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일 최강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맹추위가 유독 힘겨운 사람들, 바로 집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인들 일겁니다.
이 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해주는 현장을 배수아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늦은 퇴근시간 수원역 옆 '정 나눔터'라고 적힌 간판 아래 수 십 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최강 한파가 들이닥친 요즘 따뜻한 밥 한 끼가 절실한 노숙인들입니다.
[현장음]
"맛있게 드세요. 빵도 가져가세요."
매일 보는 익숙한 얼굴인지 친근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다 먹고 또 먹으라"고 말합니다.
밥과 함께 나눠주는 빵을 놓고 한 개 더 달라며 간혹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저녁 메뉴는 콩자반과 깻잎, 멸치볶음과 오뎅탕.
깨끗하게 비워진 식판을 반납하는 곳을 따라가 보니 10여 명의 사람들이 두 줄로 앉아 식판 설거지와 잔반 처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백점규 목사]
"여기 그릇 씻고 하던 친구들 옛날에는 노숙했었지. 밥 먹으러 오다가 만나가지고. 이 친구는 알콜 엄청 중독이었거든. 그 친구는 알콜로 119에다 수없이 실려 다녔어."
현재 급식 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반 이상이 이곳에서 급식을 배급받던 노숙인들이었지만, 이제는 이들에게 밥을 나누며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백점규 목사]
"(급식봉사 한 지)10년 조금 넘었지. 앞에 광장에서 천막치고. (전) 도지사가 노숙인들 200명이 거리에서 눕고 자고 밥먹고 하니까 그런 것을 보고 실내로 들어갈 생각이 없냐. 일단 역전을 떠나지 않으면 들어가겠다 안 그러면 노숙인들이 찾아오질 못해"
수원에 아무런 연고지가 없던 백 목사를 이곳으로 이끈 건 지난 2007년.
우연히 수원역 노숙소녀 사망 사건을 접하고 수원역을 방문했다가 역 곳곳을 점령한 노숙인들을 본 후 급식 봉사를 시작했던 게 어느덧 10년이 훌쩍 흘렀습니다.
매일 200여 명의 노숙인들이 수원역 정 나눔터를 찾는데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오히려 인원이 더 줄어듭니다.
타 지역에서 오는 노숙인들은 맹추위에 한발 짝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입니다.
혹한 속에서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정 나눔터'는 온기를 나누는 쉼터입니다.
경인방송 배수아입니다.
배수아 sualuv@i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