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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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959
- 작성일 : 18-09-01
안녕하세요?...
오늘은 초가을이 오게되면 저에게 잊지못할 초등학교시절의 어린 추억이 떠올라 이렇게 글을 써 봅니다.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2학년시절때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등교하는 길목엔 당시 온갖 불량식품장사들로 북적거렸었죠.
그당시 유행이었던 칠판 백묵(쵸크)처럼생긴 달콤하고 하얀색의 우유빛을 띤 젤 타입의 과자와 연탄불 달고나 뽑기등 많은것들로 어린 우리들에겐 정말 신나는 등,하교길이 아닐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그중 등,하교길 이발소 앞에 두다리를 모두 잃으신 상이군인출신인 주사위 뽑기장사 아저씨가 저에겐
가장 인기있는 관심항목이었습니다.
등교길 보단 하교길에서 거의 매일 아저씨를 그냥 지나쳐 본 일이 없을정도로 단골이었기에 어린마음에도 나름대로 뽑기를뽑는 노하우를 터득하곤 했었답니다.
주사위를 스프링 손잡이시설에 올려놓고 스프링장치를 눌러 주사위가 튀어오른후 숫자판에 올려놓은 번호대로 맞게 떨어지면 올려놓은 상품 모두 당첨이되어 가져가는것이죠.
그당시 상품 기억을 해 보니 모 제과에서 만든 뿅뿅캬라멜과 풍선껌...그리고 알수없는 출처의 쵸코렡과 새콤달콤한 드롭프스따위등의 울긋불긋 많은 먹거리들로 잔뜩 쌓아놓고 하교길 우리들 시선을 잡게하였답니다.
어느날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받은 나로썬 제일먼저 달려간곳이 바로 이발소옆에 아저씨의 또뽑기 장소였습니다.
또뽑기에 용돈을 날려버리며 주사위 튀는 노하우를 실험할겸 그날 용돈 모두를 탕진할 마음이었죠.
어린나이에 대단한결심이죠?...ㅎㅎ
평소에 늘 관심있었던 여러가지 캔디와 풍선껌을 겨냥하여 주사위뽑기를 시작한 저에게 행운이 있었는지
아니면 아저씨께서의 불행이신지 그날은 웬일로 뽑을때마다 모두 당첨이 되는것이었습니다.
덕분에 한참 신나게 뽑던중 어느덧 같은반 아이들과 다른반 아이들도 모두다 제가 당첨될 때마다 함성을 지르는것이었습니다.
어린마음에 당첨된 많은 물건들을 꼬~옥 가슴에 끼워놓고 다시또 한동안 계속 뽑기를 하게되었죠.
꽝 보다는 뽑히기 당첨반복으로 그렇쟎아도 무섭게생긴 아저씨얼굴이었는데 갑자기 아저씨께서 하시는말씀이
"야~ 너 이제 그만해!~ 니가 죄다 뽑아가면 아저씨는 뭘 먹고샤냐?...응?...그만해~ 짜식"... 라고 하시며 역정아닌 역정으로 언성을 높이시더군요.
깜짝놀란 저는 그자리에 일어나는순간 제 품에 안고있던 여러 당첨과자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그것들을 줍는데 아저씨는 연신 "에이~ 저녀석이 다 갖고가니 오늘은 굶어야겠구만~" 하시는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저씨의 그런말씀도 아랑곳하지않고 뽑은 물건들을 집으로가져가 할머니와 형, 그리고 엄마에게 자랑을 하고싶어 단숨에 겉옷속에넣고 집으로 내달렸었죠.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온 저는 할머니와 엄마에게 "할머니~ 나 뽑기해서 이렇게 많이 뽑아왔어... 자!.. 이거는 할머니먹어... 그리고 이거는 엄마꺼야...자!...먹어... "하면서 고루고루 나눠주는 저에게 엄마는 의외로 화를 버럭 내시는겁니다.
"너 이거 빨리 그 아저씨에게 갖다드리고와 ~ 어서~ " 하시며 크게 호통을치신후 할머니께 드렸던 드롭프스캔디와 캬라멜등을 다시받아 누런 양회봉지에 담아주시는것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야단을치시는 엄마의 그 호령에 저는 눈물을 흘려가며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달려왔던 길을 다시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길을 돌렸죠.
저만치 멀리서보이는 또뽑기장사 아저씨모습이 그때 왜이렇게 밉고 가기가 싫었는지...
"아저씨~ 이거 우리엄마가 아저씨 갖다드리랬어요" 하며 봉지째 건네드리곤 몇번이나 저를부르시는 아저씨를 뒤로한채 다시한번 눈물을 훔치고 집으로왔죠.
집에온 저에게 엄마의 첫마디가 "야 이녀석아~ 그 아저씨가 불쌍하지도 않니? 다리도 잃으신 그런사람에게
그렇게 뽑아오면 어렵게사는사람들 가정은 어떻게살겠니?... 응?... 앞으론 그런 뽑기놀이하지마!...
알았지?... 차라리 엄마가 먹고픈거 사줄께... 알았니?..." 하시며 장농문을 여신 후 제게 그당시 푸르른 백원짜리 지폐한장을주시며 " 자~ 이돈이면 아까 그상품보다 더 많은거다. 니 형들보기전에 빨리 주머니에 잘
넣어... 그리고 두번다시 그런거하면 그땐 혼날줄알어~ 알겠지?" 라고 하시며 두번다시 못하게 말씀하셨죠.
옆에계셨던 할머니께선 "왜 어린애한테 야단을치냐?..이리온~ 할미한테 어여 이리온~ " 하시며 저를 품에앉으시네요. "할미가 이거줄께 먹어.. 자~ 아까 니가준 캬라멜하나 할미가 숨겨놨지...어여먹어~ " 하시며 기름종이를 벗긴 캬라멜한개를 입에 넣어주셨습니다.
엄마의 그 야단은 불쌍하신 상이군인아저씨에대한 동정심이셨고 저를 보듬어주시며 숨겨놓으신 뿅뿅캐러멜을
까서 입에넣어주시는 할머니의그 마음은 오로지 손주생각이셨지요...
대가족시대였던 그날밤 넓직한 방 한쪽 이부자리에 누운 저에게 엄마가 다가오셔서 그날 낮에 있었던 그 아저씨에대한 말씀을 조곤조곤 이야길 해 주시는데 그 아저씨는 바로 우리반 누구의 아버지였다고 하시네요.
지금 이 나이임에도 그친구가 보고싶지만 어머니의 한결같은 비밀말씀에 친구의 이름을 절대로 부를수가없네요.
" 친구야~ 그때 내가너무 미안해... 하지만 그날은 내게 또뽑기가 너무 잘뽑혀서 어쩔수없단것을 너는 잘
알고 이해하겠지?... 보고프다 친구야... "
순디님~~ 에휴~... 이렇게 요즘같이 썰렁한 가을이오면 그때 그 어린시절이 생각나네요... "000 아버지~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계시죠?...
그곳에선 뽑기장사가 아닌 뽑는 고객분으로 넉넉하고 부하게 사시고 계시겠죠?..."
순디님~ 이렇게 추억을 더듬어보면 유난히 새록새록 생생한추억들이 생각나는게 더러 있더군요...
서툰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추억에빠진 제 눈가에 저도모르게 눈물이 고여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