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라디오

도심 골목길이 두려웠던 내가 차를 몰고 출근하게 된 이야기면허증을 따고 도 7년 동안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장롱 속에 처박혀 있던 그 면허증을 꺼내 들게 된 건, 이제는 더 이상 남이 태워주는 인생에 머물고 싶지 않아서였다. 특히나 내가 사는 곳은 서울 시내 중에서도 차량 통행이 복잡 하고, 골목길은 복권 수준으로 좁고 구불구불했다. 한 번은 시도해봤다가 옆에 타고 있던 가족의 비명 소리에 핸들을 놓을 뻔했던 기억도 있다. 그 기억이 내가 운전을 두려워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그러다 어느 날, 친구의 추천으로 장롱면허운전연수를 알 아보게 되었다. 상담 전화를 걸기까지 도 며칠을 고민했는데, 결국 내게 필 요했던 건 용기가 아니라 체계적인 훈 련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스스로 차에 오르기 위해, 더 이상 남의 도움을 받지 않기 위해 나는 첫 발을 내딛 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도로 위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어요.첫 연수 날, 아파트 앞에서 강사님 차량에 올라탔다 . 시트에 앉는 순간 느껴지는 익숙한 듯 낯선 감촉, 운전석에 앉는 것 자체가 이렇게 긴장되는 일인지 몰랐어 요. 시동을 걸자 심장이 따라 울렸고 , 브레이크에 발을 얹자 다리가 떨렸 다. 강사님은 오늘은 차와 친해지는 날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며, 단순한 조 작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내 손과 발이 엉키지 않도록 기어 위치 하나 하나 짚어주는 그 자세한 설명은 내가 지금까지 왜 운전을 멀리했는지를 다 시금 돌아보게 만들었지요.연수 둘째 날, 집 근처 골목길을 직접 달렸다. 평소엔 도보로 다니던 길이었는데, 막상 차로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 계가 펼쳐지더군요. 시야가 좁고, 주 차된 차량이 양옆에 빼곡히 서 있어서 통과 자체가 시험 같았다. 내 차가 지나갈 수 있을까 계속 의심하면서 핸들을 쥐었고, 옆에선 강사님이 끊임 없이 타이밍과 시야 확보를 지도해 주 셨다. 특히나 백미러는 눈이 아니라 감각으로 읽는 거예요라는 말이 머릿속 에 박혔어요.셋째 날에는 신호등 없는 교차로, 일방통행, 불법 주정차가 섞여 있는 복잡한 골목길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도중에 오토바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브레이크를 급히 밟은 적이 있었는데, 놀란 내 반응에 강사님은 이런 돌발 상황이 실전입니다. 그래 서 훈련하는 거예요라고 담담히 말하셨 다. 그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고 , 비로소 장롱면허운전연수가 단순한 운전 기술 습득이 아닌, 위험에 대처 하는 훈련이라는 사실이 실감났어요.넷 째 날, 마트 주차장으로 향했다. 여 긴 내게 있어 악몽 같은 장소였다. 예전에 주차하다가 뒤차 범퍼를 살짝 긁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 기억이 떠 올라 손이 덜덜 떨렸지만, 이번엔 달 랐다. 강사님이 차를 공간에 넣는 게 아니라, 시선을 넣는 겁니다라며 감 각적으로 접근하게 도와주셨고, 사이드 미러를 이용한 각도 잡기와 후진 시의 차량 회전 타이밍을 몸에 익히게 해 주셨어요. 반복 연습 끝에, 두 손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움직였고 나는 스 스로 그 좁은 공간을 통과해냈다.다섯 째 날, 혼자서 차량에 앉아 시동을 걸고 연습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익힌 감각을 바탕으로, 내 힘 으로 차량을 조작하는 건 내게 있어 일종의 자립 선언 같았다. 과거에는 핸들을 잡는 것도 부담이었는데, 이젠 주변 상황을 먼저 읽고 판단하는 여 유가 생겼고, 마치 몸이 알아서 반응 하듯 움직이게 되었지요. 특히 골목길 에서의 회차, 좁은 공간에서의 차선 변경, 천천히 접근하는 횡단보도 앞 감속 등,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보 다 준비된 나를 느낄 수 있었어요.연 수 마지막 날에는 실제 출퇴근 루트를 달렸다. 이 구간은 내가 가장 두려 워했던 길이기도 했다. 복잡한 버스정 류장, 신호등 많은 교차로, 우회전과 유턴이 반복되는 복잡한 구간. 하지 만 강사님은 이제 내게 아무 지시도 하지 않았다. 모든 판단은 나의 몫이 었다. 놀랍게도 차는 막힘없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어느 순간 무심하게 방향 지시등을 켜고 자연스럽게 차선을 바꾸고 있었어요. 뒷좌석에 타 있던 동생이 한마디 했다. 누나가 이렇게 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 한마디가 모든 걸 증명해 주는 듯했지요.나는 운전이란 기술이 아니라 일종의 권한이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도심 속에서 내가 이동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 그리고 그 선택을 두려움 없이 실현할 수 있는 자신감. 그걸 내가 얻은 건 단순히 장롱면허운전연수 덕분만은 아니었다. 나 스스로가 용기를 냈고, 그 용기를 차근차근 다듬어준 구조적 인 훈련 덕분이었다.연수 이후, 나는 혼자서 마트도 가고, 친구도 태우고 , 때론 퇴근길에 드라이브도 한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다. 나 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부탁하지 않는 다. 길 위에서 주체적인 존재가 되었 고, 그 출발점은 내가 못 할 것 같 아라는 자기부정이 아닌 한 번쯤 해볼 까라는 조용한 결심이었다.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처럼 장 롱 속 면허증을 꺼내려 고민 중이라면 , 말해주고 싶다. 겁이 나는 건 당 연한 일이고, 두려움은 훈련으로 극복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여정의 이름 은 장롱면허운전연수일지도 몰라요.이제 는 내 차의 시동을 걸 때, 더 이상 떨리지 않아요. 오히려 설레요. 내 일은 어디를 가볼까, 오늘은 어떤 길 로 돌아올까. 운전은 내가 만든 자유 였고, 그 자유는 결국 내 삶을 더 넓은 방향으로 이끌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