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진료 중이던 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면서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보건복지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불안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김경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30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
80살 치매 할아버지가 신경과 외래 진료를 접수합니다.
당일 접수는 1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할아버지가 돌변한 건 불과 30분 만입니다.
빨리 진료를 해주지 않는다며 난동을 부리던 할아버지는 급기야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두릅니다.
어린 간호사들이 다칠까 걱정됐던 40대 여성 수간호사 A씨가 할아버지 앞을 가로막았다가 지팡이로 배를 맞고 자리에서 쓰러집니다.
그런가 하면 한 달 전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술에 취해 길에서 넘어진 환자를 봉합해주다가 발길질을 당해 얼굴에 멍이 든 의사도 있습니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진료실 앞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자거나 가스총 등 호신용품을 소지한 채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작년 12월 27일 국회에서 응급실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응급실 의료진 폭행도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임용수 교수]
“사회적문제가 되고 나서 응급실 폭행이 문제가 돼도 절대 줄지가 않아요.”
의료법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처벌규정이 강화되는 내용이라 사실상 의료진이 폭행을 당한 후에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의료계는 정부가 병원 내 보안요원 배치와 의료진에 대한 심리치료 등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임용수 교수]
“국가에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원을 한다든지. 의사들을 지원한다기 보다 진료실이나 응급실에서 나머지 환자들이 진료를 못받게, 치료를 못받게 되는 위험한 상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지원을 해야하지 않느냐”
국민 생명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경인방송 김경희입니다.
김경희 gaeng2@i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