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라디오

도심 공포증이 나를 가뒀던 시간, 장 롱면허운전연수가 내게 준 해방서울 도 심 중심에서, 나는 수없이 후진했다운 전 좀 하세요?처음엔 가벼운 질문이었 다.그러나 내 심장엔 망치처럼 내려앉 았다.나를 향해 말한 그 짧은 문장은 , 9년간 내 머릿속에서 피하고 있던 진실을 정조준했다.나는 운전을 할 수 없었다.면허는 있었지만, 운전이라 는 현실 속에서 나는 철저히 낙오자였 다.특히 도심 주행은 내게 있어 공포 의 결정체였다.내비게이션이 무슨 말을 해도, 복잡한 신호등, 빽빽한 차선 , 끼어드는 차량,아무리 알려줘도 나 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에 있어야 할지 판단조차 할 수 없었다.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본 사거리,좌회전 표 시가 없는 도로,버스 전용차선을 잘못 들어간 차량이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모습.그 모든 건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하지만 회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회사에서 맡게 된 새 프로젝트는 시내 고객사 방문이 잦았고 ,업무 특성상 짧은 시간 내 여러 장 소를 이동해야 했다.택시비는 감당할 수 없었고, 대중교통은 시간을 잡아먹 었다.그리고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 길의 이름은 훈련이었다.도망치지 않기로 한 나는, 장롱면허운전연수를 신청했다.그중에서도 도심 특화 주행 집중형 4일 프로그램.나를 도심 속 으로 다시 밀어넣는 훈련이었다.하루하 루 무너진 자존감을 감각으로 복원해간 과정 1일차 판단력 훈련이 먼저였다 을지로. 오전 10시.도로엔 출근 차 량이 흩어져 있었고, 인도엔 택배 기 사들이 손수레를 끌고 지나가고 있었다 .강사님은 도착하자마자 말했다.오늘부 터는 단순 조작이 아니라, 판단 중심 의 훈련이에요.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 랐다.차량에 올라타자마자 엑셀을 밟아 도 되는 상황인가, 지금 차선이 직진 인지 좌회전인지끊임없는 질문들이 머릿 속에 밀려들었다.핸들을 잡은 손은 축 축했고,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것조차 두려웠다.자, 저기 신호등 없는 교 차로예요. 누가 먼저 가야 하죠?그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멍하니 선 채, 나오는 차들을 보기만 했다. 그 순간 강사님은 브레이크를 밟았고, 이런 상황에선 판단이 늦으면 바로 사 고입니다.라는 말이 내 가슴을 찔렀다 .그리고 이어진 건 도심 교차로 생존 규칙.좌우 통과 차량 관찰 시선 이동 타이밍 학습먼저 출발했는가가 아 니라 내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가 중심 판단정차 위치는 신호등 기준이 아니라 방향 예고선 중심으로이 모든 걸 3시간 동안 반복 주행하며 익혔 다.그날 밤, 나는 피곤했지만 오랜만 에 내 무능감에 눌리지 않았다. 2일 차 좌회전과 차선 변경 머리로 계산 해야 하는 운전이날은 종로.편도 4차 선 이상이 많고, 좌회전이 지정된 구 간에서만 가능한 구역.도착하자마자 강 사님이 말했다.오늘은 좌회전과 차선 변경만 연습합니다. 도심에선 이게 생 명입니다.좌회전 대기선 진입 차선별 진입 구간 예측 반응 시간 확보 신호 변경 계산이런 내용들을 차에서 내리기 전에 미리 노트에 써보게 했 다.그건 훈련이기 이전에 전략이었다. 내가 예측할 수 있어야만 멈추지 않는 운전이 가능했다.실제 훈련은 거칠었 다.버스가 내 차 앞으로 끼어들고, 뒤에서 경적이 울렸다.나는 당황했고, 순간 핸들을 너무 급하게 틀어버렸다 .그렇게 돌리면 차는 중심을 잃어요. 핸들은 천천히, 몸과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그날 3시간 동안 좌회전만 20회 이상 반복했고,차선 변경은 속 도와 간격을 감각으로 예측하게 되었다 . 3일차 강남, 저녁 퇴근 시간, 심리 통제 중심 훈련강남역 퇴근 시간 .오후 6시.모든 차량이 촘촘하게 붙 어 있고, 택시들은 신호 무시,오토바 이는 지그재그로 질주했다.이날 훈련 목표는 단 하나.감정을 통제하며, 물 리적으로 대응하는 것.그렇다. 운전은 기분이 들어가선 안 됐다.흥분, 긴 장, 분노, 초조함그 모든 감정이 핸 들을 흔들게 만든다는 걸 이 날 실감 했다.나는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속도 를 줄이고,깜빡이를 켜고 기다리고,불 법정차 차량을 피해 최소한의 조작으로 우회했다.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골목 진입 시 보행자 대응 훈련이었다.노 인, 어린이,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그 모두를 감지하고 속도 조절하 는 훈련은 운전이라는 행위가사람을 위 한 기술이라는 걸 느끼게 해줬다. 4 일차 단독 주행 종합 테스트강사님은 동승했지만, 이날은 절대 개입하지 않 았다.회사 시청 고객사 점심 마트 자택 복귀약 3시간 동안의 단 독 주행.강사님은 조용히 기록만 했고 , 나는 혼자 모든 걸 결정해야 했다 .한 번은 유턴 구간을 놓쳤고, 나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 블럭에서 차분히 회차했다.또 한 번은 불법주차된 택 시 사이로 빠져나와야 했고,핸들을 조 심스럽게 돌리며 중심을 유지한 채 통 과했다.마지막에 강사님이 말했다.처음 에 도심 무섭다고 했던 분 맞나요?이 제는 누가 끼어들어도 그 자리에서 살 방법을 아는 사람 같아요.그 말에, 눈물이 날 뻔했다.두려움은 도로가 아니라, 도로 위에서 길을 잃은 나였 다나는 지금도 도심을 달린다.주차장 진입 때 백미러를 보는 눈도 달라졌고 ,깜빡이 타이밍도 자연스럽다.장롱면허 운전연수는 내게 단순히 도로를 달릴 수 있게 해준 게 아니다.그건 내 인 생을 통제할 수 있는 감각의 복원 훈 련이었다.지금 나는, 신호등이 복잡해 도, 도로가 막혀도,다시 돌아서, 다 시 판단하고, 다시 진행할 수 있는 운전자가 되었다.그리고 나는, 더 이 상 누군가에게 운전 못해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이제는 말한다.도심? 매 일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