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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유의 해피타임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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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대문위에 걸려진 가위
  • 최재준
  • 댓글 : 0
  • 조회 : 3,590
  • 작성일 : 18-08-15

순디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어렸을적 우리집 대문위에 큰 가위가 걸려있었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그러니까 제 기억으론 국민학교시절(지금의 초등학교)아주 더웠던 여름철 이었어요.

그당시 우리아버지께선 시외버스여객 운수사업을 하셨었지요.
아버지께선 젊으셔서부터 여러모로 모든 고생을 다 하셨던 분이기에 남들보다 부지런하시고 매우 가정적이신 분 이라고 늘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죠.

그로인해서인지 낡은 한옥으로 들어서있는 전통적인 한옥을 철거하여 암반을 깨고 그자리에단단한 2층양옥을 지으셨지요.
그런대로 여느집 못지않게 큰 집을 직접 설계하여 지으신거죠.
여러개의 방들을 월세로 내 주고 우리어머님 또한 세입자들의 여러 아주머니들과 가족같은 분위기로 한 동네에서의 인심좋기로 소문나 계셨습니다.

그러던어느날 아버지께서 하시던 버스사업이 잦은사고와 험로주행에따른 잦은고장등으로 소득보다 지출이 늘어나 서서히 경영난의 자금압박에 들어갔습니다.
형들과 함께 공부를하고있을 때 다소곳이 들려오는 아버지와 어머님 두분 대화 중 각 세입자들로 월세를놓았던 방들을 모두 전세로 돌려 큰 금액의 긴급자금 충당하시자는 방법을 의논하시는것을 엳듣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월셋방 모두를 전세로 돌리시길 결정하시고 늘 어머니를 따라다니던 저역시 어머님뒤를따라나섰는데 어머님께선 서둘러 동네 가까운 복덕방(지금의 부동산중계업)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셨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늘 보아왔던 복덕방...복덕방 바로앞에 각구목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져 놓인 길다란 나무의자 위로 앉아계신 복덕방 할아버지가  접이식부채로 연일 바람을 일으키시며 어머님의 말씀을 들으시곤 하시는말씀이  "요즘 이사철이 아니라 사람이없어~~  이더운날 누가 이사를 해~~..." 하시는것이었습니다. 

어머님은 그 말씀을 들으시곤 다시 다른 복덕방을 향해 부지런히 발길을 이동하셨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역시 동일한 대답뿐...하는수없이 어머니께선 저와함께 집으로 발길을 돌릴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어느날 무더위가 꺾이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 하루하루를 기다리시던 중 전셋방이 모두 다 차고 한동안 그럭저럭 지났지요.
나중 생각을 해 보니 어렵사리 급한불을 먼저 끄신것으로 생각되며 그당시엔 자동차 손해보험제도가 요즘과같이폭넓지 못했습니다.
글자그대로 자동차운수사업은 그날 운수였던것이지요...
요즘이야 지방노선을 뛰는 사업용버스는 모두 직영이지만 그당시엔 지입형태로 버스한대당 차주가 직접 관리를 해오던 그런시대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아버지께선 우리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님과 차장누나...그리고 먼 시골길을 내 달리는 시외버스였기에 조수까지 고용을 한 상태였지요.

일년중 명절때 돼지고기 몇근 과 양말...그리고 신발까지 모두 그 세분에게 작은선물이었지만 우리집 형제들은 저를포함한 형들이 신고있는 양말은 모두 엄지발고락이 뻥 뚫린 양말을 신어야했습니다.

지금생각을 해 보니 아버지께선 비록 내 가족이 모든게 부족했지만 그보다 더 고용을 한 종업원 대우에 신경을 쓰신것이었지요...
그렇게 몇년을 지나서 급기야 아버지께선 갈수록 도저히 사업재정부실에 어렵게 마련하신 집을 내 놓으실지경에이르고말았습니다.

