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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학생들은 안뛰쳐나갔다”, 소설가 하일지
보도국 (907news@ifm.kr) 작성일 : 2018-03-17, 수정일 : 2018-03-17
[ 경인방송 = 보도국 ]

“20년 전 학생들은 안뛰쳐나갔다”, 소설가 하일지

 

동백꽃 점순이 이야기는 20년째 해오던 농담이다

대학교 1학년생이면 성인, 성적농담도 이해할 수 있어

현재 제자와의 성추행 의혹은 미투와 관련이 없다,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

 

방송 : 경인방송 라디오 <이종근 장한아의 시사포차> FM90.7 (18031618:00~20:00)

 

진행 : 이종근 시사평론가, 장한아 아나운서

 

인터뷰 : 하일지 소설가

 

□ 장한아 : 원 샷 인터뷰! <경마장 가는 길>로 유명한 소설가죠,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 이종근 : 하 교수 나와 계십니까?

 

▷ 하일지 : 네, 안녕하세요.

 

▶ 이종근 : 네, 안녕하십니까. 오늘 굉장히 논란의 중심에 서셨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부분과 관련해서 저희가 가감을 한 것인가요, 그 내용 그대로인가요?

 

▷ 하일지 : 글쎄요. 저도 말로써 했기 때문에 정확한 워딩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우선 <동백꽃>과 관련한, 성폭행을 당했다던가 하는 이런 이야기는 제가 이 강의를 20년째 해오면서 그 부분에서 그렇게 농담을 던져요.

 

□ 장한아 : 그럼 매년 그렇게 말씀하셨던 겁니까? <동백꽃>에 관련해서는?

 

▷ 하일지 : 그렇죠. 그러면 학생들이 와르르 웃어요. 왜냐하면 강의가 너무 딱딱해지면 안 되니까요. 그런 농담을 진담으로 이야길 하면 곤란하죠. 또 한 가지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서 김지은 씨와 관계해서는 우리가 여러 가지 가설을 가질 수 있는데, 이를 테면 이런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말을 했기 때문에 제가 단정해서 말했다고 하기는 힘들어요.

 

▶ 이종근 :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부분들과 관련해서 조목조목 여쭤보겠습니다. 일단 이 강의에서 매번 웃었다고 말씀하셨는데, 한 매체에서 푼 녹취에 따르면 “<동백꽃>은 동네 처녀가 총각 따먹는 이야기”라고 표현을 하셨습니다. 이 강의는 동덕여대 여학생들이 듣죠? 그리고 1학년 전공 필수 과목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이 강의는 어떤 내용인가요?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부터 어떤 내용으로 진행하시는 건지 그것부터 여쭤보겠습니다.

 

▷ 하일지 : 말씀을 드리기 전에 제 강의가 왜 모든 언론에 의해서 이렇게 검열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저도 조금은 섭섭해요. 씁쓸해요.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매주 세계 명작 한 권씩을 읽고 와야 해요. 그리고 소설의 플롯이라든가, 인물이라든가, 그 밖의 묘사라든가 이런 것을 매주 한 챕터씩 해나가죠. 그러면서 읽은 명작들을 예로 들면서 강의를 합니다.

 

▶ 이종근 : 그러면 문제의 강의는 김유정 소설가의 <동백꽃>이 소재가 되었겠네요?

▷ 하일지 : 그렇죠. 그것은 현장에서 읽었어요.

 

▶ 이종근 : 강의 내용이 어떻다고 논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부분도 분명이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강한지 며칠 되지도 아니하고, 1학년 여학생들이 대상이고요. 그리고 지금 미투 운동 관련해서 그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 공감되는 분노 이런 것들이 분명 존재할 텐데 이런 표현들이 어떠한 반향을 일으킬지 미리 생각하지 못하신 것도 사실 아닌가요

 

▷ 하일지 : 저는 미투 운동이라는 한 사회 운동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제 클라스에서 소설가를 키워요. 그리고 좋은 소설가를 키우기 위해서 강의를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저간의 사정에 제 강의가 눈치를 봐야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20년을 해오면서 제 말이 때로는 거칠 수 있다하더라도 학생들은 대부분 잘 받아들였어요.

