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라디오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동 논현동 청담동 상성동 대치동 역삼동 도곡동 개포동 일원동 수서동 세곡동 자곡동 율현동 퇴근 후 밤 10시에 시작한 실전 연수 장롱면허운전연수 야간 체험기 퇴근 시간은 밤인데, 운전은 대낮처 럼 시작할 수 없었다야근이 일상이 된 지 4년째. 퇴근하면 시계는 늘 밤 10시를 넘겨 있었고, 피곤한 눈으 로 집까지 터덜터덜 걷는 날이 반복됐 어요. 문제는 집 근처가 언덕이라는 거. 오르막을 걸을 때마다 숨이 가빠 지고, 출근보다 퇴근이 더 고된 날도 많았죠. 그래서 결심했어요. 늦은 시간에도 내가 편하게 이동할 방법, 바로 자차 운전이었죠. 면허는 있었어 요. 하지만 실제 운전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고, 도로가 아니라 이 름 모를 공터에서만 연습했던 기억뿐이 었죠. 그래도 더는 피할 수 없었어요 . 그래서 선택했어요. 밤 10시, 퇴근 직후 시작되는 장롱면허운전연수. 지금 아니면, 평생 안 할 것 같았 거든요. 도로에 불빛은 많았지만, 내 눈은 어두웠다첫날 연수는 직장 건 물 지하주차장에서 시작됐어요. 엘리베 이터를 내려 강사님을 만났을 때, 솔 직히 피곤해서 눈이 반쯤 감겼지만 정 신만큼은 또렷했어요. 이 시간엔 감각 보다 침착함이 중요해요라는 강사님의 첫마디에 고개를 끄덕였죠. 시동을 걸 자, 정적을 깨는 소리와 함께 내 안 의 긴장도 깨어났어요. 첫 코스는 주 택가 이면도로. 가로등도 드물었고, 어두운 길 위에서 핸들을 잡는다는 건 마치 칠흑 같은 물속에 들어가는 기 분이었어요. 강사님은 차보다 빛을 따 라 움직이세요라고 조언하셨고, 나는 그 말대로 전조등의 끝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어요. 느렸지만, 그만큼 놓치 지 않았어요.둘째 날은 야간 도심 진 입이었어요. 퇴근 차량과 심야 배달 오토바이, 가로수 그림자, 눈부신 L ED 간판들 시야는 어지러웠고, 손엔 땀이 배었어요. 그런데 강사님은 밤 엔 시야보다 흐름에 적응하세요. 모든 게 보일 순 없으니까요라고 말해주셨 어요. 그 말이 낯설었지만, 곱씹으니 이해됐어요. 야간 운전은 통제보다 흐름. 지나친 통제는 오히려 위험이 될 수도 있었죠. 그렇게 나는 차선 하나, 신호 하나를 넘기며 스스로를 도로에 맞춰가기 시작했어요. 장롱면허 운전연수는 두려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 두려움 안에서도 움직이는 법을 알 려주는 훈련이었어요.셋째 날엔 실전 주행. 바로 내가 앞으로 사용할 출퇴 근 경로였어요. 직장 근처 교차로, 집 앞 좁은 골목, 새벽에만 열리는 야시장 근처까지 현실적인 코스였고, 그래서 더 떨렸어요. 하지만 핸들 감 각은 확실히 달라졌어요. 회전할 때의 속도 조절, 브레이크 압력 조절, 골목에서의 차선 유지까지. 특히 야간 주차는 가장 공들인 부분이었죠. 후 방 카메라와 사이드미러를 오가며 감각 적으로 선을 맞춰야 했고, 어두운 환 경에서 감만으로 각도를 조절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강사님 이 그랬어요. 눈보다 몸이 기억할 때 까지 반복하는 게 야간 연수예요. 결 국 네 번 만에 주차선 안에 딱 맞게 들어갔고, 처음으로 잘했다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그 말이 그 렇게 뿌듯할 줄 몰랐죠. 야간 연수 는 단순한 운전 훈련이 아니었다연수를 마친 뒤에도 나는 여전히 밤 10시 에 퇴근해요.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달라졌어요. 택시 대기 줄 대신 내 차에 타고, 퇴근길 언덕길을 오를 때면 전조등 아래 환한 도로가 마음까 지 비춰줘요. 장롱면허운전연수는 내게 단지 운전을 가르쳐준 게 아니었어요 . 어두운 시간 속에서도 내 길을 스 스로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준 시간이었죠.누군가는 밤에 배우는 운전 이 비효율적이라고 말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겐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고 , 동시에 가장 필요한 훈련이었어요. 퇴근 후에도 나를 데려다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나 자 신이라는 것. 그게 이 연수의 가장 큰 결과였어요.이젠 어두운 도로도 무 섭지 않아요. 밤 10시에 시작했지만 , 내 삶은 그보다 훨씬 더 밝아졌거 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