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라디오

제목: 겨울마다 반복된 병원 택시대기… 손녀의 ‘장롱면허운전연수’로 끝낸 기다림 서론: ‘택시 안 와?’로 시작된 결정적인 그 날 할머니는 무릎이 불편하셨다. 겨울이 되면 통증은 심해지고, 진료 예약 날짜는 미리 잡아두어도 병원까지의 이동은 늘 문제였다. 우리 동네는 대중교통이 자주 오지 않는다. 택시 한 대 잡는 데 30분, 병원에 늦을까 불안해 벌벌 떨면서 매번 겨울이 올 때마다 “어떡하지?”라는 생각부터 앞섰다. 나는 면허가 있었다. 딴 지는 12년. 하지만 실제 운전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직접 차를 몰고 모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그건 그냥 머릿속 상상이었다. 그런데 올해 1월, 폭설 예보와 진료 예약이 겹친 날, 택시가 오지 않았고 그 날, 나는 결심했다. “장롱면허운전연수 받자. 지금이 아니면 못 한다.” 본론: 눈발과 함께 시작된 연수 ? 손 떨리는 첫 시동 첫째 날 ? 시동 거는 법부터 배운 서른셋 손녀의 연수 시작 강사님은 4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나보다 더 따뜻하고, 엄마 같은 말투 덕분에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차에 타자마자 “면허는 언제 따셨어요?”라고 묻는 말에 “12년 전에요...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라고 말하며 웃었다. 첫 수업은 시동 걸기, 브레이크·엑셀 위치 확인, 기어 변속, 깜빡이 작동부터. 기능 시험 때 배웠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다 사라진 느낌이었다. “괜찮아요. 그런 분들 진짜 많아요.” 그 말이 나를 안심시켰다. 장롱면허운전연수의 첫 단계는 기억의 복원이었다. 차와의 관계 회복, 감각 깨우기, 그 모든 게 1시간 안에 압축돼 있었다. 둘째 날 ? 집에서 병원까지 실제 경로 주행 둘째 날은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우리 집에서 할머니 병원까지 가는 길, 차로는 18분, 걸으면 1시간, 버스는 40분마다 오고, 택시는 안 잡히는 길. 실제 경로를 연습했다. 눈길은 아니었지만, 노면이 젖어 있었고 경사로 구간에서 차를 세우는 순간 차가 뒤로 밀렸다. 너무 놀라서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고 강사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연습이에요. 실제 상황 그대로잖아요.” 브레이크 타이밍, 차간거리 유지, 버스가 오는 교차로에서 대기하는 법. 그 모든 걸 하루에 세 번 반복했다. 그리고 주차. 병원 앞 공영주차장이 좁아 평행주차도 연습했다. 처음엔 연습용 코너마커에 두 번이나 바퀴를 걸치며 실패했지만 세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이제 할머니 모시고 직접 오셔도 되겠네요.” 강사님의 말에 나는 진짜 눈물이 났다. 셋째 날 ? 폭설 예보 날, 할머니와 첫 실전 주행 세 번째 수업 날, 하필이면 눈이 왔다. 나는 고민했다. 이런 날은 쉬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연수를 받는 목적 자체가 “눈 오는 날에도 모시고 가기”였기 때문에 내가 강사님께 말했다. “연수, 진행해주세요. 오늘이 진짜 시뮬레이션 같아요.” 강사님은 걱정하셨지만 차량에 눈길 대비 타이어가 있다는 점, 눈 쌓인 도로에서 조심스레 가속하는 법, 제동 거리 조절하는 법 등을 알려주셨다. 마지막 30분은 할머니를 직접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는 실전. 처음으로 할머니가 조수석에 앉고 내가 핸들을 잡은 그 순간, 손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아무 일 없이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병원까지 함께 걸으며 할머니가 말했다. “진짜 네가 운전해서 여기까지 데려다 준 거냐…?” 그 말에 나는 마음속으로 ‘장롱면허운전연수’ 정말 하길 잘했다고 되뇌었다. 결론: 이동은 선택이 아니라 ‘존엄’의 문제였다 운전이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생활의 기본 인프라였다. 특히 가족을 위한 이동, 그건 버스나 택시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장롱면허운전연수는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나에게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책임을 쥐게 해준 도구였다. 이제는 겨울이 와도 마음이 덜 무겁다. 내가 할머니를 직접 데리고 갈 수 있으니까. 장롱면허운전연수는 그저 오래된 면허를 살려내는 게 아니라 가족을 향한 실천이 가능하게 만드는 시작점이었다. 당신이 누군가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면, 그 첫걸음은 운전연수로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