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라디오

경미한 사고 이후, 다시 운전대를 잡기까지 3일간의 변화면허는 오래전에 땄지만, 운전은 그리 오래 하지 않 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버지 차로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경미 한 접촉 사고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 날 이후 운전대만 보면 심장이 조여오 는 느낌이 들었고, 운전대를 잡지 않 은 시간이 어느덧 몇 년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필요가 생겼다. 회사 업무 특성상 외근이 잦아졌고, 대중교통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일정 들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운전을 회피한 지난 시간들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고 느낀 순간, 나는 장롱면허운전연수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단순한 기술 습득 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내 삶 의 반경을 넓히기 위한 시도였기에, 더욱 절실했는지도 모르겠다.장롱면허운 전연수를 알아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 학원은 많았지만, 문제는 나에게 맞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 는 오래전 사고의 기억 때문에 낯선 환경이나 위압적인 강사 스타일에 예민 했기에, 방문형 연수와 맞춤형 커리큘 럼을 제공하는 곳을 중점적으로 찾았다 .우선 상담을 진행한 업체는 총 세 곳이었다. 그 중 한 곳은 내 집까지 연수차량으로 방문이 가능했고, 일정 조율이 유연하며, 여성 강사 선택도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바로 등록하게 되었다.연수는 총 3일 코스 로 구성되어 있었고, 하루에 약 3시 간씩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강사님은 첫 만남부터 차분했고, 내 불안한 눈빛을 알아차리자 처음은 누구나 두렵 죠. 천천히 해봐요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이 꽤 위안이 되었고, 덕분에 긴장도 조금은 풀렸던 것 같아요.1일 차 기초와 감각 깨우기첫날은 차량 기본 조작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 시 트 조정, 사이드미러 각도, 기어 변 속, 브레이크와 엑셀 감각 등 정말 하나하나 천천히 짚어주셨다.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내가 브레이크를 밟 을 때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 다는 것을요.강사님은 브레이크는 누르 는 게 아니라 감싸는 거예요라고 하셨 고, 그 말을 곱씹으며 브레이크 페달 을 감싸듯 조심스럽게 밟아보았다. 그 렇게 첫날은 익숙한 동네 골목 위주로 저속 주행을 하며 마무리되었고, 나 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속으로 그래, 할 수 있어라고 되뇌었어요.2일차 본격 주행과 두 번째 용기이틀째는 차선 유지와 시내 주행이 중심이었다. 전날보다는 속도를 조금 높였고, 실 제 교차로를 지나며 방향 지시등 타이 밍도 연습했다. 특히 두 번째 날의 핵심은 차선 맞추기였는데요, 한눈에 차선 중심을 잡는 감각은 초보자에겐 꽤 어려운 일이었지만, 강사님은 나만 의 기준점을 잡아주셨고 그걸 기준으로 맞춰보니 조금씩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한참 집중해서 주행하던 도중, 우회전 직후 주차된 차량과 좁 은 간격을 지나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 데, 그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어 요. 하지만 강사님이 브레이크, 그대 로 멈춰볼게요. 됐어요. 잘했어요라고 말해주셨고, 나는 순간적으로 겁에 질린 나를 스스로 다독일 수 있었죠. 그날 이후, 나는 처음으로 운전은 공 포가 아니라 조절 가능한 기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3일차 주차 집중, 그리고 완전한 전환마지막 날엔 주차 연습을 중심으로 진행되었 어요. 전진주차, 후진주차,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평행주차까지요.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기준점, 사 이드미러 각도, 방향 틀기 타이밍을 하나하나 다시 짚으며 수차례 반복했고 , 어느새 내 손과 발은 따로 지시하 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 어요.강사님은 주차 연습이 끝날 무렵 이렇게 말씀하셨어요.처음 만났을 때 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다른 사람이 에요. 제 눈에는 이젠 장롱면허가 아 니에요.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했어요 . 단지 운전이 가능해졌다는 것보다, 두려움을 뚫고 새로운 세계로 나온 나 자신이 대견했거든요.3일이라는 짧 은 시간이었지만, 내 삶의 중심축이 조금씩 이동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장롱면허운전연수는 단순히 운전 기술을 회복하는 과정이 아니라, 나라는 사 람의 자신감을 되찾고, 가능성을 하는 과정이었다.지금 나는 아직도 주행 중에는 긴장하곤 하지만, 더 이상 운 전을 피하지는 않는다. 익숙한 도로, 내 집 앞 골목, 회사까지의 루트를 연습하며 하루하루 실전 감각을 더하 고 있다.장롱면허운전연수는 단순히 몇 시간의 연수가 아니었다. 사고 후 무너진 내 마음을 다시 세우는 심리 재건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 작지만 확실한 성장을 체감할 수 있었다.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나처럼 사고 이후 두려움에 주저앉아 있다면, 말해주고 싶어요.당신은 결코 늦지 않았고, 운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걸.그리고 그 시 작은, 작게는 핸들을 잡는 용기 하나 면 충분하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