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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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04-04
저한테는 형이 있습니다.
형은 어릴때부터 철이 너무 일찍 들었어요.
아버지는 아파서 누워만 계시고 엄마도 건강이 그리 좋지 않으셨어요.
어릴때부터 저희집엔 늘 엄마,아빠의 앓는 소리만 들렸고 집엔 웃음이 없었습니다.
형이 그때부터 철이 들었고 중학생인데 신문배달일을 했어요.
비가 추척추척 내리는 날!
형이 새벽에 신문을 돌리러 나갔는데 집에 안 들어오는 거예요.
엄마가 형을 너무 걱정하시길래 바깥에 나가 형을 기다렸더니
형이 자전거를 끌고 오는데 다리를 절뚝거리고 오는 거예요.
형! 괜찮아?
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 그러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알았죠. 형이 신문을 배달하다가 빗길에 넘어졌다는것을요.
집에 와서 엄마한테 투정도 부릴법한테 형은 빨간 소독약을 직접 사다가
자기 무릎을 바르더라고요.
형 아팠겠다!
쉿! 엄마한테는 말씀드리지 마! 걱정하셔...
형이 그러데요.
우리집은 가난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울대학교를 가야 한다.
형의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 저는 겸연해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형은 중고등학교 내내 장학금을 받고 다녔고 서울대를 갔습니다.
저는 형에 비하면 정말 공부를 못하는 동생이였습니다.
어쩌면 못난 동생이죠.
형은 그런 저를 나무랄법도 한데 그러지를 않았어요.
제 성적표를 보고는 늘 말이 없었어요.
그리고 형이 우는 걸 봤죠. 그걸 보니까 제 마음이 더 쓰라리고 아프더라고요.
내가 더 잘해야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아빠한테 저는 어리광을 참 많이 부렸던거 같애요.
형은 일찍 철이 들어 엄마,아빠한테 투정이나 어리광을 부리는 법이 없었어요.
장남이니까... 그래서 그런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한 거예요.
형은 대기업에 일찍 입사를 해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렸어요.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형이 엄마한테 애정표현을 하는게 좀 서툴러요.
어릴때부터 부모님한테 애정표현을 안 하고 일찍 철이 들어 그런지..
제가 형생일날 형보고 엄마한테 애교도 부리고 어리광도 부리라니까
형은 무뚝뚝하게 가만히 있더라고요.
엄마도 그걸 안타까워 하셨어요.
철이 너무 일찍 들 우리 큰 아들!
이제 집이 좀 살만해졌으니까 엄마한테 애교도 부리고 어리광도 부리고 좀 그래!
엄마 우리 큰 아들 어리광부리고 엄마한테 안기는 거 난 기다릴 수 있어.
그게 언제든 엄만 우리 큰아들 마음 열때까지 기다릴께!
늘 집안의 궂은일을 맡고 걱정만 했던 우리 큰 아들!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저보고 대신 좀 전해달라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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