반스에서 10여일간 이어진 내한 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가졌습니다.

윤여준은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로 '재즈와 잘 어울리는 보컬리스트'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목소리도 여러 악기 가운데 하나'라며 만든 윤여준의 작품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주하듯 음을 내는 그녀의 스캣 창법과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비브라폰을 활용한 곡 구성으로 듣는 이에게 몽환적인 치유의 감성과 발랄한 마음을 동시에 들게하는 묘한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재즈와 어울리는 보이스…환상적 분위기에 발랄한 감성까지 풍기는 작곡

윤여준은 1월 초에 귀국한 뒤 어제(26일)까지 서울의 유명 재즈 클럽인 '사운드 독'을 시작으로 강남 플랫나인, 성수 심야의숲,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 홍대 클럽 에반스 등에서 공연을 마치고 오늘(27일) 다시 뉴욕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녀는 2016년 KBS라디오의 먼데이뮤직 <함께 부르는 노래>에 '유리상자'의 박승화와 콜라보로 부른 '순애보'로 국내에서 잘 알려져있습니다.

어제 클럽 에반스의 스페셜 라이브 무대에서 11곡의 자작곡을 선보인 윤여준은 "이번 공연의 첫 곡인 'Enlightment-Solid Waves'는 지난 3년동안 한 콘셉트로 작곡한 곡들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라며 "오는 3월에 뉴욕에서 녹음할 예정인 앨범에도 수록될 곡으로 '빛과 어둠'에 대한 추상적인 형태를 주제로 준비한 곡들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습니다.

2017년 재즈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에 오른 그녀는 파슨스 디자인스쿨이 속해있는 명문 대학인 뉴욕의 뉴스쿨 오브 재즈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습니다. 2020년 젊고 재능이 보이는 작곡가와 연주자에게 주어지는 상인 '존 콜트레인 어워드'를 받으며 학사(BFA)를 마친 뒤 지난해 5월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대거 배출한 맨해튼 음대(Manhattan School of Music)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뉴욕 재즈명문 뉴스쿨·맨해튼음대서 공부…'존 콜트레인 어워드' 수상 영예

"존 콜트레인은 전설적인 재즈 색소폰연주자입니다. 제가 2020년 학사 수여식 때 받은 이 상은 전통적으로 뉴스쿨(New School, College of Performing Arts)에서 유능한 신예 작곡가나 연주자에게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Honor Award)이지요."

윤여준은 "재즈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해 준 고마운 음악"이라며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만들어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나 TV에서 나오는 특정한 소리나 음악을 들으면 곧장 따라부르거나 피아노로 칠 수 있었던 윤여준은 "재즈는 음악적 고민과 호기심을 풀기위한 도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재즈는 음악적 고민과 호기심을 풀기위한 도전"

"제가 특별한 음악적 재능이 있었다기 보다 음악을 좋아하던 아버지 덕분에 클래식을 늘 가까이에서 많이 듣고 자랐어요. 성악, 뮤지컬, 가요에 빠져있던 초중고를 거쳐 백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면서 더 많은 팝과 가요를 배우고 불렀지만 나만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음악을 찾기위한 고민은 해결하기 어려웠어요. 도전해보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었고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재즈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뉴욕으로 향하게 됐지요."

뉴욕에서 만난 재즈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해준 '고마운 음악'이라는 그녀는 재즈를 배우며 즉흥적인 연주와 연주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나가는 감정표현이 더욱 자유로워졌고 자신을 더욱 잘 알게됐다고 말합니다.

"재즈는 현대 대중음악의 뿌리입니다. 우리가 매일 듣는 대부분 음악의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재즈가 있습니다. 재즈를 배우게 되면서 제 뿌리를 찾게 됐고 제가 어떤 음악을 듣고 자랐으며 어떤 음악의 영향으로 지금 '윤여준의 음악'이 있는지 알게됐지요. 또 재즈는 커뮤니티입니다.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연주하는지도 엄청 중요한 음악이지요."

2020년 3월 뉴스쿨에서 학사 마지막 학기 때 찾아 온 코로나 사태로 충격과 혼돈에 빠진 뉴욕에 남아야할지 한국으로 돌아가야할지 고민하던 그녀는 모든 것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제 막 느끼고 찾게된 '자신의 색깔' 때문에 재즈 공부를 멈출 수 없어 '공부를 계속하자'며 뉴욕에 남을 결심을 하게됩니다.

"아시아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또 연주수업이나 연주활동과 관련된 이벤트가 모두 취소되고 온라인과 레코딩 방식으로 바뀌면서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돌아갔고 동료 뮤지션들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정한 시기였지만 석사 오디션에 도전했고 맨해튼 음대에 입학하는 기회를 얻었어요. 현재 뉴욕은 다시 전처럼 공연활동이 활발해져 지난해에 많은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디지스 재즈클럽서 '밍거스 빅밴드' 보컬로 공연…밀러 홀 무대서 작품 발표

그녀는 지난해 4월 뉴욕 링컨센터의 디지스 재즈클럽(Dizzy's Jazz Club at Lincoln Center)에서 재즈 레전드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인 찰스 밍거스의 음악을 계승한 '밍거스 빅밴드'의 보컬로 무대에 섰습니다. 세계적인 트럼페터 잉그리드 젠슨(Ingrid Jensen)과 함께 한 공연이었습니다. 또 뉴욕의 유명 재즈클럽인 스몰즈(Smalls), 코넬리아 스트릿 카페(Cornelia Street cafe), 토미 재즈(Tomi Jazz) 등에서 연주를 했고, Tishman Auditorium, Neidorf-Kapati Hall 등 콘서트 홀의 무대에도 여러차례 올랐습니다.

"많은 공연 가운데 지난해 5월 8일 어버이날 가졌던 맨해튼 음대 석사 졸업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유명 리사이틀 공연장인 밀러 홀(Miller Hall)이었는데 제가 3년간 '빛과 어둠'이라는 주제로 작곡한 음악을 완성된 형태로 처음 대중들 앞에서 연주했던 뜻깊은 공연이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음악 많이 만들어 진심을 다해 연주하고 싶어요"

인천의 유명 재즈클럽 '버텀라인'에서도 공연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윤여준은 재즈 보컬리스트 겸 작곡가로 이날 공연의 마지막 곡인 'Mirrors'를 소개하며 자신의 '재즈 인생'의 앞길을 밝혔습니다.

"거울을 보며 작곡한 'Mirrors'는 '닮아있는 모습'이란 주제와 '두 개의 거울을 반대편으로 놓으면 길이 생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뉴욕으로 돌아가 녹음하게 될 저의 첫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지만 다음 앨범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재즈는 진심을 다해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의 연주라는 면에서 사람이 매우 중요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음악 만들고 많은 분들께 들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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