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아는 선배가 있어요.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방화동 살 때 그 선배한테 신세 정말
많이 졌어요.
방화동 살 때 그 선배와 저는 눈부신 20 대였고
돈 없어도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린 두려울 게 없었어요.
모든 할 수 있을 듯했고...
그 선배는 저보고 이 세상을 다 가지라고 했어요.
하지만 20대때 그 선배한테 제가 잘 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 선배는 저를 늘 격려해줬고 응원해 줬습니다.
누군가 제 편이 되준다는 게 이렇게 가슴벅찬 일인줄 처음 느꼈던 거예요~
하는 일이 잘 안 풀려 집에 있으면
선배가 기분 전환되게 나오라고 하더니
갑자기 차를 몰아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거예요.
밤늦게 불러내서 졸음이 쏟아져 눈떠보니 정동진 이였어요.
그때가 가을이었는데....
선배 좋다는 게 이런거구나!
하는 걸 느꼈죠.
남자끼리지만 커피 마시며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이런 저런 얘기하며
사내만의 우정을 다졌죠.
그 외에도 이 선배한테 도움 정말 많이 받았어요.
금전적인 것까지...
90년도에 IMF 터져 선배가 인천으로 이사를 갔어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이었는데
선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그 때는 삐삐가 시대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던 때라
선배한테서 음성 메세지가 온 거예요.
형아가.... 지금 많이 힘들어.
염치없지만 있는대로 돈을 좀 빌려줬으면 한다.
너희집도 형편 어려운 거 아는데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너밖에 없더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참담한 심정!.... 30년이 지난 지금도
제 마음을 울리네요.
부모님한테 잘 말씀드려... 선배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걸...
그 후 연락이 끊겼는데...
인천에 갈 일이나 경인 라디오 들을 일이 있으면 그 선배가 생각나고
미안한 마음만 자꾸 들어...
인천 선배한테 큰 잘못을 한 거 같애요.
올 12월은... 왜 이리 더 춥게만 느껴지는지..
해마다 오는 12월인데... 올해는 이상하게
눈물 많이 나네요.
잃어버린 우산 - 우순실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