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라디오

우리 진짜 도로 나간다고? 장롱면허였 던 두 친구가 함께한 연수 그 후 면 허만 있던 우리, 웃음 대신 망설임이 앞섰던 이유야, 너도 아직 운전 못 하지?친구의 그 말은 마치 나의 거울 같았다.우리는 대학 시절 함께 도로 주행 시험을 통과한 뒤,그 날로 운전 을 멈췄다.면허는 있었지만, 운전 경 험은 제로.차량 시동조차 제대로 걸어 본 적 없는 정통 장롱면허 소유자 둘 이었다.취업하고 나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택시, 버스, 지하철 에 의지하며 살았다.운전이 꼭 필요한 순간이면, 누군가를 부르거나 아예 포기했다.우리는 그렇게, 할 줄은 모 르지만 면허는 있는 사람들로 7년을 살았다.하지만 올해 초, 나는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새 회사는 출근길이 대중교통으론 1시간 반,차량으로는 3 0분 거리였다.그제서야 현실감이 몰려 왔다.운전을 못하면 선택지가 줄어드는 구나.친구도 비슷했다.이사를 앞두고 차를 살 예정이었지만막상 시운전을 해 보려 하니 손에 힘이 들어가고,브레이 크와 엑셀 위치조차 헷갈렸다고 했다. 그때 나도, 친구도 동시에 말했다.우 리 같이 연수 받자.누군가와 함께면 덜 무서울 것 같았다.그게 시작이었다 .장롱면허운전연수,우리는 단지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마지막 선택지 를 다시 열기 위해서 나섰다. 두 사 람이 함께한 연수, 서로의 거울이 되 다 1일차 한 차 안에 두 명의 초보 자우리는 연수를 받기 전, 서로 약속 했다.창피해하지 않기.실수해도 놀리지 않기.그리고 서로 칭찬하기.첫날 강 사님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셨다. 두 분이 동시에 연수 받으시는 건 흔 치 않아요.하지만 바로 이후엔 웃으면 서서로 시뮬레이션 해주는 효과가 있어 서 좋을 수도 있겠네요.라고 했다.차 량은 2열 좌석까지 넉넉한 중형 세단 .친구가 먼저 운전석에 앉았고, 나는 뒷좌석에서 지켜봤다.친구는 시동 거 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기어 조작, 사이드 브레이크 해제,모든 것이 낯설 었다.이게 맞아? 나 브레이크 밟고 있는 거야?친구가 묻자, 강사님은 차 분히 설명하셨다.나는 그걸 들으면서, 마치 내 차례가 온 것처럼 똑같이 머릿속으로 따라 했다.2시간 뒤, 내 가 운전석에 앉았을 땐 긴장감이 덜했 다.이미 앞에서 친구가 당한? 과정을 지켜봤기에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어 디서 헷갈릴지 예측할 수 있었다.주차 장에서의 전진, 후진, 좌우회전.첫날 은 서로 번갈아가며 조작만 연습했다. 강사님은 마지막에 웃으며 말했다.혼자 일 땐 쉴 틈이 없는데, 둘이니까 번 갈아 쉬는 게 좋네요.그리고 우리도 웃었다.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물론 그 말은 다음날 뒤집힌다. 2일차 실 전 도로, 도심 진입의 공포오늘은 시 내 도로 나가요.강사님의 말에 둘 다 동시에 헉 했다.우리는 주차장에서만 해도 차가 무서웠는데,이젠 차들이 많은 도로로 나가다니.친구가 먼저 운 전석에 앉았다.고속화도로는 아니었지만 , 2차선 이상이고신호등과 유턴 구간 , 버스정류장 등이 섞인도심 실전 코 스였다.처음엔 평온했지만,갑자기 끼어 드는 택시,좁은 도로에서 마주 오는 버스,앞에서 급정거하는 차량에친구는 패닉에 가까운 상태가 됐다.그 모습을 뒷좌석에서 지켜보며 나는 말했다.야 , 잘하고 있어. 차선 유지 잘 됐어 .그 말에 친구는 진짜로 한숨을 내쉬 었다.나 지금 식은땀 줄줄이야.교대 후, 내가 운전석에 앉았다.같은 구간 인데도 운전석에서 보니 전혀 달랐다. 시야 확보, 사이드미러, 신호대기 타 이밍까지하나하나 과부하가 걸렸다.심지 어 좌회전 대기선을 못 보고 그대로 직진할 뻔도 했다.그 순간 친구가 뒤 에서 외쳤다.야야야! 좌회전!! 좌회 전!!!다행히 강사님이 브레이크를 밟 아주셨다.그날 강사님은 말했다.두 분 다 긴장했지만, 공포를 뚫고 나왔어 요. 내일부턴 훨씬 나아질 겁니다. 3일차 주차 집중, 내 차를 위한 예 행연습우리 둘은 연수 전에 각자 차를 알아보는 중이었다.그래서 강사님께 주차를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싶다고 요 청했다.이날은 대형마트 지하주차장, 골목길 평행주차,아파트 주차장까지 다 양한 장소에서20회 이상 주차 연습을 반복했다.주차는 단순한 조작이 아니 라심리전이었다.핸들 돌리는 타이밍, 미러 보는 습관,특히 옆 차량이 너무 붙어 있는 상황에선손이 떨릴 정도로 압박이 컸다.하지만 친구가 내 옆에 서여기서 돌려. 괜찮아. 더 가도 돼 .라고 말해줬고, 나도 친구에게후진 각도 지금 좋아. 핸들 풀자.고 도와 줬다.강사님은 마지막에 말했다.보통 혼자 연수 받는 분들은 자기 실수에 갇히는데,두 분은 서로의 실패와 성공 을 복제하고 있어요.이게 동시 연수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4일차 단독 주행 서로를 평가하는 시간마지막 날 , 우리는 각자 단독 주행 테스트를 받았다.친구가 먼저 나섰고, 나는 동 승석에서 타며 강사 역할을 맡았다.내 가 적은 체크리스트출발 시 안전 확인 여부신호 판단력차선 변경 타이밍주차 정확도친구는 대체로 잘했지만, 우회 전 시 너무 빠르게 돌았다.야, 거기 서 속도 줄여야 해. 너 스스로도 느 꼈지?내가 말하자 친구는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그다음은 내 차례였다.친 구는 깐깐한 강사처럼 옆에서 메모했다 .하지만 운전을 마치고 나서, 친구가 말했다.너 처음보다 진짜 안정됐어. 주차 때 여유 있더라.강사님은 마지 막 총평에서 말했다.혼자 연수하면 8 0의 속도로 익히고,둘이 하면 120 의 속도로 익히는 경우도 있어요.두 분은 후자예요. 함께 했기에 멈추지 않았다지금 우리는 각자 중고차를 구매 했고,출퇴근도 자차로 한다.간혹 주말 이면 서로의 집에 차를 몰고 가고,이 젠 번화가 운전도 망설이지 않는다.장 롱면허운전연수는 단지 운전 기술을 배 운 시간이 아니다.그건 우리 둘 다 삶의 반경을 넓히는 전환점이었다.무엇 보다도, 혼자였다면 겁이 나서 포기했 을지도 모를 연수.함께 했기에 웃을 수 있었고, 견딜 수 있었고,다시 나 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