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나뭇결 따라 살아온 삶〉 장인 면담부터 촬영, 원고 정리까지...시민기록단이 구술집 엮어

<나뭇결 따라 살아온 삶> 글·사진 미추홀시민기록단(김용경 이혜숙 조연희 정은주 정지선 표기자 허은영 김순옥 / 기록멘토-허은심). 미추홀학산문화원. 446쪽.
<나뭇결 따라 살아온 삶> 글·사진 미추홀시민기록단(김용경 이혜숙 조연희 정은주 정지선 표기자 허은영 김순옥 / 기록멘토-허은심). 미추홀학산문화원. 446쪽.

인천 숭의목공예마을에 자리 잡은 목공장인 19명의 삶을 담은 구술 기록집 <나뭇결 따라 살아온 삶>이 출간됐습니다.

이 책은 미추홀학산문화원이 '사라지고, 살아지는' 지역이야기를 기록하여 역사로 남겨놓기 위한 작업인 '미추홀, 살아지다' 도서시리즈의 여섯 번째 기록물입니다.

'숭의목공예마을 나무장인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어려웠던 시절을 살아내기 위해 시작한 목공 일이 평생의 업이 된 목공장인들의 생애를 담았습니다.

이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1950년대 배다리를 시작으로 70~90년대 도원동, 숭의운동장, 도원역 인근 등을 거쳐 최근 숭의동목공예마을에 정착하기까지 인천 목공장인들이 살아온 진솔한 이야기와 목공예 상가들이 밀집해 있던 지역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사용하는 나무의 종류는 물론, 접착제와 사용하는 기계들이 달라지는 과정을 통해 인천 나무산업의 흥망성쇠 이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숭의목공예마을 목공장인 19인의 손.(424~425 쪽) <사진=미추홀학산문화원>

이 책은 △문짝 △목가구 △목조각·목각 △목 선반 △톱 연마 △미래를 그리다 등으로 나눠 해당하는 목공장인의 이야기를 담는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문짝' 편은 '나는 행복한 작은 거인' 차기대(고려목공소), '나무를 닮은 듯 편안한 목공인' 이복섭(보령목공) 장인이 주인공입니다.

'목가구' 편에서는 '맞춤 제작의 달인' 김창선(노아목재), '조각부터 인테리어까지, 일명 맥가이버' 이길학(성원인테리어), '윈스턴 스피커의 울림을 담은 장인' 변경인(서울목공예), '목공예 마을의 정직한 제페토' 윤덕환(명진공예사), '짜맞춤으로 가구를 만드는 뚝심' 조한일(모던목공방), '목재의 숨결을 느끼며 나무를 바라보다' 김종필(한일원목목공) 장인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목조각과 목각'은 '목공예의 달인' 강오원(고전공예사), '상감으로 나무에 혼을 불어넣는 장인' 김인규(미추홀공예사), '목간판에 새긴 나만의 글씨' 진교욱(인일조각), '조각에 무아지경의 매력을 느끼는 장인' 박호만(인일조각) 장인의 삶을 그렸습니다.

'목선반' 편은 '로구로 외길 인생' 원철성(대우공예), '백반집 같은 목공 장인' 이철희(대한공예), '마루칼, 평칼, 삼부칼, 그렇게 세 가지만 가지고도 가능해요' 안희식(신정목공예) 장인의 생애를 옮겼습니다.

'톱 연마'는 1934년생으로 최고령인 '88세 노장 연마장이' 김유일(유성톱연마) 장인의 삶의 여정을 돌아봤습니다.

'미래를 그리다'에는 김유일 장인과 42년 차이로 1976년생인 최연소 주인공인 서희원(아셀트리목공방) 장인의 '목공, 교육으로 꽃 피우다'와 '벽화쟁이가 나무에 그린 그림' 이현준(준아트) 장인과 함께 숭의목공예센터 박승화 센터장의 '차세대 목공산업으로 전환할 때'를 담아 목공장인과 목공예센터의 앞날을 그려보고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특히 원철성 장인이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김경기 선수에게 야구방망이를 만들어 준 이야기(287~290쪽), 당구 큐대 재료는 단풍나무 메이플목이 주로 사용한다는 이철희 장인 이야기(312~313 쪽), IT회사에 다니다 40살 때 목공 일로 진로를 바꾼 박승화 센터장의 이야기(408~421쪽) 등 목공장인을 직접 찾지 않으면 듣지 못할 생생한 기록들이 가치를 더해줍니다.

숭의목공예마을은 1세대 목공장인들의 은퇴가 진행 중이며, 오래된 목공 가게가 차츰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지자체와 주민들이 숭의목공예마을을 전통 목공예 지역특화거리로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변의 도시 개발은 급격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은 목공장인들과 숭의목공예거리의 모습과 이야기들이 단절되지 않도록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구술 기록집은 7명의 미추홀시민기록단이 지난 2022년 4월부터 8개월 동안 면담부터 촬영, 원고 정리까지 모든 집필 과정에 참여한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합니다.

미추홀학산문화원 정형서 원장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처럼 숭의목공장인들의 생애 구술기록이 단지 기록을 위한 기록으로 남지 않고 과거를 통해 현재 삶을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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