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라디오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기 위해, 나는 핸들을 잡았다 늘 정해진 자리에 만 머물 수 없었다언젠가부터 나는 하 루의 경로를 계산하며 살아갔다.8시 10분까지 어린이집 앞,오후 3시엔 퇴근 대신 조퇴 요청정해진 시간표 안 에서나는 엄마였고,직원으로서의 나는 점점 작아졌다.하지만 아이가 자라며내 게 요청하는 것이 생겼다.오늘은 유치 원 끝나고 공원 갔다가 치킨 먹고 싶 어.그 단순한 말조차택시를 부르고, 날씨를 검색하고,시간 계산을 동원해야 했다.문득 깨달았다.나는 아이의 일 상도 자유롭게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안전한 이동이 아닌,함께하는 시 간 자체가 부족했던 것이었다.그리고 그날 밤,거실 서랍 깊숙이 보관했던면 허증을 꺼내 들었다.언젠가는 써야지 했던 그것,이젠 지금이 아니면 안 되 는 순간이었다. 차가 바뀌는 게 아니라, 내가 바뀌는 시간 첫째 날 브레이크보다 마음을 누르는 일장롱면허 운전연수 첫 시간,핸들을 잡은 내 손 은문자 그대로 떨렸다.첫 발을 떼는 것조차나는 조심스러웠다.브레이크 페달 을 밟을 때심장까지 움츠러들었다.강사 님은 미리 준비해온마음풀기 수업부터 시작했다.운전은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 판단과 책임의 습관이에요.그 말이 머 리에, 그리고 가슴에 남았다.이날은 시동 걸기, 기어 조작,브레이크 감도 조절 등아주 기본적인 단계부터 시작 했다.강사님은 내 손 모양, 시선 방 향,심지어 말투까지 관찰하며지금은 너 무 조심만 하시네요.좀 더 의지를 담 아 움직여 보세요.라고 조언했다.장롱 면허운전연수가 단순히 기능 교육이 아 닌내 두려움을 통제하는 훈련이라는 걸 그제야 이해했다. 둘째 날 내가 가는 길이 아이의 길이 되다오늘의 목표는 어린이집 실전 코스 주행이었다.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유턴 지점, 학교 앞 신호등,좁은 교차로까지 전부 돌아보았 다.여기서 우회전하시면, 바로 신호등 이 바뀔 겁니다.이쯤에서 브레이크를 슬며시 잡아주세요.강사님의 조언은무전 처럼 내 귀를 타고 들어왔다.중간중간 , 실제 등하원 시간대의도로 상황까지 고려해진짜 그 시간, 그 상황처럼 연습했다.특히 기억에 남는 건주차 연 습이었다.어린이집 앞은 평행주차 구간 이 짧아대부분의 차들이 두세 번은 시 도해야 한다.하지만 내가 머뭇거리자강 사님이 딱 잘라 말했다.이 정도 주차 못하면 매일 쩔쩔매야 해요.오늘 연 습 제대로 하고 가요.이날만 주차 연 습을20회 넘게 반복했다.그리고 마지 막 주차를 성공했을 땐강사님이 한마디 덧붙였다.이제 진짜 엄마차 느낌 나 요. 셋째 날 초보이기에 더 철저히 준비한다장롱면허운전연수 마지막 날.오 늘은 시나리오 주행이 포함되었다.갑자 기 아이가 멀미를 한다면?갑작스럽게 비가 오면 창문은 어떻게 조절할까?경 적을 울리는 뒷차가 있다면 어떻게 반 응해야 할까?각각의 상황에서나는 시나 리오처럼 연습했다.비상등을 켜고 천천 히 정차하거나,갓길에서 안전하게 하차 하는 순서 등책이 아닌 몸으로 익히는 매뉴얼이 되었다.마지막으로나는 실제 로 아이 카시트를뒷좌석에 고정하고,도 어락 설정, 창문 잠금 설정까지 마무 리했다.차량 내 블루투스 연결 설정까 지 배우며아이와 함께 부를첫 동요도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했다.이 모든 과정 이 끝났을 때내 손에 쥔 건단순한 운 전 기술이 아니라매일 아이와 나누게 될 수많은 풍경의 시작점이었다. 운전은 나만의 무기가 아닌, 가족의 수단이다이제 나는아이의 등하원을 내 손으로 책임지는일상의 주인이 되었다. 시간에 쫓겨 택시를 부르던 날들은 지 나갔고,갑작스러운 연락에도 당황하지 않는다.운전대를 잡은 이후,나와 아이 의 생활 리듬은 달라졌다.아이가 매일 묻는다.오늘은 어디로 갈 거야?카페 , 공원, 도서관, 키즈카페이젠 내가 직접 계획하고직접 데려가고함께 경험 한다.장롱면허운전연수는기술보다 더 큰 것을 내게 가르쳤다.엄마는 못해가 아닌엄마는 해냈어라는 말을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핸들을 잡은 나는이제 그저 운전자가 아니다 .아이의 세계를 넓혀주는 동반자,그리 고 내 삶을 다시 그려가는진짜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