요즘처럼 부동산에 그다지 활성화된 시대가 아닌지라 복덕방 여러곳을 통해 매매를 알렸지만 그리 쉽게 집을사겠다는 소유자는 나타나질 않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마치고 집으로 와 우리집 대문을보니 대문위에 굵다란 명주실과 함께 큰 가위가 걸려있는것을 쳐다보게되었습니다.
저는 그점이 궁금하여 부지런히 방문을 열어 방에계신 어머니에게 대문에 걸린 가위 에 대해서 여쭸더니 어머님께선 조곤조곤 그에대하여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너도 잘 알다시피 아버지 운수사업이 잘 안되셔서 집을 급하게 팔려고한거야.
엄마친구 할머니가 그렇게하면 집이 금새 팔린다고 하셨어...이젠 이 집이 팔리면 우린 이 동네를 떠나야된단다. 다른동네로 이사를 가야해..." 라고 말씀을 하시는것이었습니다.

일년이 넘도록 집을 내놓고 날이갈수록 한숨과 걱정으로 지내시는 어머님의 궁여지책으로 결국 가위를 매달아놓으신 것입니다.
저는 대문을 드나들때마다 대문에 걸려있는 가위가 너무 창피하고 이상하게보여서 동네아이들이 그 이유를 물을때면 “나도몰라” 하며 다른유도를 하기도했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가위를 매달아놓은 영향인지 집이 팔렸습니다.

이젠 대문위에 걸려있던 그 가위가 집 계약을 했던 그날부로 내려져 없어지고 이사준비로 걱정을하시던 어머니의 얼굴을 가위대신 자꾸 쳐다봐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최초로 아버지께서 장만하신 우리집이었는데 허무하게싼값으로 집이 없어져버렸으니 어머니의 그 속 심정은 이루말할수 없으셨겠죠...

이윽고 우리가족이 오래도록 정들고 생활해 왔던 팔린 그 집을 뒤로한채 동네를 떠나는날이 왔습니다.
바퀴가 세개달린 삼륜화물차에 이삿짐을 실을때 저는 옆에서 어머님을 봤습니다.
여지껏 우리가족 앞에서 절대 눈물을 보이시지 않던 어머님의 눈가가 흠뻑 젖어있는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이삿짐을 실은 삼륜차가 출발할때 저 뒤에서 몇몇 동네 아주머니들 역시 흐르는 눈물을 팔뚝으로 훔치시며
연일 손을 흔들어 대 주시더군요...

지금 내 나이 50이 넘은 오늘도 옛생각에 잠시 눈을감고 그당시 우리부모님의 힘드셨던 그때 그심정을 상상해 봅니다.
어린시절 성장하며 잔뼈굵은 한 동네의 그 지역은 이제 모두 다 그시대의 옛 모습을 찿을수없는 대단위 아파트단지로 탈바꿈되었지만 아직도 그지역을 지날때면 남달리 잊지못할 추억속의 동네였음을 생각하게합니다.

사실 요즘현실은 집한채를 구입하면 구입한지 얼마안되어 큰 이문을 남기지만 그당시엔 요즘과같이 부동산경기가 완전 얼음덩이었지요.
지금 우리부모님께선 벌써 오래전 저 멀리 하늘나라로 오르셨지만 아직도 제 곁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얘~재준아~~~ 저녁먹어라~" 하시며 울 엄마가 부르실것만같습니다.

시대가 어려웠던 지난시절 우리부모님들께선 약하고 힘드셨는데도 절대 자식들앞에서 그런 내색없이 그렇게
속으로 우시고 속으로 마음을 달래셨네요.
울엄마와 아버지가 유달리 보고싶은 오늘밤이네요...

 

PS : 순디님~ 글을쓰고보니 조금 순서가 좀 그런것같죠?...

        혹여 채택이되면 순디님께서 나름 편집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늘 좋은방송 감사드려요 순유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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