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주거지원 물량 확보됐지만, 기준 없어 무늬만...실질 구제 대책 없어 무용지물 불만도 제기

31일 오전 9시 50분쯤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상담센터를 찾은 41살 김동훈씨가 70대 아버지와 함께 상담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주영민 기자>
31일 오전 9시 50분쯤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상담센터를 찾은 41살 김동훈씨가 70대 아버지와 함께 상담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주영민 기자>


'미추홀구 깡통전세' 피해자 등 인천 지역 전세사기피해자를 위한 임시 피해지원상담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막상 이곳을 찾은 피해자들은 특별한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어렵게 상담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생색내기'라는 겁니다.

오늘(31일) 오전 10시부터 임시 업무가 시작된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상담센터.

앞서 오전 9시 50분쯤 41살 김동훈씨는 70대 아버지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김씨는 상담직원을 통해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작성한 뒤 전세보증금반환 이행 청구서를 작성하고 위성용 법률구조공단 단장으로부터 법률 상담을 받았습니다.

인천 계양구 계산역 인근 빌라에 1억6천600만원을 주고 전세를 사는 김씨는 최근 미추홀구 깡통전세사기에 혹시나 해서 자신이 사는 빌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 빌라가 압류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집주인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고 도움을 받고자 센터에 방문한 겁니다.

하지만 김씨는 이곳에서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김씨는 "내가 사는 집도 혹시 전세사기가 아닌가 의심이돼 등기부등본을 떼 봤는데 이미 집이 압류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센터에서 무언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현재로선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다시 방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31일 오전 10시쯤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상담센터를 찾은 70대 남성 B씨가 HUG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주영민 기자>
31일 오전 10시쯤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상담센터를 찾은 70대 남성 B씨가 HUG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주영민 기자>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 문 열었지만...성과 없이 발길 돌린 피해자들

인천시는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법률구조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함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 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 3층에 임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열었습니다.

센터에서는 전세피해 확인서 심사와 발급, 금융 및 긴급주거지원, 법률상담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센터를 방문한 피해자들은 기대했던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소득없이 돌아서면서 법률상담만 가능한 '반쪽짜리'에 불과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LH가 긴급거주지 226가구를 마련했지만, 시와 HUG, LH가 지원 기준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금융지원의 경우 일부 피해자들이 원하는 '대환대출'은 아예 없어, 그냥 돌아서야 하는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30대 남성 A씨는 '대환대출' 가능 여부 상담을 받기 위해 센터를 찾았지만 HUG 직원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습니다.

A씨는 "인터넷에서 찾아본 것보다 상담이 내용이 더 부실했다"며 "당장 집이 경매로 넘어가 이사를 해야 하는데, 긴급거주지는 신청조차 받고 있지 않고, 대환대출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막막하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습니다.

미추홀구 제물포역 인근 도시형생활주택에 사는 70대 B씨 역시 센터를 찾았지만, 별다른 도움도 받지 못해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40대 직장인 아들이 신용대출로 7천만원을 받아 이 주택에 전세로 살고 있다는 B씨는 계약 만료일이 오는 9월입니다.

52세대가 거주하는 이 도시형생활주택 전체가 깡통전세로, 일부 세대는 이미 경매에 넘어가 1차에서 유찰됐고, B씨의 집도 경매로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B씨에게 필요한 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반환 받는 건데, 법률 상담 결과는 소송을 해도 제대로 받기 어렵단 내용이었습니다.

금융지원 상담도 받았지만, 대출을 받아 빚만 늘리는 구조여서 선 듯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B씨는 "금융지원이라고 해봤자 저리로 돈을 빌려 줄테니 다른 곳에서 전세를 살라는 건데, 우리같은 서민 입장에선 전 재산을 그냥 날리고 새로 시작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할 가능성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지원상담센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처럼 센터를 찾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센터 측은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눈치입니다.

긴급주거지원 상담을 맡은 LH 소속 한 직원은 "임시주거지원의 경우 물량은 확보됐지만, 세부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현재로선 상담만 가능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확보한 물량의 위치와 입주하게 될 경우 내야할 자금 등을 설명하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 피해지원 센터장을 임시로 맡고 있는 강현정 강서전세피해지원센터장도 "대환대출의 경우 불량담보 물건을 대환할 수 있는 금융사가 현재 없어서 상품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에서 이부분에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인천에는 지난해 말 기준 1천556건의 전세보증반환보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는전국 5천443건의 29%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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