 

▶ 이종근 : 하 교수께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자꾸 20년 말씀을 하시는데, 20년 전의 학생들의 성과 관련한 인식과 20년 후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20년 전의 학생들이 그것을 부끄러워한다거나 혹은 받아들였다고 해서 지금의 학생들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는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 하일지 : 글쎄요. 어쨌든 제 강의에 대해서 이런 대화 자체가 그렇게 유쾌하진 않아요. 전적으로 교권의 문제이고 저는 제 양식에 따라서 잘 하고 있어요. 그리고 물론 20년 전과 지금 사이에 성에 대한 관념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이 강의에서 꼭 유념해야 할 만큼 민감하게 바뀌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괜찮았으니까요.

 

□ 장한아 : 지금 교수님께서는 양식에 맞게 잘하고 계시다고 답변을 하셨는데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말을 하고 있잖아요? “해당 수업을 수강하는 전 학생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고 소속 학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이렇게 규탄 성명을 발표했는데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실 겁니까?

 

▶ 이종근 : 인터뷰에서는 사과를 한다기보다 사과를 받아야한다고 하셨어요. 사과를 받아야 한다?

 

▷ 하일지 : 그렇죠. 교수의 강의를 무단으로 외부 언론에 유출시켜서 제가 곤혹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예의가 아니죠. 사전에 상의를 했어야하고 또 한편으로는 대학 사회에서 자신이 불편한 점이 있다면 토론을 했어야죠. 대화를 하면서 따졌어야죠. 그게 대학이죠. 그런데 자기가 불편하다고 해서 쪼르르 달려 나가 언론사에 제보하는 풍경은 저로서는 그렇게 온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죠.

 

▶ 이종근 : 그런데 이게 3학년, 4학년도 아니고 1학년들이 교수님의 발언을 따지고 토론하는 것이 익숙한 학생들은 아니지 않을까요?

 

▷ 하일지 : 그래도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우리 학생들이 토론도 하지 않는 그런 학생들은 아니에요. 1학년이라 하더라도 문창과는 꽤 똑똑한 학생들이 옵니다. 그래서 의견도 많고요.

 

▶ 이종근 : “질투심 때문일 수도 있다”라는 표현보다 더 부적절하다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이 ‘이혼녀’를 언급하신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김지은 씨가 이혼녀라는 사실과 함께 “처녀들과 이혼녀는 육체적으로 다르다”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물론 소설에는 어떤 금기도 없다는 점을 말씀하기 위해서라고 하시면, 다시 여쭤보겠습니다. 그러면 1학년 여학생들에게 성적인 금기마저도 깨뜨리려는 의도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겁니까?

 

▷ 하일지 : 자꾸만 1학년 여학생들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마세요. 대학생이라고 하면 미성숙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중학생이라면 이야기가 되겠지만. 대학에 들어오면 개개인의 정서 등을 다 헤아리기는 좀 힘들어요. 대학교 1학년 여학생들이라는 대전제는 꼭 맞다고 할 수는 없어요.

 

▶ 이종근 : 그러니까 1학년의 문제가 아니다?

 

▷ 하일지 : 그렇죠. 저도 예전에 문학 공부를 할 때 윤리적 흑백론 혹은 정의감 이런 것은 소설가에게 있어서 굉장히 장애 요소가 되니까 그런 것은 깨트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요.

 

▶ 이종근 : 마지막으로 짧게 한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하 교수께 성과 관련하여 제자와의 의혹이 터져 나왔는데 언론에 해명하신 그대로 입니까?

 

▷ 하일지 : 상당히 다릅니다. 그것은 미투와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이종근 : 미투와 관련이 없다?

 

▷ 하일지 :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조만간 자료를 가지고 밝힐 수가 있을 겁니다.

 

▶ 이종근 : 그렇다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시군요?

 

▷ 하일지 : 그렇죠. 그런데 이 미투 운동과 거리가 상당히 먼 게 아닐까…

 

▶ 이종근 : 알겠습니다. 그 입장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 하일지 : 네, 고맙습니다.

 

□ 장한아 : 원 샷 인터뷰! 지금까지 소설가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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