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라디오

부산까지 300km, 아버지와 함께한 장롱면허운전연수 실전기 운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 거리아버지가 내 게 처음 운전 얘기를 꺼낸 건 지난 겨울이었다.이번 여름엔 네가 직접 운 전해서 부산 한번 가보자.가벼운 제안 처럼 들렸지만,그 말 한마디는 내게 적잖은 부담이었다.운전면허는 10년 전에 땄다.주변 친구들은 출퇴근도, 주말 나들이도 다 자차로 움직이는 삶 이 당연했지만나는 한 번도 운전대를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었다.출퇴근은 늘 지하철, 장보기도 배달.누구 하나 나를 재촉하지 않았지만,왜 너만 아 직 못하니?라는 무언의 시선은늘 내 뒤통수를 간질였다.가족들과의 여행에서 늘 조수석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던 내 가직접 운전대를 잡겠다고 말한 그날은 ,나 자신에 대한 오랜 유예를 끝내는 날이기도 했다.장롱면허운전연수,처음 검색창에 그 단어를 입력할 때만 해 도이 여정이 인생에 어떤 전환을 줄지 나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부산행 을 향한 도전의 기록1일차 방향지시등 , 그 사소한 떨림연수를 신청하고 첫 날,강사님과 마주 앉은 차 안은 너무 조용했다.내가 긴장해서 말을 못 하 자강사님은 조용히 시동을 걸고 말했다 .첫날은 차랑 친해지는 날이에요. 사 람보다 쉬워요.좌우 사이드미러 조정부 터 시작해,기어 변속, 브레이크 깊이 , 엑셀 감도모든 게 낯설고 무거웠다 .시속 20km로만 달려도온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특히 방향지시등을 켜는 그 순간의 작은 떨림.그건 단순한 신 호가 아니라이제 내가 움직이겠다는 선 언 같았다.운전은 기계가 아닌 심리의 문제였다.2일차 아버지와의 첫 동승 둘째 날에는 연수 코스에아버지가 함께 탑승했다.아버지는 30년 넘게 차를 몰았지만내가 운전하는 걸 본 적은 없었다.브레이크 너무 급하지 않게.차 선 변경은 미리 신호 넣고 여유롭게. 조언은 잦았지만 간섭은 아니었다.아버 지는 운전이라는 행위를단순한 이동이 아니라삶의 일부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이날은 시내 주행,왕복 4차선 도로에 서 신호 대기,교차로 우회전, 골목길 좌회전 등을 반복하며차와 사람의 흐 름을 읽는 법을 배웠다.그리고 드디어 ,우리 동네 고속도로 진입로를 지났다 .그 순간, 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진짜야.3일차 첫 고속도 로, 낯선 규칙과의 대면3일차 아침, 나는 스스로 시동을 걸고네비게이션에 부산 톨게이트를 입력했다.강사님과 함 께하는 마지막 연수.주행 거리는 약 80km,고속도로 중심의 실전 훈련이 었다.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갔다.100km, 110km차가 아니라, 내가 앞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차선 유지에 집중 하며왼쪽 룸미러, 오른쪽 사이드미러, 속도계, RPM 게이지, 차간 거리까 지모든 것이 동시에 머릿속을 지나갔다 .고속도로의 세계는 단순하고 명확했다 .자신의 리듬만 정확히 유지하면의외로 평온했다.강사님이 말했다.시내보다 여기서 운전하는 게 더 쉬워요.생각보 다 복잡한 건 도시고요.4일차 톨게이 트를 지나며 진짜 여행의 시작넷째 날에는부산까지 실제로 운전해보기로 했 다.옆에는 아버지, 뒷좌석에는 어머니 .어릴 적 캠코더로 찍힌 여행 영상 속아버지가 핸들을 잡고어머니가 노래 부르던 장면이 떠올랐다.이번엔 내가 운전했다.어머니는 휴게소 들릴까? 하 셨고나는 처음으로 운전 중 네라고 답 했다.그 대답 안에는나 자신에게 주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사직 IC를 지 나부산 시내에 진입했을 때,아버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이제 너도 운전자 다. 주행이라는 이름의 성장장롱면허 운전연수는단순히 도로 위 기술을 배우 는 것이 아니었다.그건 내가 나를 다 시 꺼내보는 과정이었고,가족과 나누는 새로운 역할의 재정의였다.운전대를 잡고처음 느낀 건 두려움이었지만마지막 에 도달한 감정은 자신감이었다.누구보 다 조심스럽게 시작했지만,이제는 누구 보다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그리고 무엇보다,나의 두 손으로 만든 길 위 에서부모님이 웃고 계셨다.그 장면 하 